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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이 Sep 12. 2021

나의 직업은?

주부도 직업인가요?

직업이 무언지 묻는 질문을 마주할 때마다 어쩐지 쪼그라들고 당당하지 못한 기분이 들어 마음이  좋지 못했는데  이유가  스스로 주부라는 일을 너무 과소평가하면서  안에 내가 속해있음을 부정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유교적이고 가부장적인 가정 분위기가 오래도록 이어져  우리나라에서 보통의 가정에 나고자란 나란 사람이 사회 변화와 더불어 여권 신장의 혜택을 받아 학력과 일적인 면에서 누구와도 동등한 경쟁을 하고 평가받는데 익숙해졌고 그렇지 못한 사회를 겪은 부모세대로부터 장하다 잘한다 나처럼은 살지 말아라 입버릇처럼 들어온 말들에 세뇌되어 마치 여태까지의 나는 멋지고 잘난 삶을 살았는데 갑작스레 결혼과 출산을 거치면서 그렇지 못한 삶으로 굴러 떨어진 것처럼, 뭔가 놓친  빼앗긴  억울한 기분도 들었던  같다.


어린 시절을 지나 유치원에 입학하면서부터 늘 학교나 직장 그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는 것이 당연했고 소속을 놓친 어떤 시간조차도 내가 속할 어딘가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었으니 온전히 가정의 울타리에만 속해있는 주부라는 위치가 스스로 낯설고 어색했나 보다.

늦은 나이의 결혼, 어렵겠지 지레 겁먹고 마음 내려놓자 다짐 중에 고맙게도 우리에게 와준 아들과 딸을 낳아 기르면서 이렇게 감사한데 뭘 못하겠나 선뜻 선택한 주부라는 삶이 이리도 힘들고 어려울 줄 짐작도 못했으니 그간의 내가 주부의 시간들을 참으로 박하게 평가하였구나 싶다.

결혼과 육아를 겪어봐야 진짜 어른이 된다고 하였던가. 이제야 나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부의 시간은 온전히  것일 수가 없다. 청소와 빨래, 식사를 준비하는 모든 일들은 나보다는 가족을 위한 것이고 그들의 일과에 맞춰 준비되기 때문이다. 주부가 처리해야 하는 집안일   어느 것도 쉬운 것이 없다. 그냥 하면   같지만 설거지 하나만 보더라도 그릇의 종류나 재질에 따라 수세미가 달라지고 힘의 강도도 달라져야 한다. 요즘은 살림살이를 도와주는 가전제품들도  나오고 세분화, 전문화된 업체들이 생겨나 빨래도 청소도 맡기는 이들이 많다지만 경제사정이 따라주어야 가능한 일이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주부가 가진 살림 노하우가 많다면 그만큼 수월하게 가정을 꾸려나갈  있기 때문에 주부의 역량은 너무나 중요하다는  7 차에 접어든 나의 생각이다.


하루하루 살림살이를 해오는 과정은 내가 무의식 중에라도 주부에 대해 얼마나 잘못 생각하고 판단해왔는지를 깨닫고 깨지는 과정이었다 해도 무방할 것이다. 사람에 따라 적성과 성향이 다르고 능력의 차이가 있겠지만 가정을 이룬 남녀가 역할분담을 어떻게 하든지 간에 주부의 역할은 필요한 것이고  일을 대하는 자세에 따라 과정과 결과는 달라질 테니 나의 생각과 자세를 다시 한번 고민해보게 되는 것이다.


7년 세월이 무색하게도 아직까지 살림 사는 실력이 한참이나 부족하지만, 육아에서도 언제나 실수와 후회가 반복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부임으로 가정을 잘 이끌어가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기에 선배 주부들에 대한 존경심과 더불어 결코 수월하지 않고 단순하지 않은 주부로서의 삶을 즐겨보자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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