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증은 고등학생 때 처음 발병되었다. 어느 날 찾아온 강박증이 먼저 나를 괴롭히더니 그것은 우울증마저 데려와 내 머릿속을 완전히 잠식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혼자 있을 땐 늘 죽음을 생각했고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땐 본능적으로 그것을 숨기려 더 밝은 웃음을 짓고 다녔다. 나조차 이런 나를 이해할 수 없었기에 주변인들은 당연히 나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 판단했고 고통을 해소하는 방법을 몰랐기에 그저 참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다 숟가락이 너무 무거워 밥 한 끼조차 제대로 먹을 수 없게 되어서야 비로소 가까운 사람들에게 호소를 했으나 안타깝게도 처음에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더욱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확립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첫 sos는 나약한 사람이라는 평가만을 남긴 채 무시되었고 나는 결국 다시 멍들고 찢긴 내 마음속에 우울을 꾸역꾸역 집어넣어 가며 참아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찢어진 가방에 물건을 계속해서 넣는다고 생각해 보자. 그 가방이 아무리 클지 언정 언젠가는 견디지 못하고 결국 터지게 된다. 처음에는 눈물로써 터져 나왔고 다음에는 무력한 한숨으로 터져 나왔으며 끝내는 발작증세로 터져 나오기에 이르렀다. 나와 주위사람들은 그제야 심각성을 깨닫고 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자신의 질병을 참아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꼭 정신질환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내가 우울증을 참을 수 없는 것이라고 강경하게 표현한 것은 사실 참지 않아도 괜찮다는 의미이다. 참으며 괴로워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나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물론 약 한 알만 먹으면 마법처럼 행복해진다든지 하는 방법은 없다. 어쩌면 낫는 데에 생각하는 것보다 더 긴 시간과 많은 방법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태 그래왔듯 앞으로도 그저 참는 것만이 방법은 아니라는 것을 꼭 말해주고 싶었다. 그동안 참아내느라 너무 힘겨웠겠다는 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