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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송화로 청춘들의 창을 환하게

self seeding 보다는 stem cutting의 시기

by 이경희


고수가 자라던 항아리에 채송화가 가득


고수(실란트로)를 심어두었던 항아리 한편에 채송화 한줄기가 솟아오르고 있다(날아온 씨앗인 듯). 가뭄에 풍성한 잎 보다 가는 줄기에서 꽃을 피우고, 씨앗 맺기를 속전속결로 해 치우던 고수는 한 달 전 일찌감치 수확했다. 팔월은 꽃보다 무성한 녹음에 무게가 실리는 시기인가 싶다가도, 심심해진 정원의 빈 곳들에 마음이 쓰인다. 그러다 생각해낸 것이 채송화와 세덤의'줄기 번식'이다.



양이 많은 정원일을 할 때 나는 도마들을 죽~ 늘어놓고 작업을 하는데. 채송화는 self seeding의 대표적인 이다. 하지만 씨앗이 여무는 자연의 절기에만 맡기면 꽃 번식은 내년에나 가능하다. 'stem cutting'방식으로 웃자란 줄기를 잘라 심으면, 정원 빈 곳에서 금세 자리를 잡고 곧바로 꽃을 피우는 이점을 발견한 터라 벌써 두 번째 작업 중이다.



채송화에게 햇빛은 인간의 삼시 세 끼와 같다. 꽃잎은 나비의 날개 같은 사뿐함을 지녔고 선명한 밝음에서 파스텔 톤에 이르기까지 넓은 색깔 군도 더없이 좋다.


줄기를 잘라 심어두었던 채송화. 이들도 곧

빨간색 채송화처럼 무성 해질 것이다.


줄기 번식은 채송화가 피어나는 시기면 언제나 가능하다. 특별히 토양에 신경 쓸 일도 없다. 도시에선 어디서나 넘쳐나는 커피나 주스를 마셨던 플라스틱 통이나 빙수 통 혹은 조개껍질 속에 흙은 채운 뒤 꽃 마디 두어 개만 심어둬도 된다. 아파트 베란다와 청춘들의 원룸 창가에도 환한 꽃이 피어나 '의욕과 환희와 힘'을 준다면 좋겠다.



송엽국과 또 다른 세덤 역시 이렇게 번식 중인데 비 내린 날에는 민달팽이와, 집을 등에 업고 다니는 달팽이들을 볼 수도 있다.



"나 자신이 몹시 초라하고 부끄럽게 느낄 때가 있다.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있는 사람 앞에 섰을 때가 결코 아니다. 나보다 훨씬 적게 가졌어도 그 단순과 간소함 속에서 삶의 기쁨과 순수성을 잃지 않는 사람 앞에 섰을 때이다. 그때 나 자신이 몹시 초라하고 가난하게 되돌아 보인다."


소유의 비좁은 골방 중에서 - 법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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