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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걸 Feb 20. 2022

그냥 인정해 버리세요

한 단계 더 나아가세요

그냥 인정해 버리세요


대화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법입니다.

"넌 참 못생겼다" 이렇게 말할 때, 

"그래 난 내가 봐도 진짜 못생겼어. 그래도 살아 있는 게 신통해"

이렇게 내가 인정하고 한술 더 뜨면 상대는 할 말이 없어집니다. 자신이 못났다고 하는데 거기에 뭐라고 말하겠습니까? 놀리려고 하다가도 재미가 없어서 그만둡니다. 


 이건 스피치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말을 잘 못합니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말하고 인정해 버리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고 떨림도 없어집니다. 그런데 이걸 인정하지 않고, 말을 잘하는 척하려니까 그게 사람들에게 들킬까 봐 자꾸 떨리게 되는 겁니다.



 보통 사람이 말을 잘 못하는 건 당연합니다. 왜냐하면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고, 부모님이나 우리 주변에서 말을 그렇게 잘하는 사람도 별로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말을 꼭 잘해야 할 필요성도 지금까지 별로 느끼지 못하고 살았기에 말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말을 좀 못 하고, 남 앞에서 섰을 때 떨린다고 해서 기죽거나 자책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20년 넘게 강의를 한 저도 무대에 설 때마다 떨리는데, 보통 사람들은 오죽하겠습니까? 


 모임에서 자기소개를 할 경우, 내 차례가 조금씩 다가오면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걸 경험한 적이 있을 겁니다. 그건 내가 발표를 잘 못하거나 자신감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다 그렇게 심장이 쿵쾅거립니다. 하지만 안 그런 척하고 있을 뿐입니다. 



 심장이 급격하게 뛰는 이유는, 내가 말을 잘 못하기 때문에 겁이 나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진짜 이유는 잠재의식이 위기를 느끼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옛날 원시시대에는 사람들 앞에 선다는 건 상당히 위험한 일이거든요. 언제 돌도끼가 날아올지 모르고, 노출돼 있으니 산짐승들에게도 타깃이 될 수 있기에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크게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지금은 원시시대가 아니라 21세기고 아주 평화로운 시대라고 자꾸 본능에게 말해주면 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내 실력보다 잘하려는 욕심이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할 수도 있습니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내 심장을 짓누르는 것이지요. 그래서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할수록 오히려 더 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가슴을 조용히 두드리면서

 "괜찮아.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 평소에 연습한 대로만 하자. 내 모습만 그대로 보여주자"

 이렇게 말하면 본능도 진정이 되고 오히려 더 좋은 발표나 스피치를 하게 된답니다. 



 스피치 하러 나갔을 때도 천천히 이렇게 말해 보세요.

 "난 조리 있게 말을 잘하지 못합니다. 잘하고 싶은 데 그게 마음대로 잘 되지 않네요. 지금도 내 심장은 엄청 쿵쾅거리며 뛰고 있습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들 보면 참 부럽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리며 제 의견을 말하겠습니다" 

 이렇게 듣는 사람의 양해를 구하는 말을 먼저 하게 되면 떨림이 훨씬 덜해집니다. 떨린다, 말을 잘 못한다는 말을 내가 인정해 버렸기 때문이에요. 그러면 사람들도 그렇게 이해를 하고 듣기 때문에 내가 좀 버벅거리거나 실수를 해도 아주 편안하게 들어줄 겁니다.


 사람들은 자신을 낮추는 사람을 좋아하거든요. 크게 잘하지도 못하면서 잘난 척하고, 으스대는 사람을 보면 사람들이 더 미워합니다. 그래서 겸손하게 나를 낮추는 말을 하면서 못하는 척하면 사람들이 오히려 응원을 해주고 도와주려고 한답니다. 저는 일부러 그런 전략을 많이 씁니다. 어리바리한 척하면서 사람들의 도움과 응원을 끌어내는 거죠.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는 마음, 칭찬받으려는 마음을 딱 버리고 그냥 내 모습 그대로 보여주겠다 생각하고 임하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영어를 잘하면 좋지만, 영어 못한다고 흠이 되는 건 아닙니다. 그것처럼 말을 잘하면 좋지만 말을 유창하게 잘하지 못한다고 내 자존감까지 낮아질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이다' 생각하면서 당당하게 임하면 오히려 말을 더 잘하게 된답니다.


 앞으로 잘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자신을 낮추면서 겸손하게 "말을 잘 못합니다만 기회를 주셨으니 한 마디 해보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자신도, 듣는 사람도 편하게 임하게 됩니다. 아무쪼록 연습 또 연습해서 떨지 않고 말할 수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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