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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Apr 26. 2016

연둣빛 단풍

햇빛을 피해 숨어든 단풍나무 아래에서 만난  꿀벌

분홍 코끼리 물조리개! 눈망울 반짝이던
스티커는 이미 사라졌지만 이젠 모종판에 물을
주는 진짜 코끼리 코가 되었다.(다 자라 어른이
된 아이의 이름은 희미하게 지워져가고 있다.)


오전에 만난 사람들의 옷차림새는 제각각이었다.

나는 검은색 히트텍에 카디건을, 남편은 가을

초입에나 어울릴듯한 울 섞인 브이넥 스웨트를

입고 시내에 갔었다. 우리와 함께한 다른 사람들

 소매를 입은 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은 대체 왜 더운 날씨에 이렇게 껴입고 다니

는 가를 물어보는 사람이 없어 다행긴 했지만

썬글레스 없이 햇빛 속을 다녀서인지 눈이 피곤

하고 아리다. 


"오늘바깥일 더 못하겠어" (혼잣말이다)!"

밤에 수업까지 있는 날은 컨디션 조절을 잘해야

한다. 두어 시간의 여유로움에 오랜만에 두 작가

 글 몇 개를  읽는다. 개인의 생활 속 발견이

흥미롭다.



혼자서 한참을 놀고 나니 다시 기운이 난다. 데크

모종판과 핑크 코끼리를 지나 단풍나무 아래로 

 들어가 봤다. 나른하기 그지없는 시간 언덕편

에서 하고 있는 J가 보인다. 청단풍 아래로도

햇빛 한 줄기가 확 쏟아진다. 단풍나무 아래서

꿀벌을 만났다. 나처럼 햇빛을 피해 이리 숨어

들리는 없을 텐데 뭐 하는 거람! 펴보니 벌은

단풍나무 꽃에서 꿀을 따고 있다. 무성한 잎 속

작은 방울만한 꽃들이 조롱조롱하다.



피곤함을 잊고서 나무를 살펴보니 차이는 있었

지만 빨강 꽃들이 가지마다 달려있다. 벌과, 곤충

개미들은 나 이전에 단풍꽃에서 자기네들의

일을 이미 보고 있었다. 배가 불룩해진 놈이

날아가면 다른 일 벌들이 날아오는 구조랄까?

팀플레이가 완벽하다. 시원한 그늘과 연두색은  

나에게 금방 기운을 주었는데. 자갈 깔린

곳곳에는 아기단풍들이 자라고 있다.



"오늘 정원 일은 도저히 더 이상 못한다"던 나

혼자만의 선언은 뒤로한 채 물에 담가뒀던 흰

종지나물, 제비꽃, 분홍꽃을 피우는 무명 1,

잎이 예쁜 무명 2를 기꺼이 다 심었다. 저녁에는

약돌돼지고기로 만든 장조림에다 김 대표네가

가져다준 울릉도 명이 나물에 싸서 먹고는 

공부를 위한 길을 떠났다. 

나는 여전히 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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