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내가 사는 게 아닙니다.

장터 벽화

by 이경희


나는 일상을 규칙적으로 하며 자기 관리가

어렵지 않은 편이다. 이런 나에게도 어려운

일이 있는데 길을 갈 때 목적지만을 향해

언제나 같은 노선으로 가는 남편과의 동행

이다. 남편 J와 산책을 하다 지쳐버렸다.

그는 날마다 같은 길을 걸어도 괜찮으며

오히려 좋아한다. 나는 답답증을 느껴 그

에게 말했다. 날마다 새로운 길을 찾아 헤매

지는 않겠지만 낯선 발견에 재미를 느끼는

나로서는 같은 길은 가급적 피하고 싶다고!


오늘은 새로운 동행들과 집에서 10분쯤 떨어진

'아자개장터'에 풀빵을 사 먹으러 가던 길이었다.

눈치껏 주차를 하고 들여다본 풍경이 예쁘다.

옛날 집들인데도 어찌 이리 가지런히 줄지어 서

있는지? 하나같이 시멘트 벽돌로 세워져 있다.

힘센 장정이 세게 밀면 바로 쓰러져 버릴 것이다.

하지만 몇 달 전부터 회색에서 까맣게 변해가던

담벼락에 꽃이 피어나고, 시가 풀어지고, 동네

의 역사가 그려지고 있다.


담벼락에 피어난 오방색의 화려함

골목길을 환히 밝힌 분홍 벚꽃과 흰구름 꽃

호수처럼 출렁이는 에메랄드그린.


장터를 둘러보기 전에 골목의 새로운 풍경에

도취되어 나는 모든 그림들 앞에 멈춰 섰다.

얼룩졌던 담벼락에 뽀얗게 피어오른 꽃밭 호수

가 흐르고 있다. 번번이 샛길로 빠지는 나를

그는 소리 없이 뒤따르고 있다. 그러다 본인의

취향에 맞아떨어지는 그림 앞에선 그도 즐기

고 있다. '협상 끝 평화' 시작이다.


금이 간 담장에 피어난 따뜻한 분홍 장미

세련된 색상의 당당한 나무들

절제된 색상으로 채색된 역사

흥겨운 동네 풍악놀이

어린 왕자의 비행과 블루베리를 그려넣다니!

실물인 듯! 티파니 색 위에 앉은 참새

가족의 오래전 삶 이야기 1.2

철로자전거를 타고 풍경을 구경하는 사람들

흔들림에 대한 시류가 반영된 벽 '시'

한 골목은 전체 그림이 완성되어 예쁘게 물들

었다. 모퉁이를 돌아가면서도 계속 작업 중이니

다음에 오면 새로이 피어나는 다른 골목을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찍어온 벽화 사진을

정리하며 정호승 님의 글을 떠올린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내가 사는 게 아닌

니다. 내 인생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먼저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샛길로 빠져 함께한 시간-좋았어요!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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