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을 모른다고?

자 그럼~ 빨리 생일을 만듭시다!

by 이경희


세상을 주유하다 보면 별의별 일이 많다. 그

별의별 일은 대개 나의 입장에서 그런 것일 뿐

상대방에겐 아주 자연스러운 것 이어서 당황

스럽다. 베트남에서의 일이다. 회사가 자리를

잡을 무렵 직원들에게 기쁜 일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매달 그 달에 생일인 직원들

에게 파티를 열어주고 선물을 주는 행사를

계획했다.


행사의 처음은 감동 그 자체였다. 신선한 맞춤

케이크와 하카드, 기념품, 다과까지 곁들인

행사였고 그들의 행복해하던 모습에 나는 흐뭇

했다. 하노이가 수도이긴 하지만 대부분 외국계

회사들이 남부 호찌민 쪽에 터를 잡으니 북부와

중부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남부로 이동

이 많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케이크를 먹어

본다는 이야기와 기념품을 가슴에 안고 연신

감사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출처:pinterest


순조롭던 생일파티가 다 끝난 12월 중순 즈음에

난리가 났다. 수백 명의 직원이 자기 생일을 안

챙겨줘서 화가 났다는 거였다. 그럴 리가 있나?

모든 직원들은 이력서를 낸다. 그 이력서에는

각종 서류들이 부착되어 개인사를 한눈에 알아

볼 정도로 세세하다.


알고 보니 많은 사람들이 생일을 모른다고 했다.

오랜 전쟁의 후유증에다 영아 사망률이 높다

보니 제대로 기록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니

알 수가 있나? 아이고~ 방법은 단 하나! 한 해

가 다 가기 전에 각자의 생일을 만들어 오라고

공지했다.


출처: Pinterest


평소에 뭐든 느긋하던 사람들이 얼마나 부리나케

자신의 생일을 만들어왔던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들의 빠른 속도에 만족했다. 이 모든 것에 어이

없어하던 나에게 쑥스러움인지 감사의 의미인지

애매한 미소를 띠며 생일 선물을 챙기던 그들!! 참

귀여웠다.


매년 경제성장률이 중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앞서가며 미래를 향해 달리던 그들에게 이젠 제

생일 모르는 일은 옛이야기가 되었을지 모른다.

변화와 속도로는 한국 따라가는 나라가 없다고

하지만 내가 떠날 즈음 베트남은 이미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쓰며 쾌속

정을 탄 젊은 나라였다. '한국의 5년은 베트남

에서 1년'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이변이 일어

나는 곳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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