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되고 차압되는 그런 엔딩

by 쑨 Seun

나는 나라의 도움으로 우선 체불임금은 구제 받았다.

그렇다면 사장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았을까?






기약할 수 없지만 어쨌든 사필귀정


우선 검찰고발은 구약식으로 결론났고, 강제집행을 위한 재산명시소송은 진행 중이다.

*구약식은 범죄혐의가 있지만 경미하여 정식재판없이 벌금형(통상 체불임금의 20%)을 내리는 절차다.


결론적인 진행사항.png 검잘고소 및 강제집행 결과



검찰고발이 구약식이 되었다는 것은 사장이 경찰에 체포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전후 사정은 영업장의 임대인에게서 들었다. 사실 10월 말 노동청에 출석하기 전날 가게를 찾아갔다. 영업을 하고 있어 보이지 않아서 건물주 어르신을 찾아갔다. 알바하는 동안 일부러 매출을 올려주신다고 김밥을 사가셨기 때문에 그 건물에 사는 걸 알고 있었다.


보통은 꼭대기층에 임대인이 산다. 무작정 인터폰으로 연결했다. 예상대로 어르신이 받으셨다. 1층 가게의 영업 현황을 물으니 보증금도 다 털고 임대료가 밀려서 퇴거요청을 했는데 버티고 있다는 말씀이었다. 그날은 그 사정만 듣고 돌아갔다.


10월 말 만남을 뒤로하고 이듬해 2월 어르신을 가게 앞에서 다시 만났다. 함께 소송 중인 알바동료에게 가게 상태를 알려주려고 사진을 찍고 있으니 누군가 싶어 내려오신 거였다. 가게 앞 주차장 자리에는 냉장고며 의자 등 분당점에서 가져온 짐이 한 가득 쌓여 있었고 '경찰조사가 진행 중이니 손대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처음에는 경찰이 붙여 놓은 건가 했는데, 어처구니 없게도 사장이 붙이고 경계를 쳐 놓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동안에 사장의 만행으로 고생한 이야기를 다 해주셨다.


사장은 어르신이 계속 연락을 해도 받지 않았다. 그런데 10월 이후 밤마다 몰래 가게에 짐을 가져다 놓았다. 안되겠다 싶어 건물주 어르신은 11월부터 명도소송을 시작한다.


1월 어느날, 불이 켜져 있어 가봤더니 그녀가 와 있더라는 거다. 어른신이 나가라고 화를 냈고 사장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경찰을 불렀다. 경찰은 주거침입이라고 어르신을 나가게 했다. 적반하장에 억울해하고 있는데 반전. 경찰은 몇 차례 연락을 주고 받더니 그녀를 경찰서로 연행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속은 시원했다고 한다. 아마도 사장은 나를 비롯한 몇 명의 검찰고발로 수배령이 내려진 상태라는 것을 몰랐나 싶다. 그래서 수배자가 제 손으로 경찰을 불러 잡혀간 거였다. 그 덕에 2월 15일 검찰에서 사건을 재송치했고, 4월 30일 구약식이 내려진 것으로 이해됐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해결된 것은 없었다. 일주일이 지나 사장은 다시 돌아왔고, 그 경고문을 붙이고 주차장에 짐을 방치했다. 문제는 주차장에 짐을 쌓아둬서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과태료가 나왔다는 거다. 어르신이 과태료가 2회나 부과됐고 주차장을 쓸 수 있게 짐을 가게 안으로 넣어놔 달라고 요청했으나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버티다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명도소송도 승소했으나 상소한 상황이라고 들었다. 함부로 끌어 낼 수도 없고 버티니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 사정을 듣고 나도 포기하지 않고 민사소송을 진행한 거다. 고소고발 해봤자 구약식 벌금이 얼마 되지 않는 걸 안다. 그래도 사장에게 전과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는 책임지지 못할 채용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되길 바랐다. 명도소송이 길어지고 있지만 임대인 어르신도 사필귀정. 바르게 해결되길 바란다.






경제적 독립은 신용을 쌓는 여정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세 가지를 깨달았다.


하나는 내가 사업을 한다면 항상 세 달의 여윳자금은 비축하며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금체불을 겪는 직원이 느낄 위기감과 배신감은 생각보다 크다. 고용주로서의 책임감과 사회에 대한 책임감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고 증명해야 하는 것. 이제는 세 치 혀로 사업하는 사람을 주의하게 된다. 그리고 더는 운용할 수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면 지체없이 청산하고 재정비해 나올지언정, 회피하고 도망쳐 주변인에게 피해를 전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겠지만!


또 하나는 내가 임대사업을 한다면 임차료가 밀리기 시작하면 바로 명도소송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보증금도 남았는데, 과한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보증금이 다 까이도록 기다려서 명도소송을 진행하면 그 이후부터는 손해가 발생한다. 명도소송과 가집행에도 일년이상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더하여 임차인에게 책임감을 상기시켜야 한다. 의지만 있다면 청소든 배달이든 돈을 벌어 갚을 길은 어디든 있다. 그리고 내가 임대사업을 할 정도로 능력이 좋은 상황이라면 임차인과 협의해서 그가 가진 문제를 함께 풀어나갈 지혜를 낼 수 있을지 모른다. 누가 대신 우리 삶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 마냥 사람좋게 기다리는 것은 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 경제적으로 독립한다는 것은 신용을 쌓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든다. 자본주의는 신용으로 돌아간다. 사람은 상대방이 나에게 손해를 입히면, 우선적으로 자기를 보호한다. 게다가 상대가 보상할 의사가 없다는 걸 확인하면 신용이 깨지고 그 때부터는 감정적인 적군이 되어 공격을 시작한다. 그게 나쁜가? 누구나 스스로를 보호할 의무가 있고 채권자로서의 권리가 있기에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사업. 잘해보려고 했지만 망할 수도 있다. 사장 입장에서 매출은 쪼들리고 월세는 부담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라면 미리 상황을 알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해 기다려 줄 수 있겠는지 상의할 거다. 상대방이 거절한다면 청산이든 대출이든 다음 단계로 나가겠지만 우선 신용을 지키려고 발버둥 쳤을 거다. 그런 생각을 가진 나에게 사장의 연락두절은 모든 신용이 와장창 깨진 순간이었다. 그렇게 나도 감정적인 적군이 됐다.


짐작컨대 그 사장은 여기저기 신용이 깨져 회복이 어려울 걸로 예상된다. 유사 건으로 8명의 고소고발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문제인데 그 가게 앞에 가면 우편송달 관련된 스티커가 엄청 많이 붙어 있다. 신용이 바닥이 됐는 데도 상소장이나 쓰며 개기고 있다는 소리를 들으니 한숨이 쉬어졌다.


그런데 나도 동정하지 않는다. 나는 대지급금을 받아서 남은 채권은 40만원 밖에 안되지만 그걸 받겠다고 강제집행절차를 진행 중이다. 끝까지 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8월에 배달앱에서 주소도 동일하고 사업주도 같은 그 가게가 다시 장사를 하는 것을 발견했다. 먹고 살 길이 그 수밖에 없어 장사를 다시 펼친 것 같은데, 안된다. 지금까지 저질러 놓은 일도 해결하지 않고 누굴 또 난처하게 하려고 하는가! 자잘한 잽으로 마음을 불편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끝까지 가기로 한 거다.


재산명시신청을 넣으며 또 한번 새겨본다. 경제적 독립은 신용을 쌓는 여정이다. 단단한 쌓은 신용을 기반으로 당당히 서 있는 내가 되기를 다짐한다.


강제집행으로 돈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사필귀정이려니 던져 둔다. 그리고 이젠 기억에서 놓는다. 돌아보면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 사장, 그녀의 인생도 바르게 풀리기를 바람하며 안녕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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