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오래 뛰어놀자
운동 좀 해보겠다고 저녁마다 6km씩 뛰었다. 2주쯤 됐나 보다. 며칠 전부터 무릎에서 소리가 난다. 오른쪽 무릎을 굽혔다 펼 때마다 짜그락 소리가 난다. 통증은 없지만 겁이 나서 뛰는 건 그만뒀다. 아프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막상 아프지 않으니 병원까지 가기는 부담스럽다. 대충 인터넷을 찾아보니 마사지, 스트레칭, 폼롤러를 열심히 해보라고 한다. 유튜브에서 무릎 근육 강화 운동도 찾아서 따라 하고 있다.
진작 워밍업과 마무리 스트레칭에 신경을 쓸 걸 그랬다. 뛰기 전에 다리 한 번씩 쭉쭉 뻗어주는 게 다였으니 무릎에 무리가 갈 만도 하다. 의욕만 앞서고 제대로 된 준비를 못하니 이런 사달이 난다. 목표한 바가 있어서 웬만하면 다시 뛰고 싶다. 매일 유자랑 산책도 해야 하니까 무릎은 소중하다. 욕심내지 말고 당분간은 살살 걸으면서 관절을 잘 달래 줘야겠다.
오른쪽 무릎을 의식하면서 산책을 하자니, 마음껏 뛰어다니는 유자가 대단해 보인다. 스트레칭도 안 하고 날아다닌다. 집에서 곱게 길러도, 산에서 뛰어다니는 걸 보면 짐승은 짐승이다. 이 짐승이 산책 중에 제일 좋아하는 놀이는 '쫓아다니기'다. 유자 목줄을 풀어주고 내가 잡아채는 시늉을 하면, 유자는 파바박 뛰어나가며 원을 그리며 돈다. 약 올리듯 뱅글뱅글 도는 걸 보면 나름 즐기는 것 같다. 어차피 유자가 훨씬 빨라서 진심으로 뛰어도 못 잡지만, 얘도 절대로 안 잡혀준다.
푸들도 관절이 약한 견종이라 항상 슬개골 탈구를 조심해야 한다. 유자도 너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거나 뒷발로만 서 있는 건 못하게 한다. 신경 써서 관리를 해도 나이가 들면 많은 푸들들이 관절 때문에 고생한다고 들었다. 개나 사람이나 늙으면 여기저기 고장 나고 삐걱거리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렇지만 유자 무릎이 삐걱거리기 시작하면 지금보다 훨씬 슬플 것 같다. 밖에 나가도 신나게 뛸 수 없는 유자라니, 생각만 해도 슬프다.
나는 내 무릎의 소중함을 알고 이제라도 신경 쓰려고 한다. 반면 유자는 제 무릎의 미래 같은 건 모르는 애다. 결국 내 무릎도 유자 무릎도 내가 아껴줘야 한다는 결론이다. 내 다리는 두 개인데 신경 쓸 무릎은 여섯 개라니. 조금 불공평한 것 같지만 별 수 없지. 나도 오래오래 뛰놀고 싶은데 유자 말고는 같이 뛰어놀 친구가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