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문경으로 나눠 살기를 한 후 가족의저녁 단체 카톡방에 자주 이야기되는 게 밥이야기다. 아이들은 주로 회식을 하거나! 친구들과의 식사 모임 이야기, 혹은 집 밥이야기를 하며 엄마 아빠는 무얼 드셨느냐고묻는다. 일상의 살가운 이야기가아닐 수 없다.
장마가 물러가고 나니! 집 건너편에 가림막 겸 가로수로 줄지어 자라고 있는 감나무엔 칡넝쿨이감겨 올라가 휘휘 늘어져있다. 쯧쯧혀를 차며 지나칠 동네 어른들의 목소리가들리는 듯하다. 낫으로 칡 줄기를 찾아가며자르던 남편은 35도의 고온과 도로의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얼굴이 홍당무가됐다.
"점심으로 비빔국수 만들까?" 중참 대신,찬물을 들이켜던 그는
"청국장 남은 걸로 밥 먹자"라고 했다.
Okay!
두부 몇 개와 콩만 잔뜩 남겨진 청국장에묵은 백김치를 총총 썰어 넣고 부추를얹었다. 찌개가 끓는 동안 상추와 깻잎은 식초에담가두었다가 생채로 썰고, 콩나물은데치고, 텃밭의 가지는 소금에 절였다가 양파와 피망을더해 굴소스로 볶음 했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짭조름한 '백김치 부추청국장찌개'의 맛에대하여 밤이 되기 전아이들과는 벌써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눴다.
{일 년 내내 먹는 백김치에 대하여} -
김장철에는 대부분 속이 꽉 찬 배추를 쓴다.작고 잎이 얇은 배추는 저렴하게 팔리거나아예 산지에서는 버리는 것 들이다. 실은 맛과영양, 저장하기에 이보다 좋은 건 없다. 나는 이웃들의배추밭에 널린 이삭 줍기를하여 배, 생강, 소금, 마늘, 밥을 갈아 국물을 만든 뒤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연중 고기쌈이나 국수 재료로 쓴다. 남해나부산에선 신선한 회를 묵은 백김치에 싸서먹는 메뉴가 인기인데비교불허의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