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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May 02. 2016

감자야! 미안

1 Minute 레슨


다 마신  커피잔을 주머니에 넣고 아침 산책중

었다. 심하게 굽은 허리만으로도 한 눈에 알

 볼 수 있는 (성) 어르신. 속이 따뜻해지는

반가움에 계곡 건너편에서 서로 안부를 물었

다. 4월 내내 그녀는 들판에서 일꾼들을 호령

하며 농사일을 셨다. 한 이틀 보이지 않더니

동해안 여행을 다녀오셨다고 다.


농한기에는 외국 여행도 다니신다. 그녀의 허리

 멀리서 보기만해도 안쓰러워 뭐라도 도와

리고 싶다. 서로를 알지 못했을 땐 꼬부랑 할머

니라고만 생각했다. 남의 눈을 의식하는 사람이

라면 밖에 나오지 못하고 칩거정도로 심한

상태다. "그녀 역시 어찌 그 시간을  보내지 않

았을까?"  하지만 지금은 주변 시선에 게의치

않고 사계절 큰 아들과 함께 농사를 짓는다.



그녀의 주 작목은 담배와 배추 그리고 약용작물

이다. 우리 집을 방문한 그녀와 초 봄에 두어번

차를 마셔본 바로는 말 수가 많지않고 불필요한

인사치레 하지 않는 담백한 사람이다. 다만

지나치듯 말한 나의 궁금증이나, 내가 흥미를 

였던 부분에 대하여는 정확한 타이밍에 잠시

일러주고는 홀연히 떠나버리는 바람같은 존재

다. 


테이블에 마주앉아 넓은 창모자를 벗은 그녀의

얼굴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너무 놀랐다.젊디

젊은데다  얼굴의 고운 선 피부 때문이었다.

그녀는 노인이 아니었고, 개인적인 아픔을 극복

자신감 있는 사람만이 뿜어낼 수 있는 아우라

를 갖고 있었다.



오늘 그녀는 엄청 바빠 보였다. 윗 마을 농지에

(농사일을 돕는 일꾼들)도착하기 전 준비해

놓아야  일이 많다고 했다.우리 집에  잠시

렀다 가시라고 했지만 어느새 눈 앞에서 사라진

그녀!- "하여간 이 곳 사람들과  제대로

의사 소통이 힘들어" 라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순간 사라졌던 그녀가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3월 어느날 나와 다래순 이야기를 하다가 산나

물에 대하여 백지상태이며 여러가지 궁금해 하

던걸 기억하시고는 지금 이맘 때 한창인 다래 

가지 하나를 어디가서 뚝 분질러 가져오신거였

다. 산촌새댁에게 실물을 알려주기 위해!



바쁘다며 물 한잔도 거절하고 잠시 우리집 텃밭

 둘러보시더니 약 1분동안 기막힌 텃밭 가

꾸기 레슨을 시작했다. 1.약용 식물 -'백출'은 7

~8개 남기고  솎아내야 실한 뿌리를 얻을

있으며/ 2. 멀칭한 비닐이 식물에 닫으면 상

하거나 뜨거워 탈 수 있으니 멀칭 공간을 넓혀주

/ 3. 우리가 심어놓은 고구마는 간격이 넓으

 중간에 한 줄 더 심어도 충분하며 /4.생강은

싹이 어느정도 자랄때까지 볏짚이나 낙옆으로 

덮어주어야 싹이 마르지않고 잘 생장한다는것

/5. 우리가 심어둔 감자에 잎이 오그라드는 병

들면 인근의 담배 농사는  끝난거라 하셨

( 전염성으로 인해 순식간에 주변이 초토화

다는 것)


-이웃들이 생업으로 짓는 농사에 우리집의 텃

감자가 전염성 해를 끼칠수도 있다는 것에  

놀랐고, 잠시도 지체할 수 없어 뿌리째 뽑아 

렸다. 그러는 우리부부가 안쓰러우셨는지 잠시

말씀이 없으셨다.



작은 콩만한 것에서 부터 메추리 만한 감자를

메단 뽑혀진 줄기는 햇볕 속에서 너무나도 싱그

웠다. 우리가 이곳을 떠나지 않는 한 앞으로 감

기를 일은 없을 것이다. 아쉬운 마음 컸지만

감자는 햇마르도록 버려두었다. 아이 

~  북을 돋워주면 감자가 더 실해지고 많이

열린다며 정성을 쏱던 남편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그녀의 허리는 어느날 집 근처 나무에

톱질을 하다 예상과는 달리 큰나무가 사람

쪽으로 쓰러지면서 당한 사고라고 한다.]


2019 부터 우리는 다시 감자를 심기 시작했다.

담배밭 사이에서 대량으로 감자재배를 시작

하는것으로 무슨 방책을 세웠겠거니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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