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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앤킴 Sep 03. 2022

개인의 신념에 치밀한 계획과 실행력이 더해진다면

영화 - 미스 슬로운

< 미스 슬로운, 제시카 차스테인 주연, 2017년, 미국, 법정 드라마 >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로비가 합법적으로 인정되고 입법화에 영향을 미치며, 이 과정의 치열함을 보여주는 영화다. 정치물과 법정 영화가 이리 흥미로울지 몰랐다.

 로비라는 말엔 뭔가 권모술수, 부정 청탁 등의 좋지 않은 이미지가 담겨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합법적 과정을 넘어 선과 정의를 추구하기도 하고, 법을 바꿀 수도 있다는 긍정적 면을 보여 주었다.

  

 승률 100% 라는 몸값에 걸맞게 주인공 슬로운은 냉철하다 못해 사이코패스를 의심할 수 있는 인물이며, 자신의 사생활 관리도 독특하다. 슬로운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주인공들과 다른 면의 독창성을 지녔다.

 사회적으로 성공하였지만 그녀의 사생활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불면증과 신경쇠약에 시달리고 있다. "사랑놀음"따위에 시간이나 감정 소모를 하기 싫다는 듯, 남자를 돈으로 사기까지 한다.

 

 성공을 위해 사생활조차 없는 그녀에게 거물급의 정치인으로부터 "총기 규제 강화"의 법안이 가결되지 못하게 해 달라는 사건의 의뢰가 들어온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신념에 맞지 않는다며 대차게 거절해버리고, 조직의 팀원들을 데리고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한다. 그리고, 총기 규제 강화를 위해서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싸움을 시작한다.

 

 미국의 총기 규제와 관련하여 사회적 문제가 많은 만큼 논란이 크고, 양측의 주장이 만만치 않다. 이런 이슈를 위한 로비는 거대 권력과의 싸움이기에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다. 총기 규제 강화를 입법화하고자 하는 쪽은 심신 미약자들이 총기를 소지해서 발생하는 끔찍한 사고를 막자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총기 규제 강화를 반대하는 자들은 거물급 정치인과 무기상과의 결탁 등으로 인해 사회적 정의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명분을 호도하고 로비하는 모양새를 지닌다.

 오직 직업적 성공을 위해 달려온 승부욕이 강한 로비스트인 슬로운은 거물급 정치인들의 로비를 맡는 것이 쉽게 이긴다는 것쯤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렇기에 그녀가 들먹인  ‘신념"이란 단어에서 그 순수성이 의심되었고, 그녀의 행보에 의구심을 지닌 채로 영화를 끝까지 보게 되었다.


 법정의 말미로 갈수록 보여주는 반전과 탄탄한 스토리가 영화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동료들까지 위험에 처하게 만들고, 그녀의 그동안의 이력과 다른 선택을 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한 신념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직업적 철학과 윤리적 충돌이 포착된다.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적에게 발톱을 숨기는 것은 물론이고, 동료에게 조차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모습을 보며 그녀의 직업적 성과가 운 좋게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거대 조직에 맞서며 그들을 응징하는 그녀의 계획과 대응법은 남달랐다. 악을 정의와 선으로만 이겨보려고 순수한 열정을 다하다가 결국 실패하는 나약한 현실 스토리와 달라서 통쾌했다. 물론, 싸워 이기기 위해 법, 윤리와 충돌한 대가로 감옥에 가게 되지만 어쨌든 그녀는 로비스트로서 프로 중 프로였다.


 내가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성공하는 지름길을 안다는 것은 때론 위험한 함정을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때론 교묘히 합법을 가장하여 윤리적 문제와 충돌할 때조차 성과를 위해 유혹을 물리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때 삶의 철학과 가치관의 붕괴가 뒤따른다. 이런 내적 갈등과 고민을 거치지 않고 이룬 성공을 과연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에 관해 생각해 보게 만든 영화였다.


  삶의 철학과 가치관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이룬 직업적 성공이라는 이상적 모습에 관해 골똘히 생각해본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인 조나단 페레라에 대해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영국의 변호사였던 그는 한 때 우리나라 부산의 한 초등학교 원어민 강사로 일한 적이 있고, 이 시나리오는 그 시절 쓴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와 인연이 있는 특이한 이력을 지닌 사람의 집필이란 점이 이 영화의 흥미를 증가시켜 주었다.


 신념을 위해 무서울 만큼 저돌적이고 당찬 주인공은 멋졌다. 여러 모로 흥미롭고 재미있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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