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희 Apr 16. 2016

텅 빈 학교엔 튤립과 냉이꽃이 구름처럼 피어나 있다.

다들 어디서 무엇을 구하는 것일까?


 햇볕 아래서 하루 종일 나무를 심었더니 현기증 났다. 멀리까지 운전을 해서 갔건만, 단골 식당엔 '정기휴일'팻말이 걸려 있다. 주인이 직접 기른 취나물, 상추 그리고 향 좋은 더덕순을 쌈으로 먹을 생각에 기대를 품었던 게 무산되니 쓰러질 것 같다. 다시 우리 동네로 돌아와 국밥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오랜만에 '샨티학교'향했다.



 폐교된 지 오래였다가 이제 대안학교가 된 운동장 한편에, "튤립이 이렇듯 무더기로 피어나 있다니!"

튤립의 꽃은 만개 직전에도 아름다운데, 꽃과 잎의 조화로움이 일색다. 언제나처럼 오늘도 학생들은 보이질 않는다. 작년에는 학생들 을 가끔 보긴 했다. 반년은 현장실습과, 더불어 공부하고 나머지 기간은 해외에서 무슨 경험을 쌓는다고 했다. 도심의 학교들은 아파트와 찻길

사이에서 애처롭게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이곳은 평화롭고 산천이 넉넉하여 학생들에게 큰 기개를 키워줄 수 있을 듯한데 정작 주인공인 학생들이 없다.



 밤이면 사람들이 몰려와 나이트 축구경기를 하는, 시민운동장에서나 볼 수 있는 초강력 라이트가 켜져 있던 것을 멀리서 본 적이 있다. 운동장 표면에는 축구 회원들이 깔아놓은 깨끗하고 결 고운 모래 위에 축구화 자국들이 어지럽게 있다. 오늘은 낮동안 관리인이 화단의 풀을 뽑았지 주변에 던져진 채 있다. 건너편에 새로 줄 맞춰 심어놓은 튤립이 예쁘다. 바닥에 딩겨를 뿌려놓은걸 보니 지난겨울에 심어 두고 보호하고 있는 성싶다.



 언제 어느 때 와도 모두에게 출입이 허락되는 곳! 대문 경비도 학생도 없다. 학교로 들어가는 문은 365일 활짝 열린 채다. 개교하여 폐교될 때까지 한 번도 문을 달았던 흔적이 없다. 시멘트로 지어진 건물 외벽은 수시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덧칠에 덧칠을 더하다 보니 산뜻하기는 애초부터  글렀다. 아이들과 젊은 사람들을 좀처럼 볼 수 없는 동네 풍경에 나는 어느덧 익숙해져가고 있다.


다들 어디로
무엇을 찾으러 떠났을까?
그들은 원하는 걸 도시에서 찾았을까?

 

작가의 이전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신세계-요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