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희 Apr 17. 2016

비밀병기-분홍 아카시아

700평 땅에 나무 심기.. 편백. 이팝. 청단풍. 홍단풍. 벚꽃.


 전원으로 삶 터를 옮기면서부터 일기예보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어릴 적 소풍 가던 날손꼽아 기다리던 운동회 날엔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오죽하면 기상대 직원들 야유 날에 비가 내린다고 했을까? 하지만 알파고가  탁월한 일군의 사람들과 겨루기를 벌이는 현재의 일기예보는 정확도가 얼마나 뛰어난지!


 오늘새 땅에 나무 심기를 하는 날이다. 며칠  비가 내려 땅속엔  충분한 수분이 있을 테고 나무심고 난 뒤 하루 반나절이 지나면 다시 비가 내린 하니 이보다 더한 적기는 없을 것이다.


 새벽 5시! 얼떨떨한 상태로 커피를 마시고 열무비빔밥까지 먹고는 집을 나섰다. 오래전에 계획하여 주문했 묘목은 6시 30분에 정확히 배달되었다. 땅을 고르고 이랑의 넓이를 정하여 마을분께 로터리를 부탁 놓았더니 삽과 호미만으로도 나무를 심을 수 있을 정도로 땅이 포실포실하다. 낯선 마을은 아직 잠들어 있다.



 선크림과 선캡 장화와 코팅된 장갑을 끼고 실전에 나섰건만 나는 서툴러 보이고 남편은 마치 조경회사 일꾼 같다. 4월 중순에 이르면 뿌리가 드러난 채로 팔리는 묘목은 심을 수가 없다. 이미 나무 자체의 활동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해서 작게나마 묘목이 자라던 제자리 흙으로 뿌리를 감싼 '분'을 떠야 한다. 편백나무에 이어 청단풍 홍단풍  이팝나무 느티나무 복자기 벚꽃나무는 뿌리에 흙덩이 하나씩을 매달고 트럭에서 내려졌다.



 오늘 심길 나무는 언제까지 이곳에서 자라게 될까? 낯선 우리를 보고 동네 개들은 단합이라도 한 듯 머리를 흔들고 쇠 줄 묶여 덜컹대며 뛰어오르다 악을 쓰며 짖고 난리법석이다."그게 너의 본분이라면 그렇게 해!" 개에게 왜 이냐고 시비를 걸 이유 없다.


 나무는 적당한 간격으로 위에 놓다. 아침 일을 나선 동네 어르신들은 딱 봐도 도시 촌놈인 우리들이 나무를 제대로 심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 같았다. J와 나의 협업으로 나무는 뿌리가 곧게 내려진 상태로 심겼고 각각의 나무에  집도 만들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멀찌감치서

흘낏거리던 마을분들은 다들 제 자리로 돌아갔다.



 땅이 마를 다음 주 수요일에 잡초 제어를 위한 멀칭과 부분적으로 전지를 할 것이다. 몇 년 후 나무의 이동을 위해 트럭이 들어가야 하기에 두세 개의 이랑도 일정한 간격으로 비워 두었다. 나무가 자랄 동안  빈 땅에 고추와 들깨를 심어 소득을 올리고 싶어 하는 사람(B)이 있어 곳을 쓰라고 하니 고마워하다기엔 표정이 하다.


 일 하는 도중에 마을 어른 한 분이  아들이 높은 산에서 따 온 다래로 만든 거라며 시원하고 달콤한 음료를 건네신다. 알고 보니 B의 어머니시다. 앞으로 안면을 익히게 마을 사람들과 동네에 대한 호기심이 인다.



● 비밀병기-로즈 핑크와 핫핑크 아카시아


 오늘 우리는 특별한 어린 묘목 20개를 이 땅에 었다. 누구도 아카시아를 왜 밭에다 심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바로 분홍색 꽃을 피우는 아카시아다. 씨앗으로 발아를 시킨 것이지만 정확히 어떤 색의 꽃을 피울지 몰라 두어 해를 기다려봐야 한다. 이 나무가 크게 자라서 로즈

핑크와  핫핑크의 꽃을 주렁주렁 달아 준다면 멋질 것이다. 


스펙터클한 풍경의 재편을 기대하며....!

                      출처: pinterest

작가의 이전글 텅 빈 학교엔 튤립과 냉이꽃이 구름처럼 피어나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