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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Jun 05. 2017

불필요함의 극치-부모의 조언

나의 결정이 나의 힘


네 갈 길,
 그거 너만이 잘 알 거고
잘 걸어 가리란 믿음이 커!


 가뭄이 시작되기 직전부터 정원에 물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집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씨 뿌림 장소까지는 물을 댈 수가 없어 많은 것들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지만 한편으로는 이 시기에 식물과 꽃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를 끝까지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시간 맞춰 물을 주고 보살핀 식물과 꽃들은 풍성한 초록잎과 꽃을 피우며 잘 커가고 있다. 지난가을에 파종했지만 겨울 가뭄까지 겹쳤던 집에서 먼 곳의 들은 발아조차 힘들었던 것인지, 아침저녁으로 끝없이 주인이 발소리를 내며 다녔건만 길은 횅했다.


 여기는 희망이 없으니 다른 수종으로 다시 파종을  모종을 길러 심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계획도 길어지는 가뭄 앞에선 성공을 자신할 수 없어 접었다. 나의 사회생활은 계획하고 노력하면 과정과 결과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다. 나무와 식물과 꽃을 기르는 일은 절반 이상이 내가 어쩔 수 없는 요인에 달려있어 마음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어느 날부터 감감했던 집 둘레 길에서 언제 키를 키우고 가지를 불렸는지 보라와 청,  자주와 분홍,  순백과 진분홍 색으로 수레국화가 피어났다. 눈으로 보이던 것만으로 판단을 내렸다면 어찌 되었을까? 그 땅을 정리하고 다른 걸 심거나, 물 공급이 기능한  쪽으로 옮겨 심었다면 이 단단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을까?



 좋은 사람들을 만나러 갈 때면,  고마움을 전하고 싶을 때면,  사랑을 표현하고 싶을 때면,  태어나 자라고 같은 마을에서 혼인하여 평생을 살아온 이웃 할머니들이  방문할 때면 건네꽃이 되어수레국화! 그들의 감춰진 힘을 믿으며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기다려 주는 게 필요했다.


 성인이 된 아이에 대하여 걱정하지 않으려 했다. 모든 결정을  스스로 잘하리라 믿으려 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전화를 걸어 이 말은 반드시 해줘야지 싶어 길게 이야기했다.  아이는 다며, 잘 생각해 보겠노라고  말했다.



 그런 나의 서두름이 햇살 아래에 나서니 씁쓸하다.  그럴 필요가 없었음을 깨닫는다. 하루하루를 일하고 배우며 관계 속에서 스스로 여물어 가는 젊음에게 나의 가치와 경험들은 그다지 큰 도움이 될 수 없음을 생각한다. 혼자 힘으로 일어서고 피어난 것이 진짜 아니던가? 내 인생의 결정들은 대부분 부모님과 생각이 달랐다. 뭐든지 나의 결정으로 헤쳐나가고 싶었던 것만이 열정과 실수를 만회할 힘을 주었었다. 꽃들에게는 희망을,  젊음에게는 그들 스스로 만들어나갈 아름다운 삶을 기대하는 유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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