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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Aug 06. 2016

'사람은 친구 따위 없어도 살아갈 수 있다'

고 말해주지 않는 어른들~


 영화 곡성에서 이방인 역할로 처음 물망에 올랐다던 기타노 다케시! 정말 제안을 받았다면 단번에 거절했을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더운 오후. 휴대폰 상단엔 폭염주의보가 사이렌을 울리며 날더러 밖에 얼씬도 말라고 한다. 조지 오웰의 '1984' 스토리에 이런 빅 부라더의 

더위 관리 매뉴얼을 추가해야지 싶다.


 무서운 상어가 입을 쩍 벌리고 공포를 자아내는 죠스바를 먹는다고 사그라들지 않을 폭염. 이런 더위에는 영화나 책이 제격이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굳이 독서 계절을 꼽자면 가을보다옴짝달싹 하기 어려운 한여름이거나 겨울아닐까? 책상엔 공부의 지겨움이 생각나 앉기가 싫다. 해서 이 책 저 책들을  마구 식탁 위로 꺼내온다. 참 말도 지어내는 사람들! 나 도올여름 유행어 '스테이케이션'에 동참했다.


 서구에선 '마에스트로'로 불리며, 일본 내에서(노골적인 여성편력 사건만 제한다면) 두텁호기로운 인정과 온화하며 상식적인 배려가 넘쳐인간성 가졌다고 평가받으며, 여러 분야에서 천재성을 발휘하는 다케시의 책 '생각노트'를 재탕 아니 재독 한다. 2009년에 읽을 당시와 닿는 구절이 많았는지  책엔 밑줄이 좍좍 그어져 있다.


 그의 글 '왕따'에 관한 이야기에서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는다. TV도 없고 라디오도 주파수가 맞지 않아, 아니 -듣기 싫어서 못 듣는  나지만 스마트폰으로 읽는 이야기 중에  소름 끼치는 건 바로 이 왕따로 인한 아이들의 고통과 정신 나간 부모들이 아이를 돌보지 않는 이야기들이다.

-여기 다케시의 목소리를 한번 들어보자.

  

왕따를 당해 자살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왕따가 어쩌고 저쩌고 이야기하기 전에, 진짜 문제는 왕따를 당하면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어린이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같은 반 친구들의 무리에 속하고 속하지 못하고의 문제를 죽고 사는 것보다 중요하게 느낀다는 이야기다.


 어떤 어른도 아이들에게 '사람은 친구 따위 없어도 살아갈 수 있다'고는 말해주지 않는다.


 현대에서는 개인과 개성을 중요시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현실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는 개인이 사회 속에서 빠져있으며, 개인의 생명은 사회라는 거대한 기계에 조립된 하나의 부품이 되어버렸다. 더욱이 새로 교체할 부품은 얼마든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개인주의니 하는 말이 나온 게 아닐까. 개인의 자유를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전쟁 상황에서 오히려 개인을 더 의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유가 된 개인은 엄청난 불안을 안게 된다. "뭐든 자유롭게 해도 좋아"라는 말을 듣는 순간,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한다. 누구라도 좋으니 리더를 따라붙기도 하고, 어떻게 해서든 친구들의 리 속에 들어가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대체 누구인가?" 하는 '자아 찾기'가 요즘 젊은 사람들의 테마처럼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돌팔이 점쟁이가 인기를 얻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누군가로부터 "너는ㅇㅇ이다"라는 정의를 듣지 않으면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것이다.


 무더위에 다케시 말은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있어도 좋고 없어도 괜찮은 친구에 너무 목멜 일이 아니다. 이젠 아이들의 스마폰 단체 카톡방에까지 왕따가 일어난다고 한다. 이런 IDI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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