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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이 Oct 03. 2021

편견, 고정관념, 선입견

남편에 대한 단상

누군가 나의 외모나 어떤 단편적인 행동을 보고 혹은 변할 수 없는 환경적 요인을 가지고 실제 나와는 다른 어떤 모습으로 오해하고 나를 단정 짓는다면 속상하고 마음 상한 것을 넘어 너무 억울한 기분까지 들 것 같다.


나는 얼마나 많은 편견과 고정관념과 선입견으로 세상을, 사람을 대했을까.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세상을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 실수를 저지르게 되는 것 같다.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내가 그를 보는 눈은 참으로 잘못되어 있었다.

일단 나이가 많았다. 적지 않은 나이인 나보다도 다섯 살이나 많은 나이. 지겹도록 노처녀 소리를 들어가며 어디 이상한 것도 아닌데  아직 혼자냐는 , 눈이 하늘 꼭대기에 있는  아니냐는 , 일도 중하지만 사람이 가정을 이뤄야지라며 대충 만나~ 사람이  거기서 거기지 라는 말들.

비혼 주의는 아니었지만 굳이 어정쩡한 마음으로 결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기에 정말 마음이 가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면 그냥 이대로 혼자 살겠구나 했는데 주변인들의 걱정 어린 마음부터 동정까지도 실린 시선들을 마주하면서 그렇게나 마음을 다쳤으면서  또한 그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았음을.


다음으로 그가 사업을 한다는 거였다. 나는 그냥 평범하고 성실한 직장인이 좋았다. 그때까지의 나는 사업을 한다고 하면 뭔가 허황되고 허풍스러운 괜히 어깨에 힘만 잔뜩 들어간 이미지를 떠올렸기에 그것도 맘에 들지 않았다.

규모 있는 사업체가 아니라 당시 일인기업으로 경제적 안정을 이룰  있겠나 싶기도 했던  같다. 말로는  어떤 일을 하는지가 아니라 어떤 자세로  일에 임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세상 꼬인  없는 사람인척 매사 트인 사람인양 굴었으면서.


그는  경상도 사람이었다. 반면 나는 전라도 출신. 역사적 아픔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마음속 깊은 곳에 아주 약하게 자리하던 지역감정이 꿈틀댔던 것인가. 경상도 사람은 유독 무뚝뚝하다던데, 보수적이라던데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아직 만나기도 전인 사람의 외적 조건과 환경적 요인만으로 나와는 정치성향도 다를 것이고 서로의 집안 어른들이 출신지역을 맘에 들어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무뚝뚝 할 텐데, 그 나이까지 솔로이니 어딘가 이상해도 이상할 텐데 해가며 근거 없는 편견과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혼자 쌓아 올리고 있었다.


실제의 그는 아주 다정한 사람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한결같이 자상한 모습에 대화가  통한다 느꼈지만 살아보니  가정적이고 나와 여러 면에서 취향도 성향도  맞는 편이다. 물론 순간순간 욱하고 버럭 하는  기질을 남편이  참아주어 가능한 것임을 나도 알고 고맙게 여기고 있다.


엄마는 늘 우리 김서방 같은 남자를 만나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늦게까지 혼자라 맘고생을 했는데 이런 사람을 만나려고 그랬나 보다며 노상 사위 칭찬에 여념이 없으시고 그때마다 나는 당신 딸이 괜찮은 사람이라 좋은 사람을 만난 것이며 사람 보는 안목 있는 딸을 대견히 여기라며 짐짓 으스대지만 나 또한 정말 다행으로 생각한다.


남편도 나에 대한 어떤 단정적인 시선이 있었을까 물어본 적이 있는데 당시의 내가 요리 관련 공부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먹는 것 하나는 잘 얻어먹겠다 했었나 보다. 신혼 때야 나도 매일 메뉴를 고민해 정성을 들여 식사를 준비하고 특별한 날이면 평소와 다른 음식으로 분위기를 내기도 했지만 빠르게 찾아와 준 고마운 아기가 엄마를 해방시켜 주었다고 해야 하나.


일상적으로 7첩 반상 정도는 기대했을 남편에게 지면을 빌어 미안함을 전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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