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물려주는 사업 DNA

똘맘의 식당창업일기

by 똘맘

일에 파묻히고 돈에 연연하면서 몰랐던 것들이 식당 운영에서 한 발짝 물러나 돌아보니 눈에 들어왔다.


특히 신기한 것 중의 하나는 주위 대부분 식당 주인들의 부모님은 사업을 하셨거나 식당을 운영하셨다.
회사원이었던 부모님은 아무도 없었다.

옆 고깃집 사장님의 부모님은 참치집을 하신다고 하셨다.
어머니는 맛깔난 반찬과 김치를 만드셔서 사장님께 보내 주신다. 김치와 반찬이 올 때마다 맛을 보라고 주시면 음식 솜씨에 반할 수밖에 없었다. 항상 바글바글한 손님이 말해주듯이 집 밥이 생각날 때 가고 싶은 1순위 맛집이었다.

또 다른 고깃집 사장님의 부모님은 직접 일을 하면서 도와주셨다.
주말에 아이들과 고기를 먹으러 갔더니 사장님 부모님께서 직접 고기를 구워주시며 친절하게 이것저것 말도 해주시고 음식점에 대해 잘 견디라고 좋은 말씀도 해주셨다. 우리의 음식과 아이디어도 아낌없이 칭찬해 주셨다.

마지막으로 앞 중국집 부모님은 아침에 혼자 나오셔서 청소도 하시고 전처리 준비도 다 해 주시고 아침에 출근하는 직원들 밥까지 해주신다. 정말 부럽다.


손님 기다리지 마!
기다리면 올 손님도 안 와!
matthew-henry-6x-hVXXiBxs-unsplash.jpg Photo by Matthew Henry on Unsplash


점심시간에 손님이 없어 복도를 두리번거리며 서성거리던 나에게 앞 중국집 사장님의 아버님이 호통을 치신다. 그 한마디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화장실로 달려가 눈물을 시원하게 한껏 흘렸다.


긴장과 걱정, 압박감에 눌려있던 내 마음이 그 한마디에 터져버렸다.

창피하지만 우리 부부의 부모님을 말하자면 나는 부모님과 약 1년 동안 연락을 안 하고 있는 상태다.
우리 부모님은 자꾸 나에게 돈을 요구했었다. 아이를 봐주실 때도 엄마 친구네 딸은 200만 원을 준다면서 비교를 하였고 (내 월급이 200만 원이었다.) 가게를 시작할 거라는 말에 돈에 대해서만 물어봤었다.
내가 수제 화장품, 비누를 배웠을 때는 이제 화장품 값이 안 든다고 좋아하였고 친구에게 선물할 것도 달라고 하셨었다. 아마 지금 계속 연락을 했다면 식당에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한껏 자랑하고 공짜로 음식을 드시고 가셨을 것이다. 막내 이모가 약국을 하는데 명절에 영양제를 잔뜩 요청하고 만약 영양제를 가져오지 않으면 구두쇠라고 험담을 하셨으니깐 그 행동이 나에게 똑같이 전해졌을 것이다.

시댁은 조금 낫다. 방문해 주셔서 음식을 드시고 계산을 하고 가신다. 식당 운영을 자리 잡느라 내가 일을 하고 있을 때 아이들은 저녁 7시까지 어린이집에 남아 있어 애가 타는데, 시부모님은 아이들을 봐주실 생각은 안 하시고 매장에서 술을 드시고 팔아주신다는 명목하에 지적만 하셨었다. "손님 국이 떨어지면 보고 있다가 말을 안 해도 채워줘야지!", "서비스도 좀 주고 해야지!", "저렴한 재료를 사 오게 발로 뛰어야지!", "이거 맛있다! 레시피 좀 알려줘!" 홀 직원을 쓰고 외출했을 때도 전화하셔서 내가 일을 안 하면 어쩌냐고 하시고 전화할 때마다 하루에 얼마를 버는지 물어보신다. 직원의 월급을 듣더니 어머님은 장난 반 진담반으로 본인이 와서 일하셔야겠다고 한다.

도와주시기보다는 평가를 하고 지적을 하고 비교를 하신다.


난 돈 필요 없어!
그냥 자식들 살라고 도와주는 거지~


앞집 중국집 아버님께 대구에 매장을 두고 올려오셔도 괜찮냐는 질문을 했더니 돈이 필요가 없다고 하신다. 주위에 식당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가족끼리 돈 때문이 아닌 사랑으로 서로 베풀고 함께 보완해 주고 의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신기했다.
아마 나도 저런 아버지 밑에서 자랐으면 돈에 얽매이고 작은 것에 힘들어하며 연연하지 않고 남에게 베풀면서 크게 생각할 수 있었을까? 그럼 지금이 힘들지 않을까라는 물음도 해보았다.

liz-brenden-WPUJjQsXsvc-unsplash.jpg Photo by Liz Brenden on Unsplash

요새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부모는 자식에게 끊임없이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다 죽는다 생각보다 내 삶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아이를 낳았다면 나보다는 아이의 삶을 위해서 살아야 그렇게 세대가 이어질 수 있다.
오늘 죽더라도 내 손자, 손녀를 위해 사과나무를 심어야 한다.
하지만 요새 미디어는 이 순환을 죽여버렸다.
자식에게 무엇인가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모두에게 주입되었고 살기 힘든 자식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되었다. 아마 내가 회사에서, 우물 안에서 튕겨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기적인 사회에 너무 힘이 들고 책을 읽으며 다른 사람의 삶을 간접 체험하여 내가 있던 우물에 환멸을 느껴서 인 것 같다. 왜 집도 있고 건물도 있어서 월세도 받는 엄마는 집을 사야 하고 아이를 키워야 하는 나에게 돈을 요구했었을까?

마태복음 효과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

마태복음 25장 29절


아마 사업의 DNA는 남에게 베풀고 마음적으로 여유롭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고, 힘든 것은 도와주고 실패하면 감싸주는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는 게 아닐까.

우리 부부는 우리가 못 받은 사업 DNA를 스스로 만들고 내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게 노력하기로 결심했다.

brano-Mm1VIPqd0OA-unsplash.jpg Photo by Braňo on Unsplash
keyword
이전 17화3개월 만에 오토매장 변신! 단점이 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