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사이에 사라진 5억, 실패 비용으로 굴러가는 사회

똘맘의 식당창업일기

by 똘맘

우리 식당이 오픈 한지 2개월이 지난 시점의 일이다.

신축 아파트 단지에 있는 식당으로 1차 아파트에 있던 식당들이 먼저 오픈 했었다.
정신없이 식당 오픈에만 신경쓰고 운영하여 1차 아파트 쪽에는 마실나갈 일이 없었다.

그러던 도중 하루에 3건 연속으로 전화를 받게 되었다.
"저 혹시.... 거기 초밥도 하나요? "
"아니오, 저희는 카이센동만 팔고 있습니다. "

메인_03.JPG 우리 식당의 메뉴들이다.

갑자기 머리에 드는 생각이 있었다.

'혹시....1차에 초밥집이 운영 하지 않나?? '
그날 바로 1차 식당을 한바퀴 돌아봤다.

한달 전에 갔던 몇곳이 폐업 중이었다.
족발집, 초밥집, 떡볶이집, 반찬가게....

아마 족발집에는 2억, 초밥, 떡볶이, 반찬 가게는 각 1억 정도의 돈이 들었을 텐데....
또 원상복귀 비용까지 발생 했을텐데...
식당 주인들은 얼마나 속 앓이 하며 하루하루를 버텼을까??

갑자기 감정이입이되어 울음이 터져나왔다. 내 답답한 마음과 같았을.. 아니 보다 더했을 폐업한 사장의 마음을 떠 올리니.....참 허탈했다.
얼마나 힘들고 돈이 안됬길래 1년만에 큰 꿈을 가지고 시작한 식당 문을 닫게 되었을까.
직장인이 1억을 모으려면 안쓰고 안먹어 일년에 2천만원씩 모은다고 해도 5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하다.

그 돈으로 창업이라는 마수에 이끌려 인테리어 회사, 가구 회사, 가전 제품 회사, 각종 물류 회사 등에 돈을 쓰다가 결국엔 벌어 놓은 돈 다 날리고 폐업이라는 길로 들어 선다. 폐업이라는 길도 쉽지 않다. 인테리어 복구 비용도 주어야 하고 만약 계약기간이 남았을 때는 월세를 계속 내야 한다. 문 앞에 붙여있던 수도, 전기세 납부 독촉장을 보면 몇개월 동안 관리비도 안낸 것 같았다. 아마 폐업한 뒤에 그 동안 벌었던 부가가치세라는 금액도 납부 요청도 올 것이다....

프렌차이즈 박람회에서 웃으며 희망을 심어주던 업체들이 악마처럼 보였었다.
이런 현실을 다 알면서 본인들의 돈을 챙기기 위해 남들에게 사업을 권하는 것이 이해가 안됬다.
"이제 돈 셀 준비만 하세요"
"고생 끝! 행복 시작!"
이런 문구에 자극 되어 부푼 희망을 안고 시작했을 식당창업이었을텐데...

물론 리스크는 본인이 감당 해야 하는 문제이다. 돈을 벌려고 했으니 돈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건 인지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의 선택을 부채질하는 요소들이 현실세계에서는 너무 많다.
특히 미디어가 그러하다. 성공담들만 늘어 놓는 미디어는 회사를 다니는 내가 아무것도 안하는 실패자인마냥 자극을 한다. 사업을 시작만하면 성공할 것 처럼 이야기를 한다.
"초기에 힘들었지만 열심히해서 성공 했습니다." 라는 이야기에는 부모님이 공장을 운영하거나 농장을 운영하여 뒷받침이 되어 주었다는 이야기는 쏙 빠져있다.

평생 소비자 입장에서만 바라보았던 인생이라 새로운 식당이 생겼다면 좋다고 가봤는데,
새로 생긴 식당이 많이 생겼다는 것 이전에 수없이 망해간 식당이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었다.

erik-mclean-cIOwoljvd_Q-unsplash.jpg Photo by Erik Mclean on Unsplash

전에 남편이 부동산에 상가 가격을 알아보러 갔을때, 부동산 아줌마가 상가를 사서 임대 하지 말고 젊으니깐 사업을 하라고 권장했었었다. 몫 좋은 상가들이 나왔다고 이곳 저곳을 알려주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몫이 좋은 곳이 왜 임대로 나왔었을까?? 부동산 아줌마는 망하는 업체들을 다 보았으면서 사업을 추천 했었을까?

어떤 분께서 이런말을 해주셨다.
100을 가지고 있는 사회에서 은행이 돈을 빌려 주면서 5의 이자를 내야 한다고 말을 하고 10을 빌려준다면 5라는 돈은 세상에 없는 돈이다. 그 돈이 생겨서 은행에 납부를 하려면 5를 남에게서 뺏어 와야 한다고 한다. 5라는 돈을 남에게 뺏어 오지 못하면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 말을 듣고는 말도 안되!!라고 생각을 했지만 식당을 하면서 다른 이들의 인생들을 보면서 그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이 된다.


여러 사람이 망해야 한 사람이 성공한다.
미디어는 그 한 사람만을 조명할 것이다.
그래야 따라하면서 망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성공하는 사람들이 또 다시 생겨난다.


경제학이 말하는 돈이 아닌 진짜 돈의 흐름이 또 다시 눈에 들어온다.


10년 일한 직장인이 그만 두면 그 자리에 저임금신입으로 대체하고,
10년 모은 돈을 사업에 투자하면 1년만에 실패비용이 되고,
그 돈을 다른 공급자들이 가져가 물건을 판매한 회사에 주고,
회사의 신입은 그 돈을 모으면서 10년 후에 창업을 꿈꾸고,


이게 사회가 돌아가는 것 아닐까?


keyword
이전 18화부모님이 물려주는 사업 D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