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으로 삶 터를 옮기면서부터일기예보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어릴 적소풍가던 날과 손꼽아기다리던 운동회 날엔 어김없이비가 내렸다. 오죽하면 기상대 직원들야유회날에 비가내린다고 했을까? 하지만알파고가 탁월한 일군의 사람들과 겨루기를 벌이는 현재의일기예보는 정확도가얼마나 뛰어난지!
오늘은 새 땅에 나무 심기를 하는 날이다. 며칠전 봄비가 내려 땅속엔 충분한 수분이 있을 테고 나무를 심고 난 뒤 하루 반나절이 지나면다시 비가 내린다고하니이보다 더한 적기는없을 것이다.
새벽 5시! 얼떨떨한 상태로 커피를 마시고열무비빔밥까지 먹고는 집을 나섰다. 오래전에계획하여 주문했던묘목은 6시 30분에 정확히 배달되었다. 땅을 고르고 이랑의 넓이를 정하여마을분께 로터리를 부탁해놓았더니 삽과 호미만으로도나무를 심을 수 있을 정도로땅이 포실포실하다.낯선 마을은 아직 잠들어 있다.
선크림과 선캡 장화와 코팅된 장갑을 끼고 실전에나섰건만 나는 서툴러 보이고 남편은마치 조경회사일꾼 같다.4월 중순에 이르면뿌리가 드러난 채로 팔리는 묘목은 심을 수가없다. 이미 나무 자체의 활동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해서 작게나마 묘목이 자라던 제자리흙으로 뿌리를 감싼 '분'을 떠야한다. 편백나무에 이어청단풍홍단풍 이팝나무 느티나무 복자기 벚꽃나무는 뿌리에 흙덩이하나씩을 매달고 트럭에서 내려졌다.
오늘 심길 나무는 언제까지 이곳에서 자라게 될까? 낯선 우리를 보고동네 개들은 단합이라도한 듯 머리를 흔들고 쇠 줄에묶여덜컹대며뛰어오르다악을 쓰며 짖고 난리법석이다."그게 너의본분이라면 그렇게 해!" 개에게 왜 이러냐고 시비를 걸 이유는 없다.
나무는 적당한 간격으로땅 위에 놓았다. 아침 일을 나선 동네 어르신들은 딱 봐도도시 촌놈인 우리들이 나무를 제대로 심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것 같았다. J와 나의 협업으로 나무는 뿌리가 곧게 내려진 상태로 심겼고 각각의 나무에 물집도 만들었다.고개를 갸웃거리며 멀찌감치서
흘낏거리던 마을분들은 다들제 자리로 돌아갔다.
땅이 마를 다음 주 수요일에 잡초 제어를 위한 멀칭과 부분적으로 전지를 할 것이다. 몇 년 후 나무의 이동을 위해트럭이 들어가야 하기에 두세 개의 이랑도 일정한 간격으로 비워 두었다. 나무가자랄 동안 빈 땅에 고추와 들깨를 심어 소득을올리고 싶어 하는 사람(B)이 있어그곳을 쓰라고 하니 고마워하다기엔 표정이묘하다.
일 하는 도중에 마을 어른한 분이 아들이 높은산에서 따 온 다래로 만든 거라며 시원하고 달콤한 음료를 건네신다. 알고 보니 B의 어머니시다.앞으로 안면을 익히게될 마을 사람들과동네에대한 호기심이 인다.
● 비밀병기-로즈 핑크와 핫핑크 아카시아
오늘 우리는 특별한 어린 묘목 20개를 이 땅에 심었다. 누구도 아카시아를 왜 밭에다 심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바로 분홍색 꽃을 피우는아카시아다. 씨앗으로 발아를 시킨 것이지만 정확히 어떤 색의 꽃을피울지 몰라 두어 해를 기다려봐야 한다. 이 나무가 크게 자라서 로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