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귀하게 자랐습니까?

허세와 진실 사이

by 이경희

이미지: feedly.com


-친구 O! 가 생각나는 저녁-


친구 몇몇이 모여 은근한 자랑질이 늘어진 날이

있었다. 이야기 중에도 이건 뭐지 싶은 순간이

있었지만 분위기는 그런 식으로 한참을 죽~흘러

갔다. O를 제외한 우리 모두는 부모님의 지극한

사랑 속에서 귀하디 귀하게 자라고 있다는 한참

덜떨어진 소리를 해대고 있었다. 허세의 파고가

출렁거리며 넘쳐버릴 때까지 자신에 대하여 어떤

말도 하지 않았던 친구 O!


친구 O가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O는 아버지가

오래전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집이 동해안에

있어 어머니는 잡은 생선을 팔러 다니신다고

했다. 대학 다니는 오빠와 자신을 위해 5일장은

물론이고 추운 겨울에도 어머니는 난전에서 행상

을 하신다는 거였다. 거침없는 이야기 중에 유치

한 우리들을 주욱 둘러보더니 이런 배경을 가진

자신은 귀하게 자란 건지 혹은 아닌지를 물었다.

다들 이스트 기운으로 부풀러 올랐던 빵 반죽이

푹 꺼진 듯 딱히 대답을 못하고 어정쩡해했다.


O는 말했다.

"너희들처럼은 사는 것이 아님은 분명한데 나

역시 엄마에게 존중받으며 소중한 존재로 지내

고 있다."라고 했다. 어머니는 난전에서 생선을

팔고 젊어서부터 혼자서 생계를 꾸려가시는

어려움 속에서도 교육에 지극한 관심을 기울

이며 지금껏 그 일을 보람으로 느끼며 행복해

하신다는 거였다. 표현의 차이가 이 정도면 할

말이 있는 게 비정상이다.


실은 우리들 중 몇몇은 부모의 불화로 몹시 불행

한 경우였고, 다른 몇몇은 우애 없는 형제자매

들과 나날이 전쟁을 치르고 있었고, 또 다른

몇몇은 자신의 환경을 미화시켜 마음속의 불만을

역으로 풀 요량인 아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부끄러운 한나절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10대 후반의 어느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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