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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이 Sep 28. 2021

아빠의 모습도 좋았어? - 1

옛날이야기해주세요~

6살 난 아들 녀석이 요즘 들어 자꾸만 잠들기 전에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그 옛날이야기란 것이 다름 아닌 아빠와 엄마가 처음 만난 시절의 이야기나 자기와 동생의 아기 때 이야기를 말하는 것인데, 어느 날 유난히도 잠들기 힘들어하던 아이가 옛날이야기를 해달라 조르는 통에 전래동화 몇 가지를 해주고 밑천이 떨어져서 하는 수 없이 아빠와 엄마가 이러이러하게 만나 결혼을 했고 너희들이 와주어서 지금에 이르렀단다 했던 이야기가 아이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는가 보다.


“엄마 오늘도 옛날이야기해줘~”

“옛날이야기? 해주면 잘 거지?”

“응”

“음.. 옛날에 사이좋은 형제가 살았는데~”

“그거 말고~~”

“그럼 뭐?”

“엄마랑 아빠랑 만난 거~~”


그때부터 아이는 옛날이야기라며 매번 똑같은 내용일진대 지겹지도 않은지 자꾸만 조르는 것이다. 이 와중에 또 4살 난 둘째는 자기 이야기가 한창이다.


“엄마~ 오빠가 엄마 뱃속에서 떼굴떼굴 먼저 나왔잖아. 그리고 내가 엄마 뱃속에서 떼굴떼굴 굴러서 뽕 나왔지? 내가 애기였을 때 그랬잖아~ 그렇지?”


아빠 엄마가 너무 원했지만 나이가 많아서 안될 수고 있겠다 생각하던 차에 감사하게도 아기가 생겨서 처음엔 콩알만 했던 네가 조금씩 커지고 엄마 배가 이만큼이나 불렀다가 네가 태어났어~ 그리고 너에게 동생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또 걱정이 앞서던 차에 아기가 생기고 동생이 태어났어 해주었던 이야기가 함께 듣고 있던 그 작은 머릿속에서 저렇게 각색이 되었나 보다.


서로 지 이야기가 우선이라 또다시 티격태격이다. 싸우는 아이들을 두고 오늘도 그냥 비슷한 이야기를 해내려 가는데 큰 아이가 묻는다.


“엄마는 아빠가 왜 좋았어?”

“응?”


글쎄 왜 좋았더라… 아빠랑 대화하는 게 재미있었어.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아빠의 모습도 좋았어?”


조용히 듣고 있던 남편과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아이에게서 나올지 몰랐던 질문이기도 하고 사람이 사람에게 호감을 가질 때 무시하지 못할 요소인 외모를 우선순위로 두는 일이 뭔가 속물적인 것인 양 여겨져 굳이 뒤로 미뤄두는 내 속성을 들킨 것만 같기도 했다.


맞아.

엄마는 아빠의 모습도 좋았어.

일단 키가 작지 않았고 너무 마르지도 않았고 호감 가는 얼굴에 옷도 엄마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잘 입고 나왔었단다.

만남을 약속한 이후  번이나 날자와 시간을 변경하고 서로 엉뚱한 장소에서 기다리다 최종 약속시간보다 이십여분이나 지나서야 대면하게 되면서 ‘ 사람 뭐지? 짜증 ~’ 엄마 속마음이었는데, 다년간 사회적 경험에 의한 표정관리와 대응의 기술로 어리바리 당황스러워하는 아빠를 노련하게 식당으로 이끌고 대화를 주도했었단다.


그날 아빠의 외모가 엄마 마음에 썩 들지 않았었다면 그렇게까지 친절할 수 있었을까 자신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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