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며칠 만에 돌아온 집! 서울의 꽃구경에 탄성을 지르다왔건만 정작 내가 원했던 꽃들은집 곳곳에 피어있다.꽃봉오리인 채침묵 속에 있던 꽃들이 주인이 집을 떠나 없었던동안일제히 폭발하듯만발해 있었던 게 좀
섭섭하고 의아했다.
한밤중에 돌아온나는 밝은 달과 별빛 속에 피어난 꽃과 나무들 사이를휘적이며 돌아다니다 피곤한 채 잠들었다. 파랑새찾기와비슷한 상황이다. 파랑새를 찾으러머~얼리 갔다가지쳐돌아오니떠났던 집에 정작 파랑새가
있었다는 이야기!
밤에 비가 내렸다. 아침까지 비는 계속내리고있어 오늘은 밭과 정원 일 하기가 불가능하다. 다리를수술한시어머니 병문안을 가기위해 이것저것 챙기다 정원의꽃들을 떠올렸다. '생화'를 선물로 가져다 드리기 위해 정원을 살
폈다. 안방창문 아래 피어난라일락을 자르니달콤한향기가감겨든다. 분홍 보라 라일락의배경으로초록색 원추리 잎을둘렀다.
작년! 나는 난생처음 자두꽃을 보았는데너무좋아 앞뒤 가리지 않고 모두 따서꽃차를 만들어버렸다. 얼마나 정신 나간 큰 실수였는지! 꽃을 다따버렸으니 열매가 열릴 수 없었던 거다. 올해는 바라보기만 하리라 마음먹었다.꽃은 듬성듬성피어났던 작년과는 비교가안될 정도로 엄청나게 매달려있다. 가지를툭툭잘라서모아보니 흰 연두 자두꽃 향기로 숨이막힐 지경이다.
돌단풍 꽃은 뾰족한 별 같다.아끼던 한 줄기를잘라 병에 꽂아 본다. 뭔가 충분하지 않아예쁜 돌단풍 잎은 놓아두고 꽃 피어난 줄기 셋을더했다. 세 개의 꽃병이 부산까지 가는길에 흔들릴까 봐사각상자에 구긴 신문지로빈 공간을 채운후길을 나섰다.중부내륙 고속도로에 이어경부 고속도로를가는 내내 보았던 꽃 보자기가 덮인듯한 산천은 얼마나 화려하던지!
어느 지역엔 하얀 배꽃들이 뒤덮여 있었고, 다른곳엔하얀 조팝 울타리들, 좀 더 지나니 벚꽃보다진한분홍 복숭아꽃들이 산 정상과수원까지 가득했다.
해운대 인근의 병원에 도착하니 주변은 주홍 분홍 흰색의 철쭉꽃이 한창이다. 주먹만 한동백꽃들은 참 특별했다. 병실에들어서니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정성스레준비한꽃은안중에도 없으시다.아들을만난 기쁨에 희색만면이셨다. 젊은 입원 환자만이 유독 꽃 이름을묻고 향기가 좋다며 행복해했다.세상 모든 엄마에게는 '자식이 꽃'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