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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이 Oct 06. 2021

나이 듦이 왜? 뭐?

자꾸만 궁금한 너무 멋진 그분에 대해

언제부터 뵈었더라?

기억이 정확치 않은데 아이의 하원을 위해 단지 내 게이트에 나갈 때마다 자주 그분을 뵙는다.

아무리 봐도 할머니이실 거 같은데 - 우리 부부부터도 그렇고 요즘에는 나이 든 부모가 많기 때문에 부모인지, 조부모인지 제대로 알기 전에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고 사실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외모를 가지신 분도 너무 많다 - 자꾸만 나의 시선이 머물게 하는 그분.


대화를 나눠본 적도, 심지어 인사를 나눠본 사이도 아니기에 어떠한 것도 아는 바가 없고 그저 외모에 대한 내 느낌뿐. 단지 아는 것이라고는 나보다 5분 정도 먼저 손녀로 보이는 아이를 픽업하신다는 사실뿐이다.


언제나 너무 멋진 패션으로 내 눈앞에 나타나신다.

단정하게 빗어 올려 정리한 쇼트커트 헤어스타일에 날씬하고 꼿꼿한 바디, 색감과 스타일을 멋지게 잘 살려 맞춰 입은 옷과 신발에 가방과 액세서리까지. 잘 차려입은 정장 스타일뿐만 아니라 캐주얼한 복장을 하거나 운동 복장을 하실 때도 있는데 어느 때고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스타일링을 보여주시는 그분. 뵐 때마다,

“혹시 시니어 모델이신가요?”

여쭤보고 싶은 충동을 꾹 누른다.


나는 스타일에 아주 뛰어난 감각이 있거나 그를 받쳐주는 외모나 자신감 또한 갖추지 못해서 늘 평범하게를 고수했지만 멋지게 스타일링해서 그것이 너무 잘 어울리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못해 샘이 나기도 한다. 연예인 중에 너무 예쁜 스타일들이 많지만 갑작스레 손꼽아보자면 차승원, 최화정, 정재형, 공효진 정도인데 결과를 놓고 보니 나의 로망이 반영된 결과인가 싶기도 하다.


나이 먹을수록 멋진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 대접만 받고 싶어 하는 꼰대 소리 듣는 어른 말고 누구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고 친구가 되고 싶은 어른.

스타일과 성향적 면모의 상관관계를 논할 생각은 아니고 이것 또한 환상일지 모르나 할리우드 배우처럼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도 폼이 나는 노인으로 나이 들고 싶었다.

아이들을 기관에 보내 놓고 집안일 사이사이 빠져들어 보게 되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다섯 친구들의 모습이 요즘 나의 그런 로망을 더 자극시킨 것 같다.


저분이 어떤 분인지 나는 모른다. 텔레비전에서 보이는 이미지만으로 각인된 연예인들의 실제 모습이 또한 어떠한지 나는 모르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자기의 삶을 즐기고 타인을 수용할 줄 알며 멋스럽게 늙어가는 모습으로 나에게 느껴진 것 같다.


실생활에서의 나는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데 자꾸만 스스로 몸을 사리게 된다. 아이를 처음 키운다는 동일 조건이긴 하지만 젊은 엄마들 틈에서 어울리고 싶지 않은 엄마는 되지 말아야겠기에 바꾸기 어려운 외형적 조건들은 두고라도 내면적 사고는 세련되게 가져가 보자 하지만 그게 더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멋진 스타일의 시니어모델 같으신 그분을 보며 내면도  멋지신 분일 거라고, 지금까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멋지게 살아오시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이 어리다는 핑계로, 체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자기 관리에 나태해진  모습을    반성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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