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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이 Sep 20. 2021

엄마 내 실력이 어때?

나이 많은 엄마의 고백

젊은 엄마들의 정보력에 솔깃해 거기에 편승하는 일이 잦았던 듯하다. 대체로는 만족스러운 선택이었어서 고마운 마음인데 자전거 사건은 반은 성공, 반은 후회다.

아이 둘을 키우다 보면 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샘을 내는 바람에 결국 똑같은 걸 제공하게 되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되는데 이번 자전거 사건도 그런 경우이다.


자전거에 관심을 가지는 큰애의 욕구를 더는 미룰 수가 없어서 보조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구매했다. 가만있을 둘째가 아니라 기어이 오빠 자전거를 타겠다고 난리를 부리는 통에 열심히 설명을 해가며 동의를 얻고 페달 없이 밀며 타다가 균형감각을 키워주어 보조바퀴 없이 바로 두 발 자전거로 넘어가게 해 준다는 밸런스 바이크를 추가 구매했다.

일반 자전거는 바퀴 인치수를 아이의 성장에 따라 자주 바꿔주어야 해서 번거롭고 비용도 걱정이던 차에 밸런스 바이크의 사용기간이 훨씬 길고 둘이 같이 타도 된다는 판매처 사장님의 말과 엄마들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바로 결정하고 구매를 한 거다.


한동안은 뜻대로 되는 듯했다. 새로 자기 몫의 자전거가 생겼다는 기쁨에 둘째도 만족했고 아직 조금은 버거운 듯한 본인 자전거와 방식이 다른 동생의 자전거도 타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첫째의 만족도는 더욱 높았다.

한동안 자기 것보다 동생의 밸런스 바이크를 더 많이 타면서 점점 발이 공중에 떠 있는 시간이 늘어나더니 보조바퀴 떼고 한 번의 시도에 바로 두 발 자전거 타기에 성공했으니 첫째 덕분에 절반은 성공한 셈이랄까.

둘째는 엄마의 꼼수를 비웃듯 한두 번 타보더니 힘들고 뜻대로 되지 않는 밸런스 바이크가 싫다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등 하원 때마다, 주말마다 킥보드로 겨우 달래 버텨오던 중에 한계에 다 달았는지 울며 난리다.


“나도 저거~~~~

  오빠 같은 거~~~~

  이렇게 이렇게 돌리는 거~~~”


페달 있는 자전거를 사내란다.

것도 핑크 핑크 한 예쁜 거여야 한단다.


말도 통하지 않는 미친 네 살. 그녀의 떼씀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자신이 없어 조금 일찍 바꿔주고 말았다.


페달에 발이 겨우 닿는다.

뒤에서 잡을 수 있는 부모용 보조 손잡이를 달았다고는 하지만 핸들의 방향 조절도 잘 안 되는 아이를 태우고 자전거 타기란 ㅠㅠ


“왼쪽~~”

“오른쪽~~”

“똑바로~~”


제대로 할리가 없다.

당연히 내 손이 핸들로 향하고 마는데 아이는 우긴다.


“엄마 손 치워~”


하아 ㅠㅠ


몇 바퀴 만에 엄마는 진이 다 빠졌어 ㅡㅡ.

그래 놓고 이 녀석은 의기양양 한마디 한다.


“엄마 내 실력이 어때?”


응???

저 단어는 또 어디서 주워듣고 때에 맞춰(?) 써먹는 건가?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의외의 말이나 표현, 행동에 놀라곤 하는데 딸이라 그런가 둘째라 그런가 아주 수시로 엄마를 놀라게 하고 어이없게도, 기함하게도 하는 거다.


딸아…

엄마가 말이다. 다른 엄마들보다 나이가 많아…

좀 많이 많아…

니 자전거 꽁무니에서 요리조리 흔들리는 불안한 너를 끌고 몇십 분만 지나도 엄마는 녹초가 된단다.

회복하는데도 오래 걸려 ㅡㅡ;;


핑크 핑크 한 예쁜 자전거를 소유하게 된 딸은 만나는 사람마다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다.

엘리베이터에서도, 가게에서도, 등원할 때도 잘 알지 못해도 부딪히는 모든 사람에게 얘기한다.


“나 자전거 있어요. 예쁜 거예요~.”

“이거 내 자전거인데요. 예쁘지요?”

“엄마가 나한테 자전거 사줬어요~”


그래 네가 그만큼 기쁘다니 엄마도 보람 있구나...

그래... 그렇단다.


늘 신랑이 하는 말이 있다.

쟤들 중학생?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면 우리  필요해.  찾지도 않을 텐데지금 열심히 쫒아다니자~

공감하는 바이고 실천하려 애쓰지만 체력이 달리니 참 어렵다. 그래서 엄마는 오늘도 몇 알인지 모를 영양제를 챙겨 먹었어. 너희들과의 시간은 엄마에게도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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