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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Jan 13. 2022

가난한 날의 추억
25살, 32살 미용실의 그녀

노란색이 갈색이 되기가지... 

그녀를 처음 본건 첫 아이를 출산 하고 2달 후, 

회사에 복귀해야 하여 꾸미고 싶었을 때다. 


출산휴가로 집에만 있어서 자존감도 떨어진 상태고  늘어난 몸에 화장끼없는 얼굴에 떡진 머리, 

잠을 못자서 눈밑에 퀭하게 내려온 다크서클에 뾰루지까지 총제적인 난국의 외형으로 

살고 있었는데 회사에 복귀해서 직장인 처럼 보여야 하니 무엇이든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시절 유행하던 쿠폰으로 저렴한 미용실 티켓을 끊어 남편과 아이를 데리고 번화가의 미용실을 방문했다. 

Photo by Fuu J on Unsplash

내가 원하는 헤어스타일을 말하니 쿠폰 이외의 추가 금액이 들었다. 

컬추가, 길이 추가, 영양추가.... 쿠폰비용이 5만원인데 추가비용이 8만원 이었다. 

속았다는 분노에 화가나서 환불 할 것이라고 하며 미용실 문을 박차고 나왔다. 


그 후 외부에 세팅펌 4만원이라고 적혀져 있는 미용실로 다시 들어갔다. 

하지만 내 머리를 보고서는 영양은 무조건 추가 해야 한다며 영양만 8만원이라고 했었다. 

정의의사도는 아니지만 속았다는 기분에 또 씩씩대며 나왔다. 


다음번엔 1층의 저렴해 보이는 미용실로 들어갔다. 

형형색색의 머리에 손과 목에 문신을 하고 진하게 화장을 한 미용사들이 있었다. 

파마 가격을 알아보니 12만원이라고 했지만 그 언니들이 너무 쎄보여 다음에 온다고 하고 나갔다. 

그런 나와 아이를 보며 미용사가 "아이 낳으셔서 돈이 없구나..."라고 말하면서 측은한 표정으로 쳐다봤었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속상한 마음에 펑펑 울었다. 

다른 여자들은 비싼 미용실 비싼 화장품 펑펑 사는데 

나는 맞벌이에도 불구하고 내 머리 하나 마음대로 할 돈이 없는거 같아서 길가에서 엉엉 울었다. 

Photo by Zhivko Minkov on Unsplash

사실 돈이 없는 것 보다는 아이를 낳았기에 그 이후가 걱정이 되어 돈을 아껴쓰고 싶었고 

원래 스스로에게 박하고 특히 외형적으로 꾸미는데에는 더욱 박한 사람이라 

최대한 저렴한 것만 추구 했었다. 


우는 나를 이끌고 남편은 브랜드 미용실로 향했다. 

브랜드 미용실은 말로만 들었지 처음 가봤는데, 분위기부터 내가 가던 곳들과는 달랐다. 


차분한 클레식 음악과 함께 멋스러운 쇼파, 정장을 입은 헤어디자이너들이 웃으며 인사해주었다. 

그런 곳이 익숙치 않아, 쭈뼛쭈뼛 들어가서 가격 상담을 요청했다. 


단발머리에 검은색 바지 정장을 말끔히 입은 그녀가 다가와 말을 했다. 

"셋팅파마 가격이 12만원, 15만원, 18만원 이예요."

"이 가격에 영양을 추가해야 하나요?"

"아니요! 중간 정도의 파마약(15만원)을 쓰면 손상이 없어서 추가 안하셔도 되요! 제가 서비스로 조금 해드릴께요!"  남편의 표정을 보니, 해 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힘들었었나보다. 


상담받은 곳 중 가장 비쌌지만,  다른 곳을 이동 할 힘도 없고 아이는 배고프다고 울기 시작하여, 

브랜드 미용실에서 자르기로 했다. 


남편은 아이에게 분유를 타서 먹이고 나는 파마를 시작했다. 

음료를 준다며 메뉴판을 보여주었는데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카페라떼, 모카라떼 녹차라떼까지 

커피숍에서 마실 수 있던 음료들이 대기중이었다. 

2015년 12월, 30살의 나이에 그런 미용실은 처음 가봤다. 


남편은 좋아서 커피를 두잔이나 마시고 요기거리로 토스트까지 받아 먹었다. 


"커피 총 3잔에 토스트까지 하면 25,000원은 썼을텐데..."라고 말을 하며 돈을 번 기분이었다. 


해맑은 표정으로 웃으며 많은 이야기를 해주며 머리를 만져주었다. 샴푸를 해주는 손길은 어쩜 그리 시원하던지.... 틈틈히 우리 아기에게로 가서 눈을 떼지 못하며 귀엽다고 해주며 안고 얼러주는 그녀가 너무 고마웠다. 


그날 결제 할때 어떻게든 저렴하게 하고 싶어서 50만원 쿠폰을 사면 20%할인 혜택을 받으려 50만원 까지 시원하게 긁고 나왔다. 20% 할인에 커피 가격을 생각하면 그다지 비싸지 않은 금액이라고 생각했고 

머리를 하는 것이 연중 행사였지만 그 후에 남편은 커피를 마시기 위해 아이를 데리고 종종 머리하러 같이 갔다. 

Photo by Tim Mossholder on Unsplash

25살의 그녀는 노란색 처럼 톡톡 튀었다. 갈 때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근황을 이야기 했었는데 결혼한다는 말을 한 뒤 그녀는 그 미용실을 그만 두었다. 아쉬운 마음에 그렇게 못 보는구나 생각했는데 몇주전 남편이 집앞 미용실에 머리를 자르러 갔는데 그녀가 일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반가운 마음에 머리도 할겸 집앞 미용실을 방문했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미용실 문을 열었다. 

마스크를 쓴 까닭일까? 

나는 너무 반가웠는데 그녀는 고개만 끄덕이며 인사를 하였고 예전처럼 밝지는 않았다. 

얼굴은 피곤해 보였고 근황을 이야기 하는 그녀의 말에는 세상에 대한 회의감이 가득차 있었다. 


"왜 옮기셨어요??"

"좀 쉬고 싶어서 3개월 쉬다가 옮겼어요."

"지금이 더 나으세요??"

"옛날에는 밤 9시 반까지 순번 정해서 남아야 했는데 지금은 퇴근이 빨라서 좋아요."

"저도 미용 배웠었는데! 손목이 진짜 힘들더라고요!"

"네~근육들이 힘들어요."

"결혼 생활은 어때요? 그 때 결혼 전에 본게 마지막인데~"

"결혼이 그렇지요 머."

"미용은 전문직이라 돈도 잘 벌고 재취업도 좋을꺼 같아요!! 돈도 많이 벌죠!"

"웬만한 직장인 보다는 많이 벌겠지만 대기업보다는 아니겠죠."

"대기업은 엄청 힘들텐데~"

"일이 다 힘들죠 머."


그 후 샴푸를 해주고 비용을 말했다.. 

"중기장 세팅 18만원에 영양 6만원 하셔야 해요."

"영양 안하면 안되요? 전 16만원 가격표 보고 왔는데..."

"영양 안하시면 파마 못해요, 머리결이 안 좋으세요."

"그냥 파마만 하면 안되요?"

"그럼 그냥 가시는게 나을 거예요, 영양 안하시면 못해요."

" 더 저렴한 영양은 없나요?"

"저희는 6만원이 가장 저렴해요. 매달 하시는 분도 많아요."

"..............그럼 그냥 해주세요."

"염색은 어디서 하셨어요?"

".........집에서 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상하셨나봐요."


염색비용이 미용실에 가면 10만원 훌쩍넘어서 많아지는 흰머리를 감당 못하고 집에서 염색 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잘못 된 일을 한 듯 창피해졌다.  


생각했던 금액보다 훨씬 더 쓰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안좋아있었는데, 

표정 없이 바쁜 그녀를 보며 그 동안의 공백이 힘들었었구나 생각 되었다. 

Photo by Greg Trowman on Unsplash

그녀가 일하는 곳은 직원 3명의 작은 미용실이었다. 

스텝 한명도 없이 그녀가 처음부터 끝까지 내 머리를 담당했고 4시간 파마하는 중에 남자 커트를 3명이나 잘랐다. 기계가 울려도 카운터에 핸드폰을 보고 있는 다른 디자이너는 나를 쳐다도 보지 않았다. 


내가한 손님은 내가 돈을 가지고 남이 한 손님은 남이 가지지 서로 신경을 쓰지도 않는 것 같았다. 


손님이 하나씩 들어올 때도 담당자만 인사를 하고 나머지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 

다른 손님 머리를 감기다 말고 기계소리가 나니 후다닥 나와서 내 머리의 상태를 봐주는 그녀, 

카운터에 여전히 핸드폰만 보고 있던 다른 미용사.


그녀가 커트한 손님이 나가고 난 후 나에게 차와 쿠키를 내주었다.


우리 딸이 태어났을 때, 그녀가 25살 꽃다운 나이에 처음 봤었으니 

딸이 8살, 초등학교 입학 할 나이에 이제는 32살이 된 그녀,,,

7년의 시간 동안 어떤일이 있었을까? 


사람들이 아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꾸밈없고 명랑하고 계산 없이 순수한 매력이라고 했는데... 

내가 그녀를 좋아했던 이유 또한 7년전 계산적인 나에게 해맑은 표정으로 다가왔던 순수한 그녀였기 때문이 아닐까. 


첫사랑은 다시 만나지 말고 추억으로 간직 하라던 말처럼, 

추억은 추억이었을 때 아름다운 것 같다. 


나도 그녀도 갈색으로 나이가 드나보다. 


Photo by Greg Trowma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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