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희 Mar 24. 2016

누군가?에게 무엇을 사고파는 일

5일장 길거리의 묘목 팔던 아저씨가 순식간에 거상으로...


작년 해바라기를 심었던 터의 울타리목은 편백

나무 적합할것 같다. 하지만 인근 어디에서도 

대량의 편백나무를 구할 길이 없었다. 작년

가을에 심어놓은 편백나무 다섯그루문경

추운 겨울힘들었던지 상록이어야 

잎이 주황검은빛의 브라운 혼합으로 변해

버렸다. 이렇게 된 나무들도 4월엔 초록으로 

변해갈까?


텃밭에 심을 채소모종은 언제쯤부터 파는걸까?

그냥  나선 J와 나! 이웃에게 일일이 묻기도

민망해 장터를 둘러보기로 했다. 모종은 아직

없다. 성당 입구에 이르니 크고 작은 푸대자루를

펼쳐놓은 묘목 아저씨1.거리로 배달된 자장면을

드시느라 구경하는 우리는 안중에도 없다.

얼마전 박완서님의 글을 읽다 나도 살구나무를

갖고 싶어져 '왕살구'라는 이름표를 나무

그루를 샀다. 삐죽하게 자란 키는 구입과 동시에

절반으로 뎅강 잘랐다.


파출소 옆에 얼굴과 머리 밑까지 검붉게 햇볕에

묘목장수2.-내외가 을 차에서 내리고

있다. 나이든 부부는 무거운 흙이 달려있는

묘목을 들어올리고 내리느라 힘이 부치는지

피곤함이 역력하다. 장날의 시작이 이래서야

시장이 파할 때까지 버틸수 있을까?작년에

몇개의 장미와 작약을 샀던 기억을 상기시키며

혹시 편백나무를 구해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과천이나 옥천에는 나무 묘목이 대부분 다

있지만 시간과 비용면에서 망설여져서 차일피일

미룬것이었다. 아저씨는 우리의 요청에 적극성을

보였는데. 이틀 후 연락이 왔고 길거리에서 4천원

~ 5천원하는 묘목 팔기 위해서 오랫동안 구경꾼

들에게 설명 하며 판매에 애를 쓰시던 아저씨는

순식간에 거간꾼이 되었다. 우리가 원하는 2m

~2m 20cm의 편백 65주와 개나리 150주를 

경북 경산에서 구해 배달해 주었고 한푼의 가격

 에누리하지 않았던고마우셨는지 장날에 들리

 꽃나무를 몇그루 줄것이니 다시 만나자는

이야기를 남겼다.


편백나무는 곧고 건강했다. 개나리 묘목은 길어

뚝 잘라 묘목을 심은 뒤 남은 가지로 꺽꽂이를

하니 양이 엄청나다. 나무 구덩이를 파며 줄과

간격을 맞추다 본 맞은편 산에는 노랑꽃을 활짝

피운 생강나무가 건너편 집 초보 정원사를 보고

있는듯 하다.



들판의 농부들이 참을 먹을 시간이다. 우리도

잠시 쉬었다 다시 일을 하기로 했다. 아직은

나뭇잎이 나지않아 그늘없는 느티나무 아래로

커피와 크렉커 사과를 내온 남편!나란히 햇볕을

쬐며 바디감 좋은 커피를 마신다.



계곡쪽 갈대는 바짝 말라있지만 4월이 되면

세차게 초록이 밀고 올라올것이다. 몇번의 봄

비가 내리고 새로운 토양에 익숙해지면 아직은

여리여리해 보이는 편백도 뿌리를 내리며 자리

잡기 시작할 것이고. 개나리들 역시 노란 꽃을

뿜어내듯 피워올리겠지?


몇해가 지나면 나무는 성목이 될테고 지금 엉성

하게 심겨진 개나리도 촘촘한 가지와 뿌리로

자리잡을 것이다.이들과 함께 나의 생활도 이곳

에서 제대로 뿌리 내릴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가뭄과 한파와 폭풍우로 몇몇 나무들은 쓰러

지고 죽고 병충해로 몸살을 앓을것이다.

           사흘에 걸친 작업은 잘 마무리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글쓰기. 그림 그리기. 씨앗을 뿌리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