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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이 Nov 18. 2021

수능날의 실천

운동을 시작하다

첫 조카라 그런 걸까. 그다지 살갑지도 않은 녀석에게 나는 유독 왜 이렇게 약한지.


미혼이던 시절 친구들과 백화점을 가도 아이 물건을 뒤적이고 여행을 가도 꼭 조카 녀석 선물은 챙겼고 좋은 곳, 기억에 남을 경치를 봐도 나중에 녀석과 같이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회사생활에 지친 몸을 끌고도 녀석 얼굴을 보고 나면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기분이었다.


아이 티를 벗으면서 점점 더 살가움을 기대하기 힘들어지고 사춘기를 지나 나의 로망이던 조카와 술도 한잔 하고 친구처럼 놀자가 가능한 나이가 코앞이지만 녀석이 해줄지도 의문이고 나에게 딸린 쪼꼬미들 때문에 현실화될지 모르겠다. 다른 조카들도 있고 내 자식도 둘이나 생겼는데 첫 조카를 향한 이모의 짝사랑은 여전히 계속되는 중이다.


이모가 쏟은 애정과 기대에 비해 이모를 친구처럼 친밀하게 대해주지는 않는 녀석이지만 야무지게 자기 본분을 다하던 이 녀석이 오늘 수능을 본다.

중학생 때부터 하고자 한 일이 확고해 고등 입학을 앞두고도 부모를 설득해 원하던 곳에 입학하더니 대입 준비도 미안할 만큼 엄마 도움 없이 척척하더란다.

수시 원서를 넣고 수능 준비를 하면서도 요란 떠는 게 싫다며 덤덤하게 고시장으로 들어갔다는 녀석.


며칠 전부터 내가 다 떨리고 결과를 기다리는 이 시간들이 초조하게만 느껴지는데 본격적으로 어른들의 세계에 발을 디딜 녀석에게, 오래도록 인내의 시간을 버텨왔고 앞으로도 끈기 있게 걸어 나가야 할 내 첫 조카에게 이모가 마음을 다해 응원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아무래도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만 하던 시간이 꽤 길었는데 오늘 수능을 보는 조카 덕에 운동과 담쌓았던 이모가 몸을 움직였단다.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나서 시간을 보니 이미 시작했을 시간이라 마음이 자꾸 울렁울렁해서 박차고 나와 기도하는 마음으로 걷기 시작했어.

네가 태어나던 때부터 지금까지의 모습들이 쭉 생각나고 나와 비슷한 부분들이 있어서 뭔가 뿌듯했던 기억, 불쑥 한마디 해서 감동시키던 일들이 떠오르면서 한 시간이 후딱 가더라.


이모는 너의 수능날을 시작으로 삼아 꾸준히 걷기 운동을 지속해보려 해.

오늘처럼 기도하는 마음일 때도 있겠고 대부분은 별생각 없이 걷겠지만 너를 응원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걷기 운동이 나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나아가 많은 사람을 응원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막상 해보니 귀찮고 힘든 것보다 뿌듯하고 건강해지는 느낌에 기분이 좋았거든~




사랑하는 내 조카와 많은 시간 인내하며 오늘을 준비한 모든 수험생들 응원합니다~

버텨온 시간들만으로 이미 승자인 그대들의 앞날에 행복이 함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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