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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Apr 13. 2016

키운 꽃 선물

라일락꽃, 자두나무 꽃, 돌단풍 꽃, 원추리 잎


 여행에서 며칠 만에 돌아온 집! 서울의 꽃구경탄성을 지르다 왔건만 정작 내가 원했던 꽃들은  곳곳에  피어 있다. 꽃봉오리인 채 침묵 속에 있던 꽃들이 주인집을 떠나 없었 동안 일제히 폭발하듯 만발해 있었던 게 좀

섭섭하고 의아했다.


 한밤중에 돌아온 나는 밝은  달과 별빛 속에 피어난  꽃과 나무 사이를 휘적이며 돌아니다  피곤한 채 잠들다. 파랑새 찾기와 비슷한 상황이다. 파랑새를 찾으러 머~얼리 갔다가 지쳐 돌아오니 떠났던 집에 정작 파랑새가

있었다는 이야기!



 밤에 비가 내렸다. 아침까지 비는 계속  있어 오늘은 밭과 정원 일 하기가 불가능하다. 다리를 수술한 시어머니 병문안을 가기 위해 이것저것 챙기다 정원의 꽃들을 떠올렸다. '생화'를 선물로 가져다 드리기 위해 정원을 살

폈다. 안방 창문 아래 피어난 라일락을 자르니 달콤한 향기가 감겨든다. 분홍 보라 라일락의 배경으로 초록색 원추리 잎을 둘렀다.



 작년! 나는 난생처음 자두꽃을 보았는데 너무 좋아 앞뒤 가리지 않고 모두 따서  차를 만들어버렸다. 얼마나 정신 나간 큰 실수였는지! 꽃을  따버렸으니 열매가 열릴 수 없었던 거다. 올해는 바라보기만 하리라 마음먹었다. 듬성듬성 피어났던 작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엄청나게 매달 있다. 가지를 툭툭 잘라서 모아보니  흰 연두 자두꽃 향기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돌단풍 꽃은 뾰족한 별 같다. 아끼던 한 줄기 잘라 병에 꽂아 본다. 뭔가 충분하지 않아 예쁜 돌단풍 잎은 놓아두고 꽃 피어난 줄기  다. 세 개의 꽃병이 부산까지 가는 길에 흔들릴까 봐 사각 상자에 구긴 신문지로 공간채운  길을 나섰다. 중부내륙 고속도로이어 경부 고속도로를 가는 내내 보았꽃 보자기가 덮인듯한 산천얼마나 화려하던지!


 어느 지역엔 하얀 배꽃들이 뒤덮여 있었고, 다른 곳엔 하얀 조팝 울타리들, 좀 더 지나니 벚꽃보다 진한 분홍 복숭아꽃들이 산 정상 과수원까지 가득했다. 



 해운대 인근의 병원에 도착하니 주변은 주홍 분홍 흰색의 철쭉꽃이 한창이다. 주먹만 한 동백꽃들은 참 특별했다. 병실에 들어서니 어머니는 며느리가 정성스레 준비한 꽃은 안중에도 없으시다. 아들을 만난 기쁨에 희색만면이셨다. 젊은 입원 환자만이 유독 꽃 이름을 묻고 향기가 좋다며 행복해했다. 세상 모든 엄마에게는 '자식이 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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