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이 Nov 18. 2021

자존감 높이기

악동뮤지션이 내게 준 충격

아이들에게 영상을 되도록 덜 보여주려다 보니 우리 부부는 텔레비전을 거의 보지 못한다. 그래서 최근 인기를 끄는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혹은 연예인을 거의 모르고 사는데, 작년쯤이었나 아마 부모님 댁에 갔다가 우연히 보게 된 것 같다.


천재적 재능과 독특한 자신들만의 색깔을 가지고 무슨 오디션 프로그램에선가 인기를 얻기 시작해 성공적으로 가수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남매라는 사실과 간신히 얼굴 정도나 알고 있던 악동뮤지션이 출연해 있었고 누구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MC와 인터뷰 형식의 대화를 하고 노래를 들려주던 프로였나 보다.

간간히 노래 정도는 들어보았기 때문에 재치 있고 번뜩이는 생활 속 가사도, 남매의 맑고 예쁜 목소리도 좋은 느낌으로 가지고 있었고 흔하지 않은 성장배경이 관심을 끌기도 했었지만 그날 우연히 보게 된 그 프로그램 속 티격태격하는 현실 남매의 인터뷰 중에서 시간이 지나 정확한 워딩은 희미해졌지만 뇌리에 꽝 울리던 느낌은 그대로 악뮤 특히 수현이 나에게 각인되었다.

오빠인 찬혁이 동생인 수현에게는 부러운 게 없다면서 자존감이 매우 높아서 그냥 자기가 최고인 줄 안다고 뭐 그런 뉘앙스였는데 그 말이, 그 아이의 그 마음이 나는 너무나 놀라웠고 또 부러웠다.

잘나고 끼 있는 사람들의 집합체 같은 연예계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외모 혹은 재능을 가진 사람도 기가 죽기 쉬울 것 같은데 저런 강력한 자존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성장했길래 가능한 것일까.


지금 생각해보면 내 생애 그 어느 때보다 반짝거렸을 시절에도 나는 스스로 날씬하지 못하다 생각했고 외모에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눈에 튀지 않는 평범한 스타일만을 고수하면서 좋아하는 스타일들이 있어도 어울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으로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었다. 비단 외모뿐 아니라 어떤 일에도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고 부끄러움과 어색함 속에서 소극적으로 행동하고 다른 이를 부러워하는 시간들을 보냈는데 나이 먹을수록 그게 그렇게 후회가 되는 것이다.

내가 그리 못난 것도 아닌데,

꼭 잘하는 사람만 앞에 서는 게 아닐 텐데,

이 정도면 부끄러운 정도는 아니지 않을까.

뻔한 스타일의 내가, 주어진 삶을 적극적으로 주체적으로 살아내지 못하고 있는 내가 스스로 답답하게 느껴지면서 이런저런 시도들을 해보기 시작했을 때  내 삶은 더 풍성해졌고 즐거워졌던 것 같다.

또 오랜만에 만난 친구로부터 많이 변한 것 같다고, 지금이 훨씬 보기 좋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었다.


왜 그렇게 남들 시선만 신경 썼을까. 누군가에게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내가 좋으면 그만 일 텐데 스스로 옥죄어놓은 틀에 갇혀서 아까운 시간들을 흘려보냈구나 싶은 아쉬움이 있지만 더 늦게 전에 조금씩 틀을 깨고 이렇게나마 변화한 내가 기특하다고 스스로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많이 부족한 틀 깨기임을 알기에, 내 인생에 대한 아쉬움에 더해 지금은 또 내가 틀에 갇히면 아이들도 그렇게 키울 것 같은 두려움이 생겼다.


그 아이가 그리 성장하도록 그 부모는 어떤 교육관과 삶의 태도를 가졌을까.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에서 후회되는 부분을 지속하지 않도록, 내 자식들에게는 물려주지 않도록 나는 어떤 방식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내 삶을 대해야할지 자꾸만 고민이 많아진다.


작가의 이전글 한우다 한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