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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May 04. 2016

청보라 정원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강풍과 비가 정원과 텃밭을 쓸고 갔다. 나뭇가지와

잎들은 여기저기 부서져 날리고, 대지 위로 풀씨와

꽃씨들이 공중에서 물고기처럼  유영중이다. 씨앗

뒤에 솜털 같은걸 달고 떠돌던 녀석들은  목적지가

여기라며 우리 집의 정원과 텃밭에 내려앉는다.

알레르기가 없던 도 요즘엔  꽃가루와 시도 때도

없이 날아다니는 씨앗들로 인해 재채기를 달고

산다.


정원 일을 하느라 정작 정원에 만개한 흰색과,

청색, 보라 , 청보라, 연보라 꽃들을 보며 즐기지

못했다. 오월은 오경아 씨의 책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가 떠오르는 시간이다.


캐나다 밴쿠버가 홍쿠버로 불리던 시기가 

있었다. 영국 식민지 기간이 끝난 홍콩이 중국

본토로 귀속 즈음 공산주의의 경제제재를

두려워한 홍콩 부자들이 대규모로 밴쿠버로

이주했고  일대의 고급 주택들과 부동산들을  

그들이 사들이며 생긴 말이다. 당시 나는 밴쿠버

시내의 가까운 주택에서 지냈는데 일과가 끝나면

몇 시간이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잘 가꿔진 정원

구경으로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주말이면

나무를 손질하고 꽃을 가꾸며 자신의 주거공간

하나하나를 직접 가꾸는 라이프스타일이 인상적

이었다. 저마다 개성 있는 정원을 가꾸던 그들로

인해 나라 전체가 좋아 보였던 경험이었다.



작년! 문경에 집을 지으면서 정원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리나라 주택의 정원은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집집마다 엇비슷한

디자인과 수종의 꽃과 칼라로 이루어져 있다.

수십 가구가 들어선 전원마을도 예외가 아니다.

이렇게 살아온 사람들은 남의 집 정원에 대하여

서도 공식 같은걸 들이대며 간섭을 멈추지

않는다-바위 사이엔 반드시 철쭉(주로 분홍과

영산홍)이나 회양목을 심어야 하고, 풀이

날만한 곳엔 어김없이 핫핑크색 꽃잔디를 심어

해마다 면적을 넓혀 가는 것 등이다. 정원의

바탕 이미 진분홍인데 그 위에  여러 가지

붉은 톤의 꽃들 피어나니 꽃 가득한 정원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기가 어렵다. 더욱이 개인

취향이 반영된 곳은 찾기 어렵다. 획일화와 

유행에 민감한 성향의 반영이다.



남들이 보기에 익숙하지 않아도, 그들의 취향이

아니어도 문제 될 게 없는 나의 집 공간 아닌가?

목단과 철쭉 기린초와 베고니아 몇 개는  흰색

으로, 나머지 꽃들은 시원한 느낌을 주는 보라와

연보라 청보라로 지난해에 심었었다.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면 순식간에 낙화가 뒤따를 것이라 

서둘러 사진을 찍었고 어제는 비가 내리는 중에도

뛰어나가 몇 번 더 셔트를 눌렀다.


"엄마는 내가 이렇게 정원을 만들기 시작한걸

아실까?" 부모님이 돌아가신 친정 집에서 옮겨온

작은 남경도 꽃복숭아나무는 추에 수피가 다

터졌다. "몇 번이고 내가 쓰다듬으며 가슴이 아파

했던 것을 보고 계셨을까?" "목단이 피어났을

맨 처음 엄마! ~라고 불렀던 나의 그리움을 듣기

라도 했을까?" 지금 내가 심는 꽃들은 어릴 적

엄마가 기르던 그 꽃들과 그 색깔이다. 장독대

뒤 가시나무 울타리를  덮을 만큼 피어났던

어릴 적 덩굴장미의 향기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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