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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유자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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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Sep 19. 2015

식습관의 동기화를 다짐하며

먹는 인간과 바라보는 개

유자는 참 균형 잡힌 몸매를 가졌다. 매일같이 뛰어다니고 먹는 양은 일정하니 당연한 결과다. 성장기가 끝난 이후에는 체중도 3.4kg으로 쭉 유지되고 있다. 반면 나는, 관리가 좀 필요한 몸매를 가졌다. 가끔 유자의 쭉 뻗은 다리와 날씬한 배가 부럽다. 뭐 이런 걸로 개를 부러워해야 하나 싶다가도 '쟤는 좋겠다'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 때가 있다. 유자 덕에 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는데도 몸무게가 마음처럼 줄어들지 않는 건 결국 식습관 때문이지 싶다. 아니, 식습관 때문이다. 당장 오늘만 해도 놀러 나가서 칼로리를 마음껏 흡입하고 왔다.    


음식을 덜 먹고, 먹더라도 몸에 좋은 걸 먹어야겠다는 생각은 참 자주 한다. 실천이 어려워서 그렇지. 이번에는 좀 실천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유자를 보며 깨달은 게 있어서. 누군가가 무언가를 먹을 때, 유자는 반드시 앞에 와있다. 먹는 사람 앞에 다소곳이 앉아 까맣고 땡그란 눈으로 음식을 바라본다. 초롱초롱한 눈빛은 혹시나 하는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짖거나 달려드는 것도 아니고 그냥 바라보는 것뿐이지만, 먹을 때 누가 쳐다보는 건 참 부담이 된다. 요새는 내 다리나 팔에 가만히 앞발을 올려놓기도 한다. 같이 좀  먹고살자는 제스처가 부담을 팍팍 준다.     


예전에는, 내가 지금 뭘 먹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적이 없던 것 같다. 먹는 일은 그저 습관이었다. 세 끼를 찾아먹는 건 당연하고 간식을 틈틈이 먹는 건 원래 그렇고. 습관적으로 먹다가 유자의 까만 눈과 마주치면, 새삼스럽게 ‘난 하루 종일 많이도 처먹는구나’라는 반성적 사고가 가능하게 된다. 먹는 습관 앞에 새로운 시선이 놓이면 당연하던 장면은 상당히 낯설어진다. 변화는 낯설다는 감각에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     


내가 지금 입에 무엇을 넣고 있는 건지, 유자의 눈앞에서만 인식할 일이 아니다. 습관적으로 뭘 먹지 말자는 뜻이다. 먹더라도 유자랑 나눠 먹을 수 있는 걸 골라야겠다. 그럼 먹을 수 있는 건 고구마, 몇 종류의 과일, 전혀 간이 되지 않은 음식들, 요거트 정도가 된다. 정말 완벽한 다이어트 식품들이다. 운동도 식이조절도 유자와  함께하는 신개념 다이어트! 개의 입맛에 사람 식성을 맞추는 역발상 다이어트! 마음의 짐도 덜고 몸의 지방도 덜어내는 기특한 다이어트! 기왕 마음먹은 거 하는 데까지 해봐야겠다. 정 안되면, 유자를 살찌워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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