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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Aug 09. 2016

진정한 여행

그래도 커피는 뜨겁게~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써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나짐 히크메트. 진정한 여행-


더운 날들이 아니라 뜨거운 여름날이다. 입추가

무색하다. 하루 이틀 만에 사그라들 더위가 아니

어서 길게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다진다. 오늘의

마지막 커피는 뒷마당 느티나무 아래에서 그래도

뜨겁게 마셨다.


해 지기를 기다렸다. 정원에 물 주기는 더 이상

미룰  없는 일이어서  적당한 시간을 가늠하고

있다.


카모마일은 꽃을 차로 말려놓았고 베어낸 줄기

에서 새 잎이 나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 중이다.

말린 카모마일의 일부는 tea로 나머지는 씨앗

으로 파종하면 된다-일석이조.


태양 빛이 마치 용의 승천 흔적처럼 집 뒤편의

밤나무 사이에서 황금빛으로 흔들거린다. 우리

부부의 다정한 이웃집 쪽으로 넘어가는 중이다.


양귀비꽃과 수레국화는 6월에 씨앗을 수확해

두었다. 접시꽃과 족두리꽃 금계국은 7월에 수확

했다. 수천 송이로 피어났던 백일홍은 점차

씨앗이 영글 있다. 봉숭아와 코스모스도 곧

줄기째 베어내 씨앗을 털어야 한다.

 

수돗가로 가서 50m 호스를 연결한다. 먼저

울타리 정원에 물을 분사한다. 왱왱거리는 이름

모를 곤충들을 물리치기 위해  세찬 물이 흐르는

호스를 공중으로 치켜든 다음 내 주위에도 둥글게

뿌린다. 물방울이 화르륵 폭우처럼  쏟아진다.


한련화는  7:3으로 생존해 있다. 물 주기를 더

늦췄다면 문제가 컸겠다. 꽃들에게 미안했음을

면하기라도 하듯 오래도록 정성스럽게 물을 다.


이제 좀 서늘해졌고, 밤은 깊어간다. 벌레소리도

차분하다. 나짐 히크메트의 시를 읽는 중이다.

음악도 듣고-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김윤아의 곡 해석이 놀랍다.


시간의 흐름에 내 의식도 따라 흐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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