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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Jul 14. 2017

백김치 부추 청국장

점심으로 뭐 먹었어요?


 "밥 먹었어?" 이란 물음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이라

한다. 못살던 시대의 잔재이니 외국에 나가서는 그러지 말라고 했다.

"진짜 그럴까?" 

"왜 우리는 남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이런 질문을 촌스럽다고 여길까?" 



 서울과 문경으로 나눠 살기를 한 후 가족의 저녁 단체 카톡방에 자주 이야기되는 게 밥 이야기다. 아이들은 주로 회식을 하거나! 친구들과의 식사 모임 이야기, 혹은  집 밥 이야기를 하며 엄마 아빠 무얼 드셨느냐고 묻는다. 일상의 살가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장마가 물러가고 나니! 집 건너편에 가림막 겸 가로수로 줄지어 자라고 있는 감나무엔  칡넝쿨이 감겨 올라가 휘휘 늘어져있다. 쯧쯧 혀를 차며 지나칠 동네 어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낫으로 칡 줄기를 찾아가며 자르던 남편은 35도의 고온과 도로의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얼굴이 홍당무가 됐다.

 

"점심으로 비빔국수 만들까?" 중참 대신, 찬물을 들이켜던 그는

"청국장 남은 걸로 밥 먹자"라고 했다.

Okay!



 

 두부 몇 개와 콩만 잔뜩  남겨진 청국장에 묵은 백김치를 총총 썰어 넣고 부추를 얹었다. 찌개가 끓는 동안 상추와 깻잎은 식초에 담가두었다가 생채로 썰고, 콩나물은 데치고, 텃밭의 가지는 소금에 절였다가 양파와 피망을 더해 굴소스로 볶음 했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짭조름한 '백김치 부추 청국장찌개'의 맛에 대하여 밤이 되기 전 아이들과는 벌써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눴다.

 


{일 년 내내 먹는 백김치에 대하여} -

 김장철에는 대부분 속이 꽉 찬 배추를 쓴다. 작고 잎이 얇은 배추는 저렴하게 팔리거나 아예 산지에서는 버리는 것 들이다. 실은 맛 영양, 저장하기에 이보다 좋은 건 없다. 나는 이웃들의 배추밭에 널린 이삭 줍기를 하여 배, 생강, 소금, 마늘, 밥을 갈아 국물을 만든 뒤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연중 고기쌈이나  국수 재료로 쓴다. 남해나 부산에선 신선한 회를 묵은 백김치에 싸서 먹는 메뉴가 인기인데 비교불허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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