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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중교수 Nov 16. 2019

[김한중 시인] 소유所有의 방

소유所有의 방 


내 마음에는 여러 개의 방이 있다

힘든 하루, 무거운 발걸음을 잠시 쉬게 할 나의 방

멀리 떠나 다시 돌아올 것임을 약속한 당신을 기다리는 방

여러 개의 방 속에 하나를 가졌을 때 다른 방을 비워두고 싶은 마음이 있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나와 다른 타인을 또 하나의 나로 삼는다는 것

당신의 것을 내것으로 삼는다는 것

소유 또 하나의 집착

비워둔 방을 내어 놓지 않겠다는 소유所有 의지 


당신을 처음 사랑했을 때

나는 소유가 아닌 공유의 방을 갖고

내 안에 들어 있는 당신의 방을 부수고 깨뜨려 버리고 싶었다

모든 방문을 걸어 잠그고 싶었다 


각각의 방에는 색이 있다

당신을 사랑했을 때의 격정의 빨간 방

당신과 함께 공존할 때의 평안의 녹색 방

당신이 떠났을 때 다시 올 것을 기대하는 희망의 노란 방 


사랑하는 이여

그대가 머물 마음의 방에

당신을 위한 향초를 켜고

당신을 위해 깨끗한 세마포를 준비할 테니

부디 나의 마음의 방으로 어서 오세요


▲ 어느 초겨울 어느날 지리산 골짜기에 두르미가 외로이 앉아 있다     © 한국농업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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