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성에 좌절감을 느낀 날
아~~~~~악
어디 가서 소리라도 크게 한번 지르고 싶었다.
울며 떼쓰는 저 아이들을 내버려 두고 도망이라도 치고 싶었다.
내 안에 솟구치는 화가 주체가 되질 않아 아이들에게 모진 말을 쏟아내고도 씩씩대는 감정을 껴안은 채 외돌아 주저앉은 나는 흡사 미친 사람 같았다.
울던 아이들이 진정되고 슬슬 내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널뛰던 내 감정도 가라앉고 이성이 돌아오면 기분은 이제 저 바닥을 향해 내리 꽂힌다. 아이들에게 쏟아부은 모진 말이, 밀쳐내던 행동들이 다시 내 가슴에 비수가 되어 돌아오고 엄마답지 못한 스스로의 모습은 끝내 눈물을 쏟게 만든다.
나는 모성애가 모자란 걸까? 인성이 부족한 걸까? 아니면 둘 다인가?
여태껏 살아오면서 사람 나쁘다는 소리는 안 들어봤는데... 오히려 성격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지.
나 스스로도 까칠한 부분은 있지만 긍정적이고 문제 해결도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해왔었는데 오판이었나?
늦은 결혼에 축복처럼 나에게로 와준 아이들이 저렇게 예쁘고 건강한데 그 감사함을 모르지 않으면서, 내가 무슨 대단한 일을 하고 얼마나 성공하겠다고 일을 못 놓겠나 둘 다 잘 해낼 자신은 없으니 애 키우는 게 중요하다 오랜 고민 없이 육아에 전념하자 했으면서. 언젠가 한 번쯤 품어본 현모양처의 꿈을 실현할 기회가 와주었다 오히려 기쁘게 받아들이고 잘해보자 으쌰 으쌰 했었는데.
일을 놓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사정이 있을 수 있고 일과 육아를 똑 부러지게 잘 해내는 능력자들도 많고 사회에서 쌓아 올린 많은 노력들을 뒤로하고 육아에 전념하고 있는 엄마들도 많다.
둘의 균형을 이루면서 행복을 실현해가는 이상적 모습이 잘 구현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회적, 제도적으로 현실화되기는 긴 시간이 필요해 보이고 아직은 스스로 극복해내야 하는 요소들이 많아서 멘털이 튼튼하지 못한 나 같은 사람은 별거 아닌 일에도 이렇게 금세 휘청거리고 만다.
오늘은 정말이지 내 인성의 저 바닥 끝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내가 이렇게 못된 사람이었나. 내 소중한 아이들을 상대로 이토록 모질게 굴다니...
참으로 못났다.
한바탕 폭풍우 휘몰아치듯 컨트롤되지 못한 내 언행으로 여린 내 새끼들 마음은 얼마나 다쳤을까.
잠든 아이들 얼굴을, 손과 발을 쓰다듬으며 스스로를 질책하다 보니 이토록 성숙하지 못한 내가 엄마 자격은 있는 건지 자괴감에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엉킨 생각과 감정들로 얼마나 시간을 보냈을까. 엄마 머릿속만큼이나 서로 엉킨 채 자고 있는 아이들의 몸을 똑바로 누이고 저 멀리 차 버린 지 오래인 이불을 끌어다 덮어주었다.
인성이 부족하고 모성애가 모자란들 어쩌겠나. 이 아이들의 엄마는 이러한 나. 수없는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어내겠지만 그때마다 이겨내야 하는 주체 또한 나와 이 아이들인 것을.
중요한 사실 하나는 어떤 경우이든 엄마라고 변함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이 아이들의 간절함과 내쳐버릴 수 없는 나의 애절함이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바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언제나 그렇듯 정리되지 않은 생각과 감정의 결론은 사랑이라. 그거면 되었다. 또다시 하루를 시작하는 힘이 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