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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May 05. 2016

이웃집  산타(+bonus 두릅 차)

산타의 망에서 나온... 두릅, 땅두릅, 고사리, 산나물

'이웃집의 백만장자'라는 책이 있다. 나의 옆 집

에는 누가 살까? 서울에선 두 마디도 나누지

않은 이웃들이 었다. 아이의 대학원 공부가

끝나는 대로 이사를 갈 생각에 관심이 가지

않았고 그런 내게 이웃인들 마음이 내켰을까?

당시 층간 소음으로 말이 많던 아파트 분위기도

나의 성향을 더욱 부추겼다. "안녕하세요?" 

 ~"네." 비밀스럽고 폐쇄적인 두 걸음걸이

(아파트 문과 문 사이)의 이웃으로 살던 나는

때가 되자 조용서울을 떠났다.



그러던 나도 자연으로 돌아오니 저절로 사교적인

새댁(마을분들이 나를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내

입으로 말하긴 좀~ 뭐하지만 지금은 동네 할머니

들게 붙임성 있고 싹싹한 새댁으로 인기가 있는

이다. 이웃들과 허심 탄회한 인사를 반갑게 나눈다. 

서울의 나와 문경의 나는'동명이인'으로 살고 있는

셈이다- 두 얼굴의 여자!



멋진 소나무 산책 길을 마당으로 누리고 사는

이웃이 있다. 어느 날 어떤 사람이 묻지도 않은

그분에 대한 평가를 한바탕 늘어놓고 간 적이

있다. 자신의 주관적인 감정이 다분히 반영된

듯하여 별 반응 않고 참고만 했다. 하지만 이

분과의 대 여섯 번 만남으로 우리 부부는 그녀

의 말과는 달리 그를 괜찮은 사람으로 결론

였다.


이 분이 지난번에는 귀한 고로쇠 물을 큰 통

으로 갖다 주시더니 며칠 전엔 에서 채취한

거라며 봄나물 망태기 하나를 주셨다. 초록잎

무성한 느티나무 아래에서 풀어 본 자루에선 

봄 날을 오롯이 만끽할 수 있는 나물이 나왔다.

어떤 선물이 보다 알차고 반가울까?



길고 두툼한 땅두릅은 손질하는 내내 정신이

아뜩해질 만큼 향기를 풍겼다. 거기에 비하니

두릅은 평범했다. 꼭지를 깨끗하게 손질하고

나면 도마 위에 보이는 두릅 받침이 남게 된다.

이것은 말려서 차로 만들면 좋다. 고사리 잎은

수채화로 그려 놓으면 한 줄기 만으로도  멋

지다. 생 고사리를 손질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

망쳐버린 지난번 경험이 이번엔 길잡이 노릇을

 주었다. 소금물에 살짝 데쳐 말려두면 된다.

땅두릅은 데쳐서 바로 초고추장에 듬뿍 찍어

먹기로 했다. 손질하는 내내 산 냄새, 봄 냄새,

두릅 냄새와 이웃의 정까지 느낀 시간이었다.




Bonus(+두릅 차)

이 글을 올리고 난 후 두릅 차를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다섯 개의 두릅 잎을 채 썰고 대추

몇 알을 넣어 중불에 올려 두었다. 함께 뒤섞여

있던 대추가 끓으면서 솥 가로 자리를 옮긴 걸

확인하고 불을 껐다. 느티나무 아래 돌판으로

남편을 초대했다. 우리는 함께 연거푸 여러 잔의

두릅 차를 마셨다. 혀 끝에 감겨드는 부드러움과

대추의 단 맛이 잘 어울린다. '누리며 만끽하며

사는 삶'은 얼마나 단순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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