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Life가 실현되는 곳

영화-어톤먼트/위대한 갯츠비. 책-희망의 발견: 시베리아의 숲에서

by 이경희


'Simple Life'를 추구해야 할 무엇인가로 여기는 사람이 더러 있다. 전원에서 사계절을 지내보니 삶 자체가 절로 소박해져 구구한 설명도 그 어떤 노력도 필요치 않게 S.Life는 실현되고 있다.


간 밤에 더 이상 책 읽기도 재미가 없어질 무렵 J와 와인을 한잔 했다. 나는 조금 그는 어마어마하게 큰 와인잔에 가득! 따뜻한 식탁등 아래 빛나는 붉은 와인색이란 그 색만으로도 작품이다. 말린 사과와 저염 스팸 구이, 아이보리색의 크래커도 함께 먹었다.


근처 산들을 둘러보느라 무리했는지 아침 9시경에야 일어났다. 처음에는 무슨 나무인지도 모른 체 옮겨 심어야 할지 잘라버려야 할지를 남편과 의논했지만 뒤늦게 귀한 오엽송인 것을 알게 된 나무의 존재!-아침부터 가지치기에 들어갔다.


남편은 별의별 정원 도구를 다 갖고 있다. 서서 높은 곳에 있는 가지를 자를 수 있는 '고지 가위'가 오늘 선택된 도구다. 10여 년 이상 한 번도 손질을 받지 못했던 탓에 바람과 햇빛이 통과하지 못할 만큼 빼곡했던 오엽들이 뭉텅이로 툭툭 잘려나가고 있다.


포스터: Atonement

포스터: The Great Gatsby


커피를 마시며 주변을 빈둥대던 나에게 발동이 걸렸다. 잘린 가지들을 주워 봄을 알리는 첫 번째 꽃 영춘화를 덮어준다. 늦가을 은행잎으로 덮어 주었건만 이미 삭아버려 상록수 잎으로 새 외투를 입힌 셈이다.


겨울이라 그런지 귀촌한 이웃들이 속속 도시로 떠나고 있다. 모처럼여유를 활기와 재미가 공존하는 도시에서 한껏 쏱아내다 오렸는지? 나는 도시 대신 어제는 집에서 어톤먼트를, 오늘은 위대한 갯츠비를 보았다. 침대에 누워 느긋한 마음으로 인상적인 장면들을 마음에 새긴 시간이다. 여전히 갯츠비가 위대한(그뤠잇) 이유는 납득이 가지 않은 채......


삼 년 동안 날마다 사용하던 커피메이커가 고장 났다. 흰색과 은회색 포인트가 마음에 들었는데 아쉽다. 한데 오늘 너무도 흡사한 커피메이커가 택배로 도착했다. 전자기기의 색상에 호불호가 심한 나를 위한 남편의 선택이다.


고장 난 커피메이커를 따로 분리해보니 재활용이 가능하다. 커피를 받던 유리 팟은 녹차 주전자로 쓰기에 안성맞춤이고 플라틱 망은 꽃씨를 걸어서 말리는 채로 쓸만하.


어제부터 실뱅 테송 (Sylvain Tesson)의 '희망의 발견:시베리아의 숲에서'를 또한 집중하여 읽고 있다. 시베리아 오두막에서 보내는 그의 시간과 나의 새로운 삶 터 문경에서의 시간이 교차하는 대목에서는 잠시 눈을 감는다.


녹차 주전자로 변신한 커피메이커의 유리 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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