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아래서 하루 종일 나무를 심었더니 현기증이났다.멀리까지 운전을 해서 갔건만, 단골 식당엔'정기휴일'팻말이 걸려 있다. 주인이 직접기른 취나물, 상추 그리고 향 좋은 더덕순을 쌈으로먹을 생각에 기대를 품었던 게 무산되니 쓰러질 것 같다. 다시 우리 동네로 돌아와 국밥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오랜만에 '샨티학교'로 향했다.
폐교된 지 오래였다가 이제 대안학교가 된 운동장 한편에, "튤립이 이렇듯 무더기로 피어나 있다니!"
튤립의 꽃은 만개 직전에도 아름다운데,꽃과 잎의 조화로움이 일색이다. 언제나처럼 오늘도 학생들은보이질 않는다. 작년에는학생들몇몇을 가끔 보긴했다.반년은 현장실습과, 더불어공부하고 나머지 기간은 해외에서무슨 경험을쌓는다고 했다. 도심의 학교들은 아파트와 찻길
사이에서 애처롭게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이곳은 평화롭고 산천이 넉넉하여 학생들에게 큰 기개를키워줄 수 있을듯한데 정작주인공인 학생들이 없다.
밤이면 사람들이 몰려와 나이트 축구경기를하는지,시민운동장에서나 볼 수 있는 초강력 라이트가 켜져 있던것을 멀리서 본 적이 있다.운동장 표면에는 축구 회원들이 깔아놓은 깨끗하고 결 고운 모래 위에 축구화 자국들이 어지럽게나있다. 오늘은 낮동안 관리인이화단의풀을 뽑았는지 주변에 던져진 채 시들고 있다. 건너편에 새로 줄 맞춰 심어놓은 튤립이 예쁘다.바닥에 딩겨를뿌려놓은걸 보니 지난겨울에 심어 두고 보호하고 있는 성싶다.
언제 어느 때 와도 모두에게 출입이 허락되는 곳!대문도 경비도학생도 없다.학교로 들어가는문은 365일 활짝 열린 채다. 개교하여 폐교될 때까지한 번도 문을 달았던 흔적이없다. 시멘트로 지어진 건물 외벽은 수시로 색이바뀌고 있다. 하지만 덧칠에 덧칠을 더하다 보니 산뜻하기는 애초부터 글렀다. 아이들과 젊은 사람들을 좀처럼볼 수 없는 동네풍경에 나는어느덧 익숙해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