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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May 07. 2016

나무 이야기:깨지거나, 쓰러지거나

나무가 흔들렸을 때 바로 잡지 않으면? /나무가 터져버리면?


[며칠간의 나무 이야기]


상주로 갔다. 나무를 심었던 이틀 후 비바람이

몰아쳤고 심어 놓았던 나무 반 이상이 흔들렸거나

뿌리째 쓰러졌다. 몇 번의 나무 심기를 시작한

이래 이런 낭패는 처음이다. 어린 나무에 지지목

을 세우는 건 무리여서 편백은 잎을 쳐내 몸체를

가볍게 한 뒤 다시 심었다. 단풍나무와 느티나무 

산수유는 흔들거리던 키를 반으로 잘랐고 잎도

정리다. 오늘은 장기적인 나무 관리를 위해

멀칭을 계획 날이다.



부분적인 멀칭은  풀 잡기도 어렵고 나무 심은

 거리가 집에서 먼 이유로 한 번에 몇 년간

효과를 볼 수 있는 멀칭 재료를 쓰기로 했다.

결국 모든 일은 J의 몫이다. 나는 호미와 전지

가위를 들고 장화에 모자까지 갖춰서 일 좀

잘하게 보이지만  실 없는'폼생폼사'다.

이런 내게 눈에 띈 게 있었으니 밭 둑 구석진

자리에 자라고 있던 두릅과 엄나무 그리고

가죽나무.


기뻐하며 무념무상으로 예쁜 순들을 또각또각

따고 있었는데 갑자기 노인 한분이 낫을 들고

허겁지겁 올라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그는 나의 인사에 어떤 대꾸도 않았다. 숨을 몰아

쉬며 내가 따다만 나무 가지를 낫으로 휙휙 낚아

채며 두릅순 순식간에 몽땅 다 따버렸다. 낫을

보니 공포스러웠고 그분의 행동에 당황한 나는 

"어르신! 이것도 따가세요" 라며 잠시 물러섰다.


그동안 남의 땅에서 거저 얻었던 수확만만치

않았을 텐데 저리도 마지막까지 노욕을 부려서야~



그 날의 비와 바람은 3~4일 전의 초강력 강풍에

비하면 부드러웠다. 이번엔 집 안의 수양벚꽃

나무가 지지대를 허물고 뿌리째 뽑혀버렸다. 산에

심어둔 잣나무도 벌써 두어 번 쓰러진 게 있다.

울타리 목으로 심긴 2m 남짓한 키의 편백나무

몇 그루도 러졌다. 이럴 때 묘수는 없고 단지

방법만 있을 뿐이다. 쓰러진 나무는 빨리 일으켜

세우고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가지

치기와 지지대를 튼튼하게 지탱시켜 주는 것

이다. 무엇보다도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음'을 고, 뿌리가 잘 내리도록 보살

피며 마음을 느긋하게 갖는 게 아닐지? 



기존의 땅에서 옮길 수밖에 없었던 감나무 두

그루 중 한 그루와 아름다운 수형을 가져 첫눈에

반해 구입했던 배롱나무는 문경의 매운 추위에

나무둥치가 깨다. 정성스럽게 심었고, 지지대를

받쳐 주었으며, 뿌리 쪽은 짚으로 두툼하게 덮어

주었고, 보온을 위해  뿌리 쪽에서 가지 중간까지 

정원용 밴드로 다 감아주었건만 나무는 견디지

못했다.



그러고 보면  최선을 다한 일들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던 적이 얼마나 다반사였던가? 무르익은

봄의 마지막까지 싹이 돋아나지 않는 나무를 어루

만져 본다. 엄동설한에 따뜻한 집 안에서 내가

희희낙락하는 동안 나무는 견디다 못해 얼고

터지고 금이 갔었던 거다. 잘 살펴보지도 않고

봄이 왔는데 "이렇게 잎이 나지 않느냐?"라고

물이 오르는지를 확인한다며 가지 끝자락만

똑똑 부러뜨리고 있었으니... 


사람인 우리의 최선이 그들을 다 지켜줄 순

없었다. 뭔가 나무에게 더 절실한  + Alpha

찾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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