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드름이 엄마의 답답한 가슴을 풀어줄 수가 있다니?

나와 오빠의 엄마에 대한 사랑

by 이경희


엄마는 심장이 좋지 않으셨다. 셋째 오빠와

막내인 나는 엄마에 대한 마음이 언제나 애틋

했다. 우리 둘은 형제중에서 덩치가 제일

작았었는데 항상 기운이 없고 약에 의지하여

겨울을 나던 엄마를 보는것이 안스러워 무언가

좋은 일이 없을까 찾고 있었다.


지금같은 시대가 아닌 (1960년대에서 70년대

중반) 당시에는 병과 약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없었다. 동네에 팔러다니는 약장수의 약을 사서

먹으면 일시적으로 호전이 되었는데 지금 생각

하면 진통제 성분이 많이 들어있어 그러지 않았나

싶다. 어느날 마을 어른들로부터 답답한 심장병엔

고드름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 둘은 이웃의

짐 싣는 자전거를 빌렸다.



짐을 싣는 자전거는 크기와 무게가 엄청나서

아이들이 끌 수도 탈 수도 없었다. 하지만 우리

둘은 그걸 끌고 다리를 건너고 멀리 산까지

가게 되었다. 큰 대야 하나를 싣고서 도로변

인접한 곳 산 밑을 하염없이 헤맸었다. 변변한

외투와 장갑도 없어 그야말로 작은 손이 얼음이

되어버린 상태였다. 그 와중에도 다행스럽게

발견한 고드름을 우리는 정신없이 따 모았다.

엄마가 이 고드름을 드시고 답답한 가슴증세가

사라지길 바라며 대야 가득 고드름을 모아

앞에서 끌고 뒤에서 대야를 붙잡고 걸었던

우리 모습은 어땧을까?



우여곡절 끝에 고드름을 집까지 가져온 기억이

다. 엄마는 우리가 다리 건너 멀리 산까지

위험한 찻길을 따라 갔다 온것에 놀라셨고

고마워하며 드시지 않았을까 싶다. 며칠전 마을

뒷산을 걷다 보니 바위틈의 흐르는 물에서

고드름이 화살처럼 달려있었다. 고드름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아래에 작은 얼음 덩어리를

동그랗게 만들어내고 있었다.엄마는 삼년전

별세 하셨고 오빠는 먼나라에서 살고 있다.

오늘밤은 맑고 밝은 달이 떴다.

39년만에 뜬 럭키문 이라고 한다.

그리운 얼굴들이 생각나는 밤이다.


대문을 나와서 걸었던 굽이진 산길 한켠의 고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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