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개요: 드라마, 독일
개봉: 2020. 02. 20.
감독: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출연: 톰 쉴링(쿠르크 바르너트), 폴라 비어(엘리 시반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줄거리와 결말]
역사와 예술, 그리고 한 미술가의 생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세 시간의 긴 상영시간이지만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영화 속으로 빠져들게 만듭니다. 재미있는 소설책 한 권 완독 한 느낌도 듭니다.
이 영화는 전후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회화의 새로운 획을 그은 현대미술의 거장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삶을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그는 1932년 독일의 드레스덴 출생이고 15살부터 예술가의 길을 걷습니다. 1960년대 이후 세계 현대미술사에 있어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사진과 회화, 추상과 구상, 그리고 채색화와 단색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회화라는 매체를 재해석하고 그 영역을 확장시켰다고 합니다.
그는 1961년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기 전 부인과 함께 서독 뒤셀도르프로 이주합니다. 1961년~1964년까지 뒤셀도르프 미술아카데미에서 ‘칼 오토 괴츠’ 교수에게 배웁니다.
이제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주인공 쿠르트가 6~7세 정도로 어렸을 때, 1940년대, 이때는 2차 대전이 한창일 때입니다. 이모와 함께 미술관에서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이때 나치가 지배하는 독일의 상황이 얼마나 답답한지 알 수 있는 장면입니다.
그러다 버스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서 이모 ‘엘리자베트’는 버스 운전사들에게 경적을 울려 달라고 부탁하고, 모든 버스가 한꺼번에 경적을 울리면, 그걸 들으며 매우 행복해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
집에 왔을 때는 집 거실에서 알몸으로 피아노를 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재떨이를 들고 자신의 머리를 내리치면서 모든 소리로 연주할 수 있다며 기뻐합니다. 머리에는 피가 철철 흐르는데 말이지요.
밖에 나갔다 들어온 가족들이 그 모습을 보고 경악합니다. 그래서 바로 그녀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고, 병원 의사는 정신병이라고 하면서 강제로 정신병원으로 격리 조치합니다. 정신병원 차가 와서 그녀를 강제로 납치하다시피 끌고 가는데, 그걸 바라보는 가족들은 속이 탑니다.
그래도 당시 독일에서는 히틀러가 이끄는 나치당이었기에 누구도 그들에게 대항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거기다 국민들 중에서 사회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은 모조리 없애는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장애인이나 정신병이 있고, 후대에 유전이 될 조짐을 가진 사람들은 강제로 한 곳에 모아 가스실에서 죽여버립니다. 유대인만 그런 게 아니란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때 의사들에게 그들을 분별하는 권력을 줬습니다. 그들을 가스실로 보낼 것인가? 아니면 살려줄 것인가는 그들의 펜 끝에 달려 있는 거지요. 그런데 쿠르트의 이모 ‘엘리자베트’가 그렇게 정신병원에 끌려왔고, ‘제반트’라는 의사 앞에 갔을 때, 의사는 그녀의 서류에 가스실로 보낼 것을 표시합니다. 이걸 알게 된 ‘엘리자베트’는 그의 딸을 생각해서라도 살려 달라고 애원했지만 그는 냉정하게 돌아섭니다.
이때 의사 제반 트도 나치의 그런 정책에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독일은 우수한 민족인데, 저렇게 사회에 좀 같은 인간들이 있으면 해가 된다는 거지요. 그리고 나치 복장의 옷을 입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듯합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난 후, 독일은 전쟁에서 패망하고 동서로 분열된 상태에서, 동쪽에선 러시아 군인들이 나치들을 골라내 전범 재판에 넘기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때 의사 제반트도 나치와 함께 활동했기에 구속이 됩니다. 그는 조사를 받으면서도 자기에게 ‘교수님’이라 부르라면서 의연함을 잃지 않습니다. 이렇게 자신에 대한 자부심 하나는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감방에 구속돼 있을 때, 어디선가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리고, 아이를 낳는 듯한 소리가 들립니다. 이 소리를 들은 제반트는 자신이 원래 산부인과 의사였기에, 저러다가 사람 죽겠다 싶어 급하게 간수를 불러, 자신이 그 산모를 봐주겠다고 합니다. 이때 산모는 그곳의 책임자의 부인이었고, 상황이 급박한지라 그에게 산모를 부탁합니다. 그는 최선을 다해 아이를 순산할 수 있도록 조치했고 다행히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게 됩니다.
이걸 계기로 책임자는 제반트에게 교수라고 부르며, 그에게 생명의 은인이라며 특별히 좋은 옷과 잠자리를 제공하라고 지시하게 됩니다. 이래서 제반트는 다행히 과거의 잘못을 감추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한편 주인공 쿠르트가 성인이 됩니다. 그는 처음에 간판 제작을 하는 공장에 취직을 합니다. 모두가 종이를 오려서 글을 만들어 색칠을 하는데, 쿠르트만 바로 붓을 들고 글씨를 씁니다. 그만큼 미술 감각이 뛰어난 것이죠. 그걸 본 사장이 그에게 미술학교에 들어갈 것을 제안합니다. 자신이 뒷받침을 해 준다면서요. 예술가는 이렇게 탄생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도 잘해야 하지만 옆에서 이렇게 도와주는 사람이 반드시 있죠.
그렇게 해서 쿠르트는 예술학교에 들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예술에도 공산주의 사상을 너무 많이 주입하려고 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소재들도 거의가 인민들을 선동하는 그림 같은 것들입니다. 쿠르트는 그림을 그리면서도 뭔가 답답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금숟가락 출신의 어떤 여학생이 미술 연필을 나눠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가 첫눈에 그녀에게 반합니다. 그녀의 이름은 ‘엘리’입니다. 그래서 그녀에게 담배의 재떨이를 만들어 주면서 산책을 하자고 제의하게 되고 둘은 그렇게 사귀게 되고 엄청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합니다.
부모가 없을 때, 그녀의 집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다 갑자기 그녀의 부모가 돌아오는 바람에 알몸으로 창 밖으로 뛰어 나무에 매달리는 촌극을 벌이기도 합니다. 이때 차에 무엇을 가지러 왔던 엄마가 알몸 상태인 그를 봤지만 못 본 척해 줍니다.
그러다 그녀의 집에서는 방 한 칸을 의무적으로 남에게 빌려줘야 하는 정부 정책 때문에 광고를 내게 되었고, 거기에 바로 쿠르트가 지원해서 그녀의 집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때부터는 더욱더 거침없이 둘은 사랑을 불태웠고, 끝내 임신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녀의 아버지가 딸이 임신했음을 바로 알아차립니다. 행동의 변화만 보고도 몇 개월이 됐는지 압니다. 그녀의 아빠가 바로 산부인과 의사이고, 쿠르트의 이모를 죽게 만든 ‘제반트’ 교수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쿠르트는 이 사실을 전혀 모릅니다. 관객만 알 뿐입니다. 제반트 교수도 쿠르트가 자신이 죽게 만든 엘리자베트의 조카인지 모릅니다.
그래도 자신의 딸리 쿠르트와 결혼하기를 원치 않는다면서 강제로 중절 수술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결혼을 반대하는 것까지는 성공시키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제반트 교수의 과거가 들통나서 서독 쪽으로 도망가야 하는 신세가 됐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큰 집에 둘이 살고 있다가 쿠르트도 아내와 함께 서독 쪽으로 넘어갑니다. 이곳에서는 공산주의 사상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마음대로 펼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무사히 서독에 도착한 쿠르트는 새로운 미술학교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에서 멋진 교수를 만납니다.
그는 괴짜 같지만 철저한 원칙이 있습니다. 수업에 반드시 참여할 것, 두 번째는 자기에게 작품을 봐 달라고 하지 말 것. 이 두 가지입니다. 자신의 작품이 좋은지는 자신이 판단하는 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날 교수는 쿠르트의 작품을 보고 싶다고 말했고, 쿠르트는 당당하게 자신의 작업실에 있는 작품들을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교수는 한참 동안 그 작품들을 보고 난 후 자신의 죽을 뻔한 경험을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는 쿠르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지방과 펠트는 내가 완전히 이해하는 거야. 근데 자네는 누구지? 자네는 무엇이지? 이건 자네가 아니야”
그러면서 자신의 모자를 벗으며 쿠르트에게 90도로 인사를 합니다. 그런데 그의 머리에는 흉측한 사고의 흔적이 보입니다.
이때 쿠르트는 크게 깨닫습니다 작품 속에 자기가 없다는 이야기에 공감을 하고, 지금까지 만들었던 작품들을 모두 불태워버립니다. 그리고 자신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보낸 후 어느 날 그는 신문에 난 기사 사진을 보고 그걸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건 바로 나치 당원이었던 사람이 구속되는 장면입니다.
그렇습니다. 자신이 어릴 때 경험한 충격적인 사건들, 사진으로 이미 나와 있지만 그걸 자기 나름대로 해석해 그림으로 그린 것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들을 모아 전시회를 하자 큰 인기를 얻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그는 버스가 모여 있는 곳에 가서 경적 소리를 울려 달라고 하고, 소리가 들리자 손을 펼치며 그 소리를 만끽하는 장면으로 영화가 끝납니다.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져 주는 영화입니다. 꼭 한 번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