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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Co Jun 16. 2023

살인이 왜 인간의 고귀함을 나타낼까?

윌리엄 셰익스피어_맥베스

존싱어 사전트, 레이디 멕베스를 연기하는 엘렌테리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중 하나인 맥베스는 주인공 맥베스의 정치적 욕망에서 시작해 계속되는 살인이라는 비극으로 끝난다. 한 줄의 줄거리만 보아도 이 책은 인간의 욕심이라는 본능을 악으로 구분해 비극이라는 결말로 벌을 내리는 것 같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진정한 숨은 의도는 인간의 고귀함을 그린다는 것에 있다는 점에서 고전의 깊이를 새삼 깨닫는다. 어떻게 인간으로서 저런 추악한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맥베스가 인간의 고귀함을 상징한다고 하는걸까?


밀란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떠오르는 대목이기도 하다. 맥베스의 가장 유명한 대사이기도 한 '고운건 더럽고, 더러운 건 고웁다.'에 이 작품이 보여주고자 하는 세상사의 이치와 인간의 본질이 담겨있다. 선함과 악함, 더러움과 깨끗함, 아름다움과 추악함과 같은 모순의 가치들이 언제 어디서나 충돌하며 공존하는 세계와 인간의 내면말이다. 훌룡하지만 무책임하며 선하지만 어리석은, 의롭지만 내면의 욕망이 있는 여러 등장인물들을 내세움으로써 세상에는 절대적인 선과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모든 것을 잃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부인을 잃었을 때 본인 삶의 허무를 드러낸다. 하지만 앞서 나온 세 마녀가 말한 문장 '고운건 더럽고, 더러운 건 고웁다'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것은 무의미가 아니라 역설적으로 강력한 삶에 대한 의지다. 절망과 허무로 점철된 그의 인생 과정은 권력의 욕망을 통해 삶의 의미를 철저히 맛보고자 한 모순적 의지다. 맥베스는 거듭되는 살인과 악행의 무게로 양심의 힘을 누르고자 고통받는다. 그만큼 고귀한 인간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고귀한 인간성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삶의 과정에서 고통받지 않았을 것이다.


비극을 통해 인간의 고귀함을 나타내고자 한 셰익스피어. '~해야만 한다'는 속박과 규율에 종속된 채 무겁게 살아가는 인간은 본래 우주의 먼지 티끌처럼 가볍고 허무한 존재라 말하는 밀란쿤데라와 궤를 같이한다.





고운건 더럽고, 더러운 건 고웁다.


<맥베스> 윌리엄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맥베스#4대비극#햄릿#오셀로#리어왕#고전문학#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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