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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걸 Jun 11. 2022

행복하지 못한 이유 세 가지

우리는 왜 행복하지 못할까요?


행복하지 못한 이유 세 가지


 이번 주에는 구미에서 경기도 파주 홍원 연수원까지 강의를 다녀왔습니다. 네비에 찍히는 거리만 해도 270km가 넘게 나옵니다. 평균 100km로 쉬지 않고 달려도 세 시간은 족히 걸린다는 말이지요. 중간에 휴게소를 들렀다가 잠시 쉬고 하는 시간까지 포함해 4시간이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이번에는 강의도 4시간을 했습니다. 원래는 2시간 강의였는데, 작년에 강의했을 때 반응이 아주 좋아서 한 타임을 더 늘려서 해 달라는 것입니다. 저야 참 고맙지요. 먼 길을 달려갔는데 더 많은 시간을 강의할 수 있으니 그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좋은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4시간씩 왕복 8시간을 운전하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릅니다. 옛 성현들의 말씀에, 생각이 잘 나는 장소가 침상(침대 위), 측상(화장실), 마상(말위)이라고 했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차 운전할 때가 아닐까요? 그래서 그런지 차 운전하면서 깨달음이 많이 생깁니다. 


이번에 깨달은 것이 바로 행복하지 못한 이유 세 가지입니다.

 우리는 왜 행복하지 못할까요? 전 세계에서 잘 사는 순위로 하면 10위권에 들어가는데, 행복지수로 따지면 200개 나라 중 118등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요? 먹을 것이 없나요? 입을 것이 없나요? 잘 곳이 없나요? 모든 것을 풍족하게 갖추었음에도 사람들이 불행하다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감 자존감 자부심 등이 낮은 편입니다. 자존감이 낮으면 돈이 많고 가진 게 많아도 행복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돈보다 더 중요한 자존감을 높이는 일에는 시간이나 노력을 투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서는 따로 또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건 워낙 중요한 사안이라.


 두 번째 이유는, 바로 행복을 뒤로 미루는 습관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대학 가서 행복하게 지내자고 말하고, 대학에 가서는 직장에 취직한 다음에 행복하자고 하고, 직장에 취직해서는 부장이 된 다음에 행복하자 하고, 이렇게 자꾸 행복을 뒤로 미루는  습관 때문에 지금 행복할 수 있는 것도 못 즐기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은 내가 즐길 때가 아냐!" "한 시도 마음을 놓으면 안 돼" "전쟁터 같은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를 악물어야 해!" 이런 말들이 좀 쉬었으면 하는 내 마음에 채찍질하듯 소리칩니다.


 제가 강의하는 시간에도 재미있는 제 강의를 즐기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문자 보내고 댓글을 다는 등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도 몇몇 있습니다. 틱낫한 스님이 말한 '거기서 그것과 하나 되시게' 하는 말을 가슴에 새겨야 할 것입니다. 설거지할 때는 온전히 생각을 설거지에만 집중하고, 걸을 때는 발의 감각에만 집중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미래를 걱정하면서 현재를 즐기지 못하면 영원히 즐기지 못하게 됩니다. 


 세 번째 이유는, 자신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모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나 물건이 무엇인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이런 질문을 던지면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살았기 때문입니다. 행복을 뒤로 미루며 살았듯, 우리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자꾸 미루며 살아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없다는 것은, 거기에 내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린 남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잘 알아도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인생이 재미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빨리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평소에 자신이 좋아하는 걸 더 많이 하면서 즐겁게 살아야 합니다.


 자기소개를 할 때도, 내가 어디에 사는지, 자녀가 몇 명인지 이런 이야기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먼저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러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 됩니다. 지금까지 했던 것 중에 가장 좋았던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게 많은 사람이 진정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아닐까요?


 나는 이렇게 뭔가 깨달을 때 가장 큰 즐거움을 느낍니다. 직업이 강사이다 보니 사람들에게 이야기해 줄 거리가 생겨나고 내 생활도 훨씬 더 풍성해지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거나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이런 깨달음이 많이 생기고 산책을 하거나 차를 운전할 때도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릅니다. 앞으로도 이런 깨달음이 생길 때마다 여기에 글로 적어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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