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병동에서 퇴원하고 몇 년이 지난 후 우연히 심리상담소를 찾은 적이 있다. 유난히 힘든 시기는 아니었지만 청년을 대상으로 무료로 운영하는 곳이 있어 호기심에 방문해 본 것인데 나는 그곳에서 내 안에 나도 모르게 감춰져 있던 우울증의 뿌리를 발견했다. 상담사는 내 모습이 비춰보일 정도로 투명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마치 낫처럼 예리한 질문들로 내 마음을 파헤쳐 내 우울증의 원인을 찾아주려 애썼다. 그런데 왜인지 솔직하게 대답을 하는 것이 버거웠다. 한마디 한마디 꺼내려할 때마다 목이 메이며 눈물이 고였다. 상담사의 질문들이 마침내 잊고 싶었던 과거로 나를 차원이동 시키자 결국 나는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아이처럼 엉엉 울음을 쏟아내었다.
당시 나는 삶이 견디기 괴로워 상담소를 찾은 것이 아니었다. 앓았던 우울증은 입원을 하고 약을 먹어 완치된 줄로만 알고 있었고 경미한 우울감은 누구나 겪는 것이라 여겨 내게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안에서는 여전히 치료되지 못한 병증이 진행되고 있었다. 원인을 끝내 알아내지 못한 채 치료가 종료되었었기 때문이다. 결국 우울증의 뿌리를 캐낸 심리상담사는 내게 원인의 제공자와 제대로 이야기해 볼 것을 권했으나 나는 이후로도 몇 년이나 대화의 물꼬를 트지 못했다. 과거처럼 외면받고 나약하다거나 한심하다거나 하는 가시 돋친 말을 듣고 흉터 위에 또 한 번 상처를 입게 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내가 원인이라는 소리를 듣기 전에 스스로 나 때문이라고 판단을 내려버렸다. 그게 편하다고, 내가 괜찮다고, 내가 나를 잘 안다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여태껏 과거에 머물며 여전히 작은 아이인 채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던 나를, 나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