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많이 변했구나
유자가 우리 집에 오고 나서 ‘예쁘다’랑 ‘귀엽다’는 말을 매일 쓰는 것 같아.
어, 나도 그런 것 같아.
집에서 그런 좋은 단어를 소리 내서 말하게 될 줄이야.
좋은 거네.
좋지. 이렇게 될 줄 몰랐단 얘기지. 아마 하루 중에 제일 많이 하는 말도 ‘예쁘다’ 아니면 ‘귀엽다’일 걸? 혀가 정화됐어.
유자 말고는 그런 단어 쓸 데가 없긴 하지. 그 전엔 어땠지?
많이 하는 말? 뭐, 멍청아, 싫어, 어쩌라고. 이 정도였나?
나한테 하는 말이네. 요새는 안 쓰는 것처럼 말하지 마.
어쨌든 지금은 좋은 말을 더 많이 한다 이거지.
하긴 우리 대화 주제도 거의 유자야 요새는.
그렇지.
전에는 무슨 얘기했지?
글쎄.
분명히 뭐 얘기하면서 많이 웃고 했는데. 예전엔 무슨 내용으로 얘기하면서 웃었는지 잘 생각이 안 나.
쓸데없는 얘기 들이었겠지. 시답잖은 거. 나도 기억은 안 나네. 근데 예전에 얘기하면서 웃던 건 쓸데없이 낄낄대는 느낌이고, 유자 얘기하면서 웃는 게 진짜 웃는 느낌이야.
유자 없을 때의 대화를 다 쓸데없는 걸로 만들다니 대단하다.
농담이긴 한데 진담이야.
뭐래.
뭐, 멍청아. 산책이나 가자. 유자 오늘 산책 못 했어.
산책 매일 나가는 것도 진짜 신기해. 유자 없을 땐 산책이란 걸 해본 적이 없는데.
그랬지. 집안에서 움직이는 것도 귀찮아했는데 산책은 무슨 산책이야. 말 그대로 사전적인 단어였지. 유자가 있으니까 그나마 매일 산책한다고 좀 걷잖아.
진짜 많이 변했다, 우리.
좋은 거지.
응,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