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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Mar 27. 2016

산수유나무 위의 피규어

훈훈한 봄 밤!

 산수유와 제라늄 잎 위에 앉은 작은 푸린

 

좀 전 아이는 서울로 떠났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마음이 쓰였는데 갑자기 계단을 내려온 아이의

웃음소리가 폭죽처럼 퍼져나갔다, 뽑기를 하여

퓨린을 득템 한 이야기를 어젯밤 유쾌하게 들려

주었는데. 괜찮아진 것인지 안팎 여기저기를

다니며 찍은 피규어 사진을 보내왔다.


제비꽃 망토를 걸친 듯, 머나먼 별에서 바라보듯


명자나무에 기대어/거름 낸 당파와 모종삽 위


나무 소를 타고/인력거꾼 옆/대리석 비둘기 위

코끼리를 타고/보석함 통 안/윌로 트리 상 사이

해물 스파게티 만들기에 적극 개입하며....

명함집과 , 도자기, 반찬통 위에 드러누운 P!

딱딱한 씨앗 투구를 벗어던진 분꽃 새싹과 함께!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떠난 두 아이들. 혼자가

니라 좋다. 배웅을 하고 돌아온 집 마당에서

올려다본 하늘엔 별들이 가득하다. 이웃 중 누군가

가 꽃씨와 구근 세 개가 봉지를 대문에 묶어두고

갔다. 도시 같으면 자신이 누구라고 밝히는 메모

한 줄이라도 남겼을 텐데......


다르다 이곳 사람들은! 어느 날 건너편에서

소리치겠지? 무슨 꽃 씨앗이고 어떤 꽃이

필 구근이니 어떻게 심으라고! 훈훈한 봄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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