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소원 가족펜션
이번 주, 안은미 여행작가와 함께 하는 독서모임 책 봄에서는, 곽재구의 신 포구기행을 읽고 포구 여행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지난번에 지리산에 사는 이원규 시인을 만나고, 하동 여행을 한 것에 이어 두 번째로 영덕을 찾은 것입니다.
먼저 이번 여행을 기획하고, 추진해 주신 안은미 여행작가님께 감사드리고, 행사에 필요한 음식과 준비물을 준비해 주신 독서회 총무 박운선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특별히 바쁘신 가운데서도 시간을 내서 함께 참여해 주신 책봄 독서회 회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이번 독서여행은, 독서회 회원들과 함께, 책에 나오는 여행지를 찾아 1박 2일로 여행을 한다는 것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내가 직접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 보기도 하고, 또 작가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책을 읽고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고, 우리가 읽고 생각했던 그 현장에 내가 직접 발을 디뎠다는 것, 그 주변의 풍광을 봤다는 것, 그곳의 향취를 느꼈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우리는 구미에서 7명의 회원이 두 대의 차에 나눠타고 영덕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포항 죽도 시장에 들러 싱싱한 해산물과 먹을거리를 사기로 했습니다. 오랜만에 오다 보니 죽도 시장 입구에 있는 주차장을 찾지 못해 좀 헤매긴 했지만 우린 다행히 우리가 원하던 곳에 주차를 하고 시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밖에는 폭염경보가 내릴 정도로 푹푹 찌는 날씨임에도 시장 안은 활기가 넘쳤습니다. 온갖 수산물이 시장 안을 가득 채우고 있고, 물건을 조금이라도 더 팔려는 상인들의 호객 소리와 손님들의 떠드는 소리로 시끌벅적했습니다.
우리는 수산물을 생전 처음 보는 어린아이들처럼 맑은 눈으로 하나하나 구경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산물 구입은 총무님이 권한을 갖고 있기에, 우리는 아무것도 살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상인들은 우리에게 자꾸 사라고 권합니다. 우리는 그런 권한이 없다고 길게 이야기하기도 그렇고 해서 인사만 하도 얼른 그 자리를 피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여행을 오면 이런 시장 구경을 하는 것이 하나의 큰 재미라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평소에 보기 힘든 귀한 것들을 실컷 볼 수 있고, 상인들의 뜨거운 열정도 느낄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걸 마음껏 고르고 살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지요.
싱싱한 횟감과 멍게, 전복, 해삼, 오징어 등등 아이스박스에 한가득 담고 우린 다시 영덕으로 출발했습니다. 포항에서 영덕으로 이어지는 7번 국도를 따라 해변을 구경하는 것이야말로 또 하나 여행의 묘미였습니다. 꼭 해외여행만 풍광이 아름다운 게 아닙니다. 만약 이곳이 외국이라면, 우린 아마 차에서 내려 한참 구경했을만한 곳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 동해안은 세계 어디에 내 놔도 뒤처지지 않을 아름다움을 지녔습니다.
우리는 미리 예약된 영덕 소원가족팬션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는 사람 좋아 보이는 펜션 주인아저씨가 마당에 물을 뿌리고 계시다가 우리를 급격히 환영해 주십니다. 그러고는 연두콩 사장님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시면서 우리를 더 극진하게 대우해 주십니다.
우리가 영덕으로 여행지를 정하게 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우리가 독서모임을 하는 장소로 카페 '연두콩'을 많이 이용하는데, 이곳 사장님이 이 장소를 추천해 주시고 후원까지 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그곳에 가보라고 추천해 주고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 연두콩 사장님은 자신이 직접 추천 뿐만 아니라 계약까지 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펜션 사장님에게 특별히 잘 부탁한다는 말씀까지 해 주셔서 더욱 감동이었습니다.
연두콩 사장님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깨닫습니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뭘 해줄 때는 확실하게 해 줘야 감동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은 소개만 해 주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죠. 그게 당연한데 우리는 한참 감동,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그러니까 이번 여행이 더욱 재미있고 즐거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깨끗하게 청소돼 있고, 1시간 전부터 틀어둔 에어컨 때문에 방안에 들어서자 시원하고 쾌적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2층으로 된 구조인데 방도 아주 넓고 냉장고와 주방 시설이 다 갖춰져 있어 음식을 해 먹기도 좋았습니다. 마당 야외 테이블에서도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돼 있고 바비큐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린 방에 짐을 풀어 놓고, 모두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다로 향했습니다. 펜션에서 바다까지 100미터도 채 안 되는 것 같았습니다. 거기다 바닷물이 아주 맑고 깨끗했습니다. 바닥도 모래사장이라 아주 부드럽고 발 아픈 것도 없습니다. 거기다 바다 중간쯤에 트라이포트로 방파제를 만들어 놨기 때문에 파도도 없이 아주 잔잔해 가족이나 친구들과 놀기에 딱 좋은 곳이었습니다.
우린 모두 어린아이가 되어 물장구를 치고, 물싸움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밖은 폭염이라 아주 뜨거운 날씨이지만 물속에 들어오니 얼음 물처럼 차가웠습니다. 한참 그러고 놀다 보니 갑자기 어지러움이 느껴졌습니다. 차가운 물속에 너무 오래 있다 보니 혈액순환이 안 됐나 봅니다. 밖으로 나가서 한참 누워있으니 다시 괜찮아졌습니다. 다른 회원분들도 하나같이 재미있게 놉니다. 구명조끼를 입고 물에 둥둥 떠 있기도 하고, 한 사람을 네 명이 들고 물속으로 던져 넣기도 합니다.
그렇게 두어 시간 재미있게 놀다가 다시 펜션으로 들어왔습니다. 이제 우리가 준비해 온 횟감을 꺼내 놓고 저녁식사를 하기 시작합니다. 방에는 6명이 둘러앉아도 넉넉한 큰 테이블도 있어 함께 음식 먹기도 참 좋았습니다.
이날 음식의 최고 요리는 바나나 구이였습니다. 다른 음식은 모두 죽도 시장에서 공수해 온 것이지만, 바나나 구이는 박운선 총무가 여기서 직접 요리를 했는데, 맛이 아주 일품이었습니다. 거기다 회덧밥도 아주 기가막혔습니다. 회원들 모두 감탄이 쏟아질 정도였습니다. 역시 섬 여행을 많이 하는 분이라 뭔가 다르구나 싶었습니다.김순남강사님이 협찬해 주신 테킬라를 나눠마시면서 우리의 밤은 점점 깊어갔습니다. 밤이 깊어가는 만큼 우리의 취기도 깊어갔고, 우리는 방에서 노래를 부르며 흥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갑자기 밤바다가 보고 싶어진 우리는 바다로 나가 방파제 위에서 또 노래를 신나게 부르며 여름밤을 불태웠습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박운선총무님이 마련한 조식을 또 먹습니다. 유러피안 스타일로 마련한 조식도 특별했습니다. 이렇게 요리를 잘 하는 사람이 모임에 있다는 건 참 행운입니다. 우린 식사를 마치고 장사해수욕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이곳은 곽재구의 '신 포구여행' 책에 나오는 곳입니다. 625 동란 당시의 한 역사적 현장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그것과 비슷한 상륙작전을 이곳에서 시행했던 것입니다. 당시 군인이 부족해 부산에서 모집한 학도병 718명이 상륙작전에 투입된 것입니다. 이건 '장사리'라는 제목으로 영화로도 제작되었지요. 그때 사용되었던 배 '문산호'가 장사항에 있고, 그곳을 기념관으로 만들어 놨네요.
당시 고등학생들이 교복 차림으로 이 전투에 참여해 130명의 사망자와 3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지만 북한군의 관심을 동해안으로 돌리는 데는 성공해, 인천상륙작전이 무사히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우린 그 역사적 현장인 '문산호' 내부를 둘러보고, 갑판 위에서 당시의 전투 상황을 상상해 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우린 영덕 여행을 마치고, 포항 죽도 시장에 들러 좋아하는 수산물을 개인적으로 구매한 다음 구미로 올라왔습니다. 독서회에서 이런 여행을 한다는 것도 참 기발한 생각인 것 같습니다. 책 속에 있는 곳을 내가 직접 가서 내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껴본다는 건 참 중요하니까요. 그것도 참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니 금상첨화였습니다. 모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천국 같은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