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율앤킴 Aug 20. 2022

현실 공포를 느끼며 노년을 생각해본다

영화 - 퍼펙트 케어

< 퍼펙트 케어 I Care A Lot, 로자먼드 파이크 주연, 범죄 영화, 영국, 2020 >


  오래전 보았던 <나를 찾아줘>의 로자먼드 파이크를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배우는 이래서 배우구나 싶었다. 세월의 흔적도 있겠지만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이 영화는 노령화 사회에서 겪을 현실 공포이자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는 범죄 영화다.


 은퇴한 노인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재산을 관리하는 일에 관해 나온다. 법을 교묘히 이용하여 사적 이득을 취하는 말라가 주인공이다. 사람들에게 말라는 봉사에 가까운 일을 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실상을 알면 말라는 소름 끼치게 무섭고 악랄한 범죄자이다.

 그녀의 범죄 행각을 눈치챈 요양원 고객 아들의 항의에 거침없이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 그녀가 이 사업에서 이젠 범죄 행위 따윈 개의치 않으며 이미 전문적으로 문제 해결을 하며 어느 반열에 오른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의사와 모의하여 혼자 사는 돈 많은 노인들을 물색하다가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았다. 자식이 있는 경우 재산 처분 과정에서 법정 다툼까지 생기는 것이 성가시던 참에, 새로 물색한 캐런은 깔끔하게 말라의 VIP가 된다. 시카고 금융권에서 은퇴한 후, 건강하고 여유롭고 행복하게 노년의 생활을 안정적으로 살아가던 캐런은 말라에 의해 하루아침에 요양원에 감금되는 신세가 된다. 몇 명이 작당하여 이런 범죄 행위를 해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이 현실 공포 같았다.


 그러나, 캐런에게는 비밀을 간직한 조직 보스인 아들이 있었다. 힘 있는 아들의 등장으로 말라가 처절히 응징당할 거라고 기대했건만, 이런 악녀는 오히려 승부수 기질을 발휘한다. 결국 위기를 모면하고 오히려 이 보스와의 동업으로 뉴스에서도 주목할 만한 영향력을 갖춘 사업가로 변신한다. 실제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엘리자베스 홈즈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영화의 내용이 탄탄하고 조금은 심장 떨리는 시나리오를 갖춰 범죄 영화로서 스릴이 있었다. 그러나, 권선징악의 결론이 아닌 화려하게 부활한 말라를 보면서 성공한 인물들 중에서도 이런 자가 있을 거란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다. 여러 차례 법정에 서도 죄가 되는 것이 없어 그녀는 더욱 당당하고 대범해진다.


 이렇게 모든 희망을 놓고 현실 공포에 절망하며 영화가 끝나갈 때 즈음 총성이 울린다. 답답함 끝에 울린 총성은 매우 통쾌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여기에 또 다른 슬픔이 있다. 그녀의 범죄 행위를 응징한 것은 사법부의 심판이 아닌, 그녀의 범죄 희생자였던 것이다. 울분을 참다못해 저지른 행위였고 이로 인해 그 범죄 피해자는 오히려 살인자가 되는 암담한 일이 생긴 것 또한 현실이라는 것이 안타깝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은 몇 가지 흥미로운 관심을 던져줬다. 이가 빠져도 우유에 담아 응급 상황에 민첩하게 대처하고, 자동차가 물에 빠져도 필사적으로 탈출한다. 조직 보스의 협박에도 자신의 계획을 실천하는 대담함을 갖추었다. 냉혈한 같은 삶을 살아도 자신의 연인에게는 따뜻하고 희생적이다. 항시 운동을 하며 자기 관리를 하고 멋진 슈트핏을 선보여 운동 욕구를 불러일으켜주기도 했다. 단발과 선글라스 착용은 그녀를 세련된 악녀로 만들어주었다.

 

 영화에 소수자들이 등장한다. 장애인, 동성애자의 역할이 공교롭게 악당이어서 아쉬웠다.

 영화를 보며 노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돈이 많아 ‘퍼펙트 케어’를 받는다고 한들, 영화 속 노년은 암울하게 보였다. 그러나, 노년에 병과 쇠약함으로 가족들을 힘들게 하고 그들의 인생마저 그 돌봄으로 허비하게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돈이 있어 기관의 케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그나마 행복일 줄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감성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닌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고, 준비된 미래가 필요할 것 같다.


 영화의 내용과 상관없이 그냥 범죄 영화로 즐기기에는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아니, 재미있게 본 영화였다.


#영화 #퍼펙트케어 #로자먼드파이크 #넷플릭스

매거진의 이전글 1994년 홍콩의 여름, 1994년 젊음의 취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