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터치 아르바이트를 하는 4개월 동안 먹고 살기가 적당해 창작활동을 안 했다. 정체성을 잃고 있다는 생각에 과감히 그만뒀다. 글쓰고 창작을 하는 시간을 확보할 작정이었다. 일하는 시간은 줄이고 필요한 만큼은 벌 방법을 찾아야 했다.
버스를 타고 가다 스타벅스 유리벽에 붙은 '파트너 모집 공고'를 봤다. 바리스타? 최애(最愛) 음료인 돌체라떼를 직접 만드는 장면을 떠올리니 재밌었다. 뭐든 해 볼 생각으로 살던 때라 지원서를 냈다. 핸드폰으로 대충 아무말이나 써서 기대가 없었는데 운이 좋게 면접일정이 잡혔다. 아니, 운이 나빴나? 어쨌든 입사했다.
스타벅스는 직영으로만 운영하고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정직원을 채용한다. 채용되면 회사내규에 따라 이중취업이 불가하다. 대신 신세계 계열사의 혜택이 적용되고 성과급도 받으며 명절이나 크리스마스에는 선물도 준다. 매달 복지로 원두도 받고 좋은 점이 많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답게 유니폼 규정 및 지켜야할 매뉴얼이 많다. 게다가 입사 후 바로 매장으로 출근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신입 바리스타들이 3일 동안 모여 집합교육을 받았다. 교육에서 같은 조였던 파트너들은 안동, 서산, 인천, 종로 등 지역이 다양했고 각자의 일터로 간 뒤에도 사내 커뮤니티로 채팅하며 정보를 주고 받았다.
매장으로 출근 후 3개월은 집합교육에서 배운 '바리스타 베이직'의 OJT(On the Job Training)기간이다. 포스, 바, CS, 서포트라고 부르는 각 루틴을 몸에 익힌다. 나는 하루라도 빨리 익숙해져서 무념무상 일하고 싶었다. 그러나 점장은 테스트 일정도 잡지 않고 뭘 가르치지 않았다. 동기들은 3개월 차에 바교육을 마치고 음료 제조를 시작했는데 난 레시피 테스트도 안 본 상태였다.
일은 천천히 배운다고 해도 서로를 조리돌림하는 내부 분위기는 견디기 힘들었다. 수퍼바이저와 파트너는 합심해서 점장 뒷담화를 했고, 점장은 파트너들을 까내리고 비난했다. 신입이라 이편도 저편도 아니여서 서로를 향한 뒷담화를 다 들었지만 감정싸움에 끼어들기도 애매했다. 그리고 '특정 파트너'를 향한 모두의 신경질은 보고 있기 불편했다. 모든 스타벅스 매장이 이러한지는 모르겠지만 첫 출근 날부터 겪었던 신경질적인 태도와 무리지어 수근덕거리며 텃세는 몇 달이 지나도 풀리지 않았다.
어떤 애사심이나 무조건적인 동료애는 없다. 만일 급여가 높거나 복지가 압도적이었다면 분위기를 개선시켜 다녔을 거다. 그러나 주5일 25시간 일하고 식대 포함해 세후 120만원 정도. 연장근무와 휴일근무가 있다면 160만원 정도는 될 텐데, 본업이라기엔 곤란한 수준의 급여다. 이중취업도 못하는 정직원이라 바리스타를 하면 대학생 용돈벌이에 머물 수밖에 없다.
4개월 차가 되니 출근할 적마다 갈등했다. 그만둘까 말까? 그도 그럴 것이 시간을 벌려고 스타벅스로 옮겼는데, 정신적으로 피곤해 귀가하면 아무것도 못했다. 퇴사 후 6개월간 10kg을 감량하고 스타벅스 다닌 3개월만에 다시 다 쪄올렸다. 단언컨데 단음료를 매일 2잔씩 마시면 살찐다. 직원 할인이 높아서 부담없이 샌드위치나 케익을 사 먹는데 이것도 당이 높다. 뭘 파는지 알아야 해서 다 먹어봐야 했는데, 먹다보면 습관이 된다.
인간관계도 별로고, 살만 찌고, 본업은 커녕 일상이 피곤해지는데 급여도 너무 적다보니 더 있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퇴근하면 카페에 앉아서 글도 쓰고 영상 기획도 잡고 싶었는데. 이건 뭐. 퇴사다.
직장내따돌림을 당하는 동료를 봤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사실 2023년에는 직장내따돌림을 당해서 괴로웠고, 2024년에는 직장내따돌림에 동조하라는 압박을 받아 괴로웠다. 경제적 독립을 위해 구한 직장에서 동료들과의 갈등이 생기면 참 곤란하다. 버틸까 나올까, 거부할까 동조할까. 옳고 그름의 분별도 난해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20대에 해야 했던 아르바이트를 이제서야 하면서 무엇이 지혜로운 처세일까 많이 고민했다.
내가 일했던 스타벅스 매장은 오피스 상권에 있어서 출근과 점심 피크를 지나면 저녁엔 한산하다. 늘 오후 4시에 출근해서 마감하던 1년 된 파트너가 있었다. 대화를 나눠 본 적이 별로 없어서 잘 모르는데, 포스 앞에 서 있으면 바에서 그 파트너 험담하는 소리를 매일 들었다. "또 저렇게 해 놓고 갔어." "느리면 제대로라도 해야지." "왜 안나고 버텨?"
그 파트너는 일을 못했다. 매일 내부품질기한 택갈이를 하고 부재료를 제조하는데도 숙련이 안 돼 날짜를 잘못 기입하거나 할일을 잊어버렸다. 속도가 느려 동료 파트너가 1.5배 더 일해야 마감을 한다. 게다가 라떼를 제조하는데 샷을 넣지 않아서 뎁힌 우유만 나간 적도 있다보니 바교육도 진행할 수 없어서 고객이 적은 마감에만 출근하는 거였다. 처음 그 파트너에게 뭘 물었던 날, 수퍼바이저가 "걔 한테 물어보지 마요. 아니, 말시키지 마요." 하며 교류를 막았다. 잘 알지 못하니 나설 수도 없어 이 상황을 관망하고 들리는 소리에 귀를 열었다.
듣다보니 그 파트너는 꾸준히 일을 못했고, 현재의 점장이 이 매장으로 오면서 문제가 커졌다. 첫 점장 발령. 그녀는 무슨 자신감인지 그 파트너를 잘 가르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한번, 두번, 여러번 같은 것을 지적해도 나아지지 않자 온갖 짜증과 폭력적 언행을 쏟아부었다. 백룸(주방 및 휴게공간)에서 바락바락 악 지르며 화내는 소리가 너무 커, 매장에 있던 고객이 직장내괴롭힘 신고를 했다. 막 입사했을 때 지역매니저와 점장이 심각한 대화를 나누는 걸 봤는데 알고보니 그 사건 때문이었다.
실제로 나도 봤다. 호그와트 이벤트 음료가 출시되는 전 날, 그 파트너가 휘핑기계 부품을 세척하고 들고 오다가 떨어뜨렸다. 금속바가 휘어서 휘핑제조에 지장이 생기자 백룸으로 부르더니 "그걸 떨어뜨리면 어떻해! 미쳤어? 내일부터 이벤트 시작인데 니가 다 책임질거야?" 그렇게 30분 동안 패악질을 했다. 듣기만 해도 질리고 그 파트너가 안쓰러웠다. 점장이 나오자 나는 "고치는데 오래 걸릴까요?" 하고 물었다. 지금 부품 주문을 넣어서 내일 오전에 배송 올거라고 한다. 아니, 내일 오전만 버티면 되는데 왜 저렇게까지 동료에게 잔인하게 구는지 참 의문이었다.
동료들은 점장에게 불만이 많았다. 그 파트너를 해결하지 못했고, 업무 역량도 부족한데 협조를 요청하기 보다 짜증 내며 책임 전가를 했다. 문제개선을 요청했지만 '심리상담 받고 있고 화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단다.
나도 한 번 배운 걸 까먹은 적이 있는데 점장은 바로 앞에서 '후' 한숨을 크게 쉰다. 그리고 이 악물고 참고 있단 티를 내면서 '괜찮구요, 다시.' 하면서 부담과 죄책감을 준다. 아니, 자신도 뭘 까먹고 빼먹으면서 남을 지적하는 게 꼴사납고 별로였다. 그런 점장과 몇 개월을 지낸 파트너들이 왜 그리 예민했는지 이해됐다. 그래서 관계가 좀 풀리긴 했다.
그러나 끝내는 나가고 싶어졌다. 내가 입사하기 3개월 전에 들어온 남자 파트너가 있었다. 출근 피크타임에 그가 바를 맡았는데 한 음료의 커스텀이 누락되는 실수를 했다. 점장은 한숨을 쉬더니 백룸으로 그를 불렀다. "눈은 장식이에요? 너 때문에 교육 일정이 다 밀리잖아. 어떻게 책임질거에요!" 그렇게 시작돼서 '복습 안하냐' '머리가 안 좋냐' 등 인신공격을 하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이제 곧 내가 점장과 바교육을 할 차례인데 저런 화를 받으며 배우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그날 결심했다. 나는 그만둔다.
이따위 사회경험은 그만하고
어떻게든 본업으로 승부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한 가지가 있다.
그 파트너.
점장도 그 파트너를 향해서 "머리가 나쁘거야? 왜 내 인생에 저런게 걸려서!" 하는 말을 했었는데, 나도 몇 달을 지켜보면서 그녀가 '경계성 지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린 학습자는 아무나 가르치다고 나아지는 게 아니다. 일반적인 업무능력을 채우려면 주변인의 도움과 배려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업장이 그럴 여유가 있을까? 없다. 그래서 점장에게 '그 파트너에게 권고사직을 요청'하거나 '본사에 해고건의를 상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것이 모두에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점장이 '지능이 떨어지니 쫒아내라'는 의미로 이해했을 것 같아 마음에 걸린다.
정확히 하고 싶은 말은 "감당이 안되는 직원을 붙들고 있으면 서로에게 잘못을 저지른다." 였다.
점장은 할 수 없는 일을 왜 못하냐고 지적하며 상처주는 행동을 반복하고 그 파트너는 절망한다. 그렇다고 그녀의 부족을 보완할 만큼 인력 채용 할 여유가 없다. 가르칠 역량도 없고 보완할 재원도 없으면 '그 파트너를 감당할 능력이 안된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파트너를 내보내야 하는 거다. 그래야 그 파트너도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멈추고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다시 찾는다. 그게 그 파트너가 눈치보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 수 있게 돕는 길이다. 이 말이 하고 싶었던 것인데 점장과의 대화가 불편하다 보니 이유를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다들 그 파트너와 일하면 자기에게 피해가 돌아오니 화내고 따돌리고 지적했다는 걸 안다. 고민을 했다. 나는 신규라도 나이가 있으니 '너무 잡도리 하지 말고 도와가면서 일하자고'고 설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계속 남아서 그 파트너를 도와주고 동료들을 내 인생 안으로 들일 것도 아닌데 어떻게 '자기만 착하고 남은 나쁘게 만드는 말'을 던져놓고 무책임을 나가겠는가. 그리고 분노가 많은 점장을 감당할 만큼 정신적인 여유도 없으면서 어떻게 그런 주제넘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조용히 퇴사했다. 그렇지만 가슴에 남은 그 말은 전하고 싶다.
"도움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잘 이겨내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