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희의 화가
'발레'는 남자, 여자에게 모두 환상을 주는 예술장르다. 선이 살아있는 발레복을 입은 무용수, 그들의 우아한 동작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일상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만든다. 인상주의 화가 중에는 이런 발레 무용수들을그리는데 능숙했던 화가가 있다. 감성적이고 엔틱한 분위기가 풍기는 카페에 가면 꼭 한번쯤은 볼 수 있는 이 런 무용수들 그림의 주인공이다.
에드가 드가는 인상주의 화가지만 정작 본인은 사실주의 화가로 불리길 원했다. 그는 다른 인상주의 화가들과 여러가지 차별점이 있었다. 당시 인상주의 화가들은 대부분 순간의 빛과 색채를 포착하기 위해서 야외로 나가 그림을 그렸다면 에드가 드가는 많은 시간을 실내에서 그림을 그리며 보냈다. 다른 인상주의 화가들이 야외에서 즉흥적인 그림을 그린 반면 드가는 실내에서 아주 치밀하고 계산적인 그림을 그린 것이다.
그의 작품에 드러난 우아하고 부드러운 색채만 본다면 인상주의적인 모습이 다분하다. 그러나 그 뒷면에는 드러나지 않은 현실이 있다. 당시 대부분 하층민이었던 어린 여자 무용수들은 귀족에게 후원을 받았다. 드가의 그림들에는 발레 무용수들의 뒤편에서 그들을 관람하는 남자들이 보인다. 실제로 어린 발레리나들에게 성상납을 받던 귀족들을 표현한 것이다. 발레리나의 목에 있는 검은색 초커는 매춘부를 상징하며 뒤에 있는 스폰서에게 벗어날 수 없는 종속적인 관계를 뜻하는 메타포이기도 하다.
처음 그가 '발레리나'를 주제로 선택한 이유는 특별할 것이 없었다.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 같았고 쉽게말하면 상업적인 목적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며 많은 시간을 그들과 함께 보내다 보니 연민과 동정이라는 감정이 생겨났고 그들의 어려운 현실을 캔버스에 반영해 후에는 처우 개선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자신의 작품 반 이상이 여성 발레리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여성 혐오증이 있어 평생 독신으로 산 사람이다. 어떤 애증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를 여성 발레리나로 기억하게 만들었을까. 덕분에 우리는 아름다운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으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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