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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Sep 15. 2021

우물에서 나온 개구리는 또 다른 우물을 파야 한다.

똘맘의 생각

사람들을 흔히 우물 안의 개구리라고 한다. 

자신의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시각으로만 타인을 관찰하고 대하면서 살아가기에 우물 속에서 산다고 한다. 각각의 우물 속 환경은 다르다.  

A는 200만 원을 버는 삶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고 저축을 하며 행복을 느낀다. 
B는 부모로부터 200만 원의 용돈을 받으며 취미 생활을 하며 돈 잘 버는 배우자를 만나서 살면서 행복을 느낀다. 
이 둘이 친구라면, A와 B가 만나서 함께 점심을 먹으며 사는 이야기를 하고 헤어지는데 A는 B의 삶이 정상적이 아닌 삶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커리어에 일부심을 느끼며 헤어지고 B는 A가 일하는 게 힘들겠다며 안타까워하며 헤어진다.

우리는 이렇게 자신만의 우물 속에서 다른 이의 삶을 경험해보지 못한 채 자신의 생각 속에서만 살아간다.  
이것이 참 얼마나 축복인 삶인지! 

우리는 서로 다른 우물 속에서 태어난다. 
어떤 이는 깊고 크고 먹을 것이 가득하고 깨끗하고 잔잔한 물을 가진 우물에서 태어나고
또 어떤 이는 얕고 좁고 먹을 것이 없고 더럽고 파도가 거세고 싸우지 않으면 다른 이에게 밟히는 우물에서 태어난다. 

만약 미디어가 없었으면 우리는 서로의 우물을 인지하지 못한 채 같은 우물 안의 개구리들만 만나다가 죽었을지 모른다. 얼마나 행복한 삶이었을까. 미디어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좋은 우물의 개구리들과 그들의 우물을 보여준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좋지 않은 우물에 사는 개구리들은 뛰어오를 능력조차 잃어버려 그 우물에 갇혀 평생을 살다가 죽게 된다.

Photo by Vivi Bzk on Unsplash


나의 현 상태는 우물 밖의 개구리인 것 같다. 
내 스스로 뛸 수 있어서 뛰어나온 것보다는 금지된 영역에 갔는데 풍선 같은 것을 밟고 어쩌다 밖으로 나왔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내가 있던 우물이 어떤 우물인지 확인을 했고 다른 우물들이 수없이 많다는 것도 확인을 했다.
문제는 다른 우물로 들어갈 수가 없다. 들어가는 길을 모른다.
책에 쓰여있던 그 길들은 사탕 발린 마케팅일 뿐 진짜 길이 아니었다. 

좋은 우물 속에 사는 개구리도 어쩌다 자신이 좋은 우물 속에 사는지 잘 모른다. 
태어날 때부터 좋은 우물에서 태어난 경우가 다반사다. 

대학교 때 나와 다른 우물에서 온 친구가 있었다. 여름방학 때, 한 달에 80만 원 버는 핸드폰 파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100만 원을 저금해 온 나와는 다르게 두 달 동안 3천만 원을 쓰고 영국 유학을 다녀온 친구였다. 당시에는 그러려니 생각했는데 그 친구는 대학 졸업 후 대학원을 가고 영국에서 박사 과정을 마치고 대학교수를 하고 있다. 
그 친구가 본인 엄마가 해준 이야기라면서 나에게 해주었던 이야기가 있다.
"여자는 보석이야, 어떻게 갈고닦냐에 따라 다이아몬드가 될 수도 있고 돌이 될 수도 있어!" 
우리 엄마는 나한테 돈 많이 버는 일 하고 돈 많은 남자 만나라고 했었는데....   
아마 나도 그 집에, 그 우물에서 태어나면 그렇게 살았겠지?

현재 나의 문제는, 개구리는 우물 밖에서 살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말라죽는다. 
아마 우물밖에 살고 있는 개구리들의 예를 들자면 자연인이 아닐까?
그분들의 신념을 존중을 하지만 난 그렇게 살 용기가 없다. 

한 번씩 내가 있던 우물에서 나온 것이 가슴 져리게 아프다. 
그 우물 속에서 조금만 더 행복했더라면.... 금지된 영역에 발을 들이지 않아 그 더러운 우물에서 평생 살았었을 텐데... 정말 아쉬울 때도 있다.
지금보다 그때가 행복했던 적이 많은 것 같기도 한다. 20만 원 보너스로 행복했고, 회사가 하루 쉬면 행복했고, 회사에 정전이 일어나면 행복했고, 사람들과 술을 마시며 내 건강을 해치고 추태를 부리고 와도 행복했다. 브랜드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는 것도 자랑스러웠고 호텔에서 숙박을 하는 것도 멋지다고 생각했다.  외제차도 사려고 계획을 했었었다. 

하지만 그전 우물 안에서는 당연하다는 일들이 우물 밖에 나오니, 부질없다고 생각되었다.
노동을 하고 쳇바퀴를 도는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을 하며 불평불만을 했는데 막상 나오니, 하루를 채울 수 있는 게 없었다. 자꾸 인생무상인데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이 든다. 아마 말라죽어가고 있는 중인 것 같다. 

그래서 우물을 파기로 마음을 먹었다.
좋은 우물은 돈이 전부가 아닌 세계라는 것을 알았으니 돈은 적당히 벌면서 인생을 즐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 내 다음 세대인 우리 아이들이 재미있게 즐기며 살 수 있는 우물을 파려고 한다.

어느 나라가 좋을지, 어떤 직업이 좋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깊고 크고 여유롭고 사랑이 넘치는 우물을 매일 꿈꾸며 오늘을 살아야겠다.  우물 안에 개구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우물을 의심하거나
우물 밖에 나오려고 하지 마세요!!
지금의 우물을 본인이 처음부터 만들어야 할 수 있습니다.

아마 우물 밖으로 나오라는 이유는 실패비용을 만들어서 세상을 돌아가게 하려는 것 아닐까? 

Photo by Serj Tyaglovsk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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