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만이 살 길입니다.
붓글씨를 배우러 갔습니다. 나는 예전부터 손재주가 뛰어나다는 생각이 있었고, 붓글씨를 배워서 화선지에 멋지게 글을 써보고자 하는 욕구도 생겼습니다. 한 자루에 5만 원이나 하는 붓을 2개나 구입하고, 화선지도 잔뜩 구매했습니다. 벼루와 먹은 말할 것도 없고요, 요즘은 바로 쓸 수 있는 먹물까지 나와 있더라고요. 저는 무엇을 배우면 기술보다 준비물부터 착실하게 갖추는 버릇이 있거든요.
큰 기대감을 갖고 화실을 찾았습니다. 붓글씨를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 화선지에 붓을 대고 한 일자를 멋있게 그어주면서 나보고 똑바로 따라서 써보라고 하십니다. 그 한 일(一) 자를 천 번은 반복해서 써야 다른 글자로 넘어갈 수 있다고 하십니다. 처음에 나는 장난, 농담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리고는 한 일자를 열심히 그어댔지요.
그런데 전 성질이 급한 성격이라 같은 글자를 한 50회 정도 쓰고 나니 지루해졌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을 쳐다봤습니다. '뭐 다른 건 없나요?' 하는 마음으로요. 나와 시선이 마주친 선생님은 내 마음을 알겠다는 표정을 짓더니 계속 쓰라고 합니다. 천 번은 써야 한다고 또 강조를 하십니다.
다시 약 50번 정도 더 썼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습니다. 똑같은 한 일자, 가로로 선을 긋는 행위를 천 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까마득하게 생각됐습니다. 그걸 천 번 쓴다고 끝도 아니고, 다시 세로로 긋는 걸 천 번을 해야 한다 생각하니 더 이상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부터 서실에 가지 않고 붓글씨 배우는 걸 포기했습니다. 아직도 화선지와 붓은 새거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제가 하나 크게 깨달은 게 있습니다. 붓글씨를 잘 쓰는 사람들은 이 지루한 시간의 고통을 참고 인내해 그 경지를 넘은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똑같은 한 일자를 천 번 이상 쓰고, 또 다른 글씨를 그렇게 천 번씩 쓰면서 기술을 연마했구나 하는 겁니다. 나를 가르쳤던 서실의 원장님은 지금도 매일 하루에 몇 시간씩 붓글씨를 쓴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깨에 이상이 생겨 병원까지 다닌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저는 붓글씨를 그냥 취미로, 재미로 배워보려고 했습니다. 그걸 직업으로 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좀 있어 보이고 싶어서 시작했던 겁니다. 그런데도 한 일자 글자 하나를 천 번 이상 써야 한다니 참 놀라웠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놀랍게도 거기에 모든 답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을 하든 이렇게 천 번 정도 연습하면 잘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가수들이 노래 하나를 삼천 번 이상 부른다고 했는데, 골프 선수들이 연습장에서 하루에 공 3천 개 이상씩 친다고 했는데, 하는 생각들이 나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노래를 못 부른다고 생명에 크게 지장 있는 것 아니고 골프나 붓글씨 못 쓴다고 크게 망신당할 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었는데, 어디 가서 말을 제대로 잘 못하면 크게 망신당할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늘 불안합니다. 혹시 말을 시킬까 봐 두렵습니다. 때로는 크게 손해를 봐야 할 수도 있습니다. 불이익을 당하거나 부당한 한 일을 당했을 때 엄청 큰 손해를 볼 수도 있고, 가정이나 직장을 행복하게 만들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연습을 안 하는 겁니다.
연습을 한다고 해도 고작 두세 번 해보고 그만둔다는 거지요. 연습량이 적어서 그렇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난 원래 못해, 말하는데 재주가 없어' 하면서 일찌감치 포기를 한다는 거지요. 그러면서 붓글씨는 그만큼 많이 연습하고 골프는 몇 시간씩 연습장에서 치더란 말입니다.
이제는 말하는 것도 붓글씨 선생님이 써 준 한 일자 따라 쓰듯이, 따라서 말하는 연습을 계속 반복해야 합니다. '가갸거겨 고교 구규 거기'부터 시작해 TV에서 아나운서들의 멋지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리면 나도 그걸 그대로 따라 해보는 겁니다. 똑같은 말을 천 번 정도 따라 하면 그 문장만큼은 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고 나면 끝이 아닙니다. 이제 한 일자 하나 끝낸 겁니다. 세로로 선을 긋는 천 번을 또 연습해야지요. 이런 식으로 문장 하나하나 천 번씩, 하루에 몇 시간씩 꾸준히 연습하면 놀라운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저의 경우에도 지금도 TV 아나운서 소리가 나오면 따라 합니다. 간혹 좋은 명언이 나오면 더 적극적으로 따라 합니다.
하지만 나를 가르쳤던 붓글씨 선생님이 30년째 붓글씨만 해오고 있고, 전국의 미술 대전에서 많은 수상을 하신 분임에도 지금도 매일 몇 시간씩 붓글씨 연습하는 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절로 머리가 숙여지고 겸손해졌습니다. 감히 내가 열심히 했다는 소리를 하기가 죄송스러웠습니다.
비록 붓글씨 배우기 위해 재료에 투자도 많이 했지만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거기서 깨달은 바가 크기 때문입니다. 나도 내 분야에서 더욱 많은 시간을 들여 연습을 해야 되겠습니다. 그래서 나의 실력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어야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낙수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속담을 인용하면서 오늘의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