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환상 도서관 #01
세상의 끝자락, 축축한 안개가 걷히지 않는 곳에 '이끼 마을'이 있었다.
이곳은 땅도, 나무도, 모든 것이 끈적하고 짙은 녹색 이끼로 뒤덮인 곳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고질병을 앓고 있었다.
바로 ‘부끄러움’이라는 병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목소리, 자신의 외모 등, 심지어 자신이 내쉬는 숨소리조차 부끄러워하여 좀처럼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 이끼 마을의 가장 깊숙한 곳, 거대한 초록색 늪지대 바로 앞에 기이한 집이 한 채 있었다.
거대한 두꺼비 모양의 집이었다.
그것은 살아있는 생물이 아니었다.
녹슨 철판과 버려진 파이프, 덜거덕거리는 톱니바퀴를 억지로 기워 만든 흉측한 고철 덩어리였다.
기계 두꺼비는 배가 고플 때마다 쇠로 된 혓바닥을 늪지대로 뻗어 축축한 이끼 덩어리를 긁어먹었고, 등 뒤 굴뚝으로는 매캐한 검은 연기를 쉴 새 없이 뿜어냈다.
그 녹슨 두꺼비 뱃속에 한 소년이 살고 있었다.
소년에게는 유일한 놀이가 하나 있었다.
바로 두꺼비의 혓바닥 미끄럼틀을 타는 것이었다.
식사가 끝나면 소년은 입 밖으로 길게 뻗어 나온 쇠 혓바닥을 타고 쭈욱 미끄러져 내려갔다.
하지만 이 놀이에는 절대 어겨서는 안 되는 규칙이 있었다.
"절대 늪에 빠지면 안 된다. 저 늪은 한 번 빠지면 영원히 나올 수 없어."
부모님의 신신당부 때문이었다.
미끄럼틀의 끝은 시커먼 이끼 늪지대 바로 위였다.
멈추지 않으면 소년은 끈적한 늪 속으로 빠지게 된다.
그래서 소년은 항상 주머니에 날카로운 녹슨 송곳을 챙겼다.
미끄러운 철판을 타고 내려가다 늪지대의 검은 수면이 보이면, 소년은 주저 없이 송곳을 꺼내 혓바닥 철판을 ‘까앙-!’ 하고 찍었다.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불꽃이 튀고, 송곳이 철판에 깊게 박혀야만 간신히 멈출 수 있었다.
두꺼비 집은 고통을 느끼지 않기에 상관없었다.
그저 긁힌 자국만 늘어갈 뿐이었다.
어느 날 저녁이었다.
소년은 식탁 맞은편에 앉은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이 마을의 이장이자, 기계 두꺼비 집을 만든 기술자인 아버지는 마을에서 가장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의 소심한 사람이었다.
그는 숟가락을 든 손을 떨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아들의 얼굴을 보는 것조차 부끄러워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식사를 차려주자마자 "연료 펌프에 이끼가 꼈어요."라는 말만 남기고 황급히 기계실로 사라졌다.
식탁에는 무거운 침묵과 기계 돌아가는 소음, 그리고 창밖 늪지대에서 올라오는 비린내만이 남았다.
"아빠." 소년이 침묵을 깼다.
"약속했잖아요. 오늘... 같이 이 마을을 나가보기로요. 저 터널 너머에는 다른 세상이 있다면서요."
아버지는 숟가락을 멈췄지만, 고개는 들지 않았다.
"...못 간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였다.
"왜요? 이번엔 꼭 가자고 했잖아요!"
"마을 밖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 전혀 다른 세상이야.
우리의 존재 자체를 싫어해서 자칫하단 범죄자로 내몰릴 수도 있어."
소년은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빠는 이장이잖아요! 그런데 왜 맨날 숨어만 있어요? 저는 아빠가 제일 부끄러워요!"
소년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아버지는 더욱 몸을 웅크리며 그림자 속으로 숨으려 할 뿐이었다.
소년은 홧김에 소리쳤다.
"겁쟁이! 나 혼자라도 갈 거야!"
소년은 두꺼비 집의 입구를 열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질척거리는 이끼 늪지대를 지나 마을 입구를 향해 걷자, 바위 뒤나 썩은 나무 뒤에 숨어 있던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내밀고 수군거렸다.
"어딜 가는 거야? 저 아이, 마을 밖으로 나가려나 봐."
"미쳤어. 거기가 어떤 곳인 줄 알고."
"돌아와, 얘야. 나가면 손가락질만 당할 뿐이야. 우리 같은 이끼들은 그저 늪 옆에 숨어 사는 게 맞아."
사람들은 그림자 속에 숨어 소년의 옷자락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소년은 그들의 손을 뿌리치고 마을 끝에 있는 '터널'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터널 입구에는 한 노인이 쭈그리고 앉아 곰방대를 피우고 있었다.
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괴짜 할아버지였다.
그는 소년을 보며 낄낄거렸다.
"기어이 나가려는 게냐? 네 아비처럼 도망쳐 올 텐데."
"아니에요! 전 아빠랑 달라요. 전 당당하게 걷고 올 거예요."
노인은 소년의 눈에 서린 독기를 보았다.
그는 곰방대를 털며 일어났다.
"좋아. 그 배짱이 마음에 드는구나. 네 꼴을 보아하니 터널을 나가자마자 돌을 맞을 게 뻔해.
내가 선물을 하나 주마."
노인이 입에서 뿜어낸 하얀 연기가 소년의 몸을 감쌌다.
"콜록, 콜록! 이게 뭐예요?" 연기가 걷히자, 소년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기름때와 이끼로 얼룩졌던 옷은 최고급 비단 옷으로 변해 있었고, 시커먼 손톱 때와 거친 피부는 귀공자처럼 하얗고 매끄럽게 변해 있었다.
늪지대의 썩은 냄새 대신 은은한 라벤더 향기가 났다.
"우와..." 소년은 자신의 변한 모습에 황홀해했다.
노인은 엄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명심해라. 이건 마법이다.
네가 스스로를 '부끄럽다'고 느끼는 순간, 마법은 연기처럼 사라질 게다.
고개를 뻣뻣이 들고 다녀.
알겠느냐?"
"네! 걱정 마세요. 전 절대 부끄러워하지 않을 거예요!"
소년은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마을 끝, 터널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터널 안에서는 웅웅거리는 기괴한 바람 소리가 들려왔지만,
소년은 비단 옷의 감촉을 느끼며 콧노래를 불렀다.
터널의 끝에서 눈부신 빛이 쏟아졌다.
소년이 터널에서 나왔을 때, 소년의 눈 앞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세계가 펼쳐졌다.
사방에서 향기로운 꽃 냄새가 났고, 하늘은 물감을 푼 듯 파랬다.
조금 더 길을 걷자, 비취색 기와집들이 늘어선 거리는 활기가 넘쳤다.
소년은 거리를 걸었다.
할아버지의 마법 덕분인지,
지나가는 사람들은 소년을 보며 미소를 지었고 어떤 이들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어머, 저 도련님 좀 봐."
"어느 나라 왕자님일까?"
소년은 어깨가 으쓱해졌다.
이끼 마을에서 느끼던 부끄러움은 온데간데 없었다.
소년은 마치 자신이 원래부터 이런 세상에 속한 사람인 것처럼 당당하게 걸었다.
소년은 아름다운 길을 지나 고요한 숲 속 한 소녀를 발견했다.
그중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눈이 별처럼 빛나는 소녀가 소년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소년은 꽃을 집어 소녀에게 건넸다.
"안녕하세요."
소녀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녀는 소년의 수려한 외모와 고급스러운 옷차림에 호감을 느낀 듯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어디서 오셨나요? 말투나 옷차림이 무척 세련되셨어요."
소년은 순간 움찔했다.
하지만 곧바로 미소를 지으며 둘러댔다.
"아, 저는... 여행 중입니다. 저 멀리... 아주 평화롭고 조용한 곳에서 왔지요."
"어머, 멋지다. 괜찮으시면 저희 정원에서 차라도 한잔하실래요?"
소년은 흔쾌히 수락했다.
소녀와 함께 걷는 길은 꿈만 같았다.
소녀는 끊임없이 소년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책을 읽었는지.
소년은 적당히 거짓말을 섞어가며 대답했다.
거짓말은 할수록 늘었고, 소년은 점점 자신이 만들어낸 '새로운 나'에 취해갔다.
정원에 도착하자 많은 사람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모두가 우아하고 깨끗했다.
소녀는 친구들에게 소년을 소개했다.
"얘들아, 인사해. 오늘 모임에 처음 온 분이셔. 다른 지역에서 오신 분이래."
사람들의 시선이 소년에게 집중되었다.
호기심과 동경이 어린 눈빛들.
소년은 그 시선을 즐겼다.
그때, 연회를 즐기고 있는 한 사람이 물었다.
"그런데 그 바지 주머니에 삐져나온 건 뭐예요? 아주... 독특하게 생겼네요."
소년은 황급히 바지 주머니를 내려다보았다.
소년이 늘 가지고 다니던 '송곳'의 날카로운 부분이 주머니를 뚫고 삐죽 삐져나와 있었다.
늪지대의 뻘이 묻어 녹슬고, 이끼가 낀, 투박하고 더러운 쇠송곳.
그것은 이 완벽한 그림 속에서 유일하게 튀는 오점이었다.
"아, 이건..." 소년은 당황했다.
버리고 왔어야 했는데, 습관처럼 챙겨 나온 것이었다.
"고... 고대 유물입니다. 저희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소년은 송곳을 집어넣으려다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툭-'
둔탁한 소리가 났다.
송곳에는 이끼 마을 특유의 검은 진흙이 묻어 있었고, 더러운 진흙이 주변으로 튀었다.
정적.
아름다운 음악 소리도,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멈췄다.
사람들은 바닥에 떨어진 흉측한 쇠붙이와, 거기서 튀어 나온 검은 오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소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저게 뭐야? 이상한 냄새가 나..."
"유물이 아니라... 이끼 마을의 물건 아니야?"
소녀의 보디가드처럼 보이는 늠름한 남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한 걸음 물러섰다.
"저기... 이건 분명 이끼 마을에 사는 더러운 천민들의 냄새인데. 너, 정체가 뭐지?"
그 순간, 소년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수백 개의 눈동자가 자신을 향해 꽂히는 것 같았다.
동경의 눈빛은 순식간에 의심과 경멸로 바뀌고 있었다.
'내가 천민? ... 뭔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끼 마을에서 왔다는 것을 들키면 안될 것 같아.'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끼 마을 사람들이 항상 무엇인가로부터 경계하고 조심해 하는 아주 작은 몸짓, 부끄러워하는 태도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소년은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땅에 떨어진 송곳과 자신을 경멸의 눈빛으로 훑으며 악에 바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소년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두 귀가 빨개졌고 어디론가 숨고 싶었다.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그리고 소년의 가슴에서는 어떠한 강렬한 감정이 솓구쳤다.
'부끄러움.'
"펑!"
소년의 몸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비단 옷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기름때 묻은 넝마가 드러났다.
하얗던 피부는 거칠고 이끼 얼룩이 묻은 피부로 돌아왔다.
라벤더 향기는 사라지고, 매캐한 늪지대의 냄새가 진동했다.
"꺄악!" 소녀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괴물이야! 이끼 괴물이다!"
파티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람들은 소년을 향해 접시와 음식물을 던졌다.
"저 더러운 걸 당장 쫓아내!"
"경찰을 불러! 천민들이 신성한 곳에 침입했다!"
소년은 바닥에 떨어진 송곳을 주울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뒤를 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잡아! 저 놈 잡아!"
경찰 호루라기 소리와 사람들의 고함 소리가 등 뒤를 바짝 쫓아왔다.
소년은 아름다운 기와집 골목을, 대리석 바닥을 헐떡이며 달렸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아름다운 세상은 소년에게 지옥으로 변해 있었다.
소년은 수수께끼 터널로 몸을 던졌다.
터널의 어둠이 소년을 감싸자, 비로소 사람들의 고함 소리가 멀어졌다.
터널 반대편, 이끼 마을로 나왔을 때 노인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헐떡이며 돌아온 소년을 보며 혀를 찼다.
"거 봐. 내가 뭐랬어."
"결국 저 꼴로 돌아올 줄 알았지."
소년은 귀를 막고 늪지대 앞, 자신의 집으로 달렸다.
녹슨 두꺼비 집이 보였다.
흉물스럽고 거대한,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나의 집.
소년은 두꺼비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버지는 여전히 식탁에 엎드려 있었다.
아버지는 돌아온 아들을 보지도 않고 물었다.
"...보고 왔니?"
소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소년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미끄럼틀 위로 올라갔다.
기계 두꺼비의 차가운 쇠 혓바닥 위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혓바닥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몸이 축축한 쇠에 미끄러지며 속도가 붙었다.
금세 소년은 혓바닥 끝에 다다랐고, 송곳을 사용해 멈춰야 했다.
소년은 주머니를 뒤졌지만, 송곳은 없었다.
파티장에 두고 온 것이었다.
이내 소년은 멈출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상관없다는 듯 혓바닥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저 아래, 미끄럼틀의 끝에 짙은 녹색의 이끼 늪이 보였다.
한 번 빠지면 영원히 나올 수 없는 깊은 늪.
이전에는 빠지는 것이 두려워 필사적으로 송곳을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저 빛나는 바깥세상의 시선보다 저 끈적하고 어두운 늪 속이 훨씬 편안하게 느껴졌다.
누구도 나를 보지 않는 곳.
부끄러움을 느낄 필요조차 없는 곳.
소년은 미끄럼틀 끝에 다다랐다.
멈추려 하지 않았다.
소년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첨벙-"
소년의 몸이 시커먼 늪지대 한복판으로 떨어졌다.
차가운 진흙이 입과 코를 막았다.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목소리 대신 꿀렁거리는 거품만 올라왔다.
늪의 독성은 소년의 몸을 빠르게 파고들었다.
소년의 살갗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손가락과 발가락의 경계가 사라지고, 단단했던 뼈는 흐물흐물한 젤리처럼 변해갔다.
소년의 몸은 더 이상 사람의 형태가 아니었다.
짙은 초록색 점액질이 뚝뚝 흐르는, 이끼와 진흙이 뒤섞인 끔찍한 액체 인간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 광경을 목격한 엄마와 아빠가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왔다.
"아가! 안 돼!"
부모님은 늪에 들어갈 수 없었다.
대신 집 벽면에 매달린 녹슨 화물용 그물을 서둘러 내렸다.
아버지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윈치를 돌렸다.
그물은 늪에서 허우적대는,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초록색 덩어리를 가까스로 건져 올렸다.
그들은 축 늘어진 아들을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소년은 힘없이 방구석에 쭈그리고 앉았다.
아니, 앉아있다기보다는 흘러내리고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인 소년의 몸에서는 끈적한 초록색 이끼 액체가 끊임없이 줄줄 흘러나왔다.
"미안하다... 미안해..." 아버지가 울먹였지만, 소년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기계 두꺼비 집이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방구석에 고인 소년의 초록색 액체를 바닥과 벽이 빨아들이고 있었다.
두꺼비 집은 그것을 최고의 연료로 인식한 것이다.
"우우웅-" 벽에 연결된 파이프들이 꿈틀거렸다.
소년이 기대고 있던 녹슨 철판 벽이 서서히 물렁해지더니, 소년의 등을 감싸 안기 시작했다.
소년의 흐물거리는 어깨가 벽면의 파이프와 융합되었다.
녹아내린 다리는 바닥의 철판과 하나가 되었다.
소년은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벽 속으로, 그 차갑고 딱딱한 기계의 품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
이제 소년은 반쯤 벽에 흡수되어, 집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소년에게 주어진 가장 완벽하고 영원한 은신처였다.
어느새 소년의 형체는 거의 사라지고, 벽면에는 사람 모양으로 불룩하게 솟아오른 기괴한 이끼 자국만이 남았다.
그 자국 위로 끈적한 액체가 땀처럼 흘러내렸다.
집 밖, 거대한 기계 두꺼비는 배가 부른 듯 몸체를 떨었다.
소년의 몸에서 나온 액체를 연료 삼아, 엔진이 힘차게 돌아갔다.
"푸우우욱-"
두꺼비 등 뒤의 굴뚝에서 짙은 검은 연기가 하늘로 길게 뿜어져 나왔다.
그 연기는 마치 세상의 모든 부끄러움을 털어버리고, 영원한 안식을 찾은 소년이 내쉬는 길고 긴 안도의 한숨 같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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